현대오일뱅크, 누구 손에 >>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의 IPIC사가 지분매각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지분매입을 둘러싸고 국내 대기업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들은 GS 칼텍스, 롯데그룹, STX 그룹 정도지만 다른 기업이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기업 모두 “현재는 원론적인 검토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본격적인 인수전이 펼쳐지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입을 둘러싼 기업들의 ‘머니게임’이 또 다시 벌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8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IPIC는 지난달 말 SK㈜, GS칼텍스, S-OIL 등 국내 정유사들과 최근 S-OIL 자사주 매각경쟁에 뛰어들었던 롯데, STX 등에 지분 매각 및 실사 의향서를 보내, 인수경쟁에 참여해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현재 오일뱅크는 IPIC가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30%는 현대중공업(19.8%), 현대자동차(4.35%), 현대제철(2.21%) 등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나눠가지고 있다.

IPIC는 1999년부터 오일뱅크의 지분을 보유해왔으며 지난해 2월 지분을 50%에서 70%로 늘린 뒤 투자 이익 회수 등을 위해 그동안 미국의 정유업체인 코노코필립스와 매매를 추진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IPIC측은 보유하고 있는 70% 지분 중 35%를 매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UAE의 IPIC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행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어떤 기업이 지분을 인수할 것이냐는 것과 여기에 따른 정유업계의 순위변동여부다. 현재까지 매각의향서를 받은 기업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두 원론적인 입장에서 검토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매각 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오게 되면 보다 신중히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비치고 있다. 일단 SK(주)나 S-OIL 등의 정유업체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비교적 인수에 긍정적인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제안이 와서 검토하는 단계이며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며 “롯데나 S-OIL도 비슷한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이 없는데 언론에서 먼저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번 S-OIL 인수전 때 정유업계 진출을 노렸던 다른 기업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이들 기업은 일단은 관망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제안서가 오기는 왔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업 M&A라는 게 생물과 같아서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고위층에서 논의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STX 관계자는 “지난번 에스오일 인수 실패를 통해서 정유업 진출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아직까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연초에 타이거 오일이라는 소형업체를 인수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며 향후 정유업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업계순위에 변동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재 주유소 영업점 수로 순위를 따져보면 SK㈜는 전국에 4193개(35%) 영업소를 두고 있으며, GS 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3283개(28%), 2252개(19%)를 보유 중이다. 만약 업계의 전망대로 GS칼텍스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SK를 제치고 업계 1위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가 경영권과 관련된 것. 현재는 최대주주인 IPIC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으나 소유지분의 절반인 35%를 넘기면 최대주주가 둘이 되는 셈이다. IPIC가 경영권을 계속 가져가는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한다면 그만큼 매입하는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없어지기 때문에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유가 등 정유업계를 둘러싼 외부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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