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 항소심 유죄’후폭풍 <2>

피 말리는 법정공방 주인공들 >>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간의 법정 대결은 사실상 우리나라 최고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4년 동안 주임검사 11번, 부장검사 9번을 교체하면서 유죄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재벌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 측도 국내 최고의 로펌이라는 ‘김&장 법률사무소’를 법률 대리인으로 임명해 무죄 입증에 안간힘을 썼다. 일단 2심까지는 검찰 쪽의 판정승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대부분의 사안에서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 그러나 김&장도 3심에서는 다른 판결이 나올 것으로 확신하며 여전히 자신감에 차 있다. <일요서울>은 이번 사건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검찰과 변호인의 면면을 집중 취재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0년 고발 접수돼 있었으나 실제 수사는 2003년이 돼서야 시작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총 20명의 검사(주임·부장검사, 연인원)를 투입했다.

투입된 검사 한 사람당 짧게는 1개월 미만에서 길게는 1년 2개월 남짓 이번 사건을 수사했다. 국민적인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사건인데다 관련기록이 워낙 방대했던 만큼 검찰 입장에서는 여러 장의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수사진은 이원석 검사(수원지검·사시 27기)와 강찬우 검사(서울중앙지검·사시 28회)다. 이검사는 지난 2005년 6월 20일 이 사건의 주임검사로 배속돼 사건을 수사했었다. 배속 4개월 만에 열린 1심에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전 에버랜드 상무에게 징역형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에도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때 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검으로 복귀하자 수사와 관련한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이검사는 참여정부 초기 ‘썬앤문’ 사건 때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을 직접 조사하는 등 검찰 안에서도 ‘최고의 창’으로 인정받아왔다.

이 검사는 주임검사가 아님에도 지난달 29일 열린 2심 공판에서도 검찰 측에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과 이 검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창’인 강찬우 검사는 지난 3월 이번 사건의 부장검사 겸 주임검사로 배당됐다. 2003년 12월 1일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으로서 허태학ㆍ박노빈씨를 전격 기소한 주인공이다. 지난 3월 강검사가 공판을 앞두고 이번 사건을 다시 배정받았을 때 ‘선발투수가 다시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는 농담섞인 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강 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서울지검 특수부 부부장, 중수부, 공보관 등 주요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로 사건을 맡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보관재직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터졌을 때 비교적 검찰의 입장을 잘 대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맞선 김앤장은 알려진대로 국내 최고의 로펌이다. 최근 벌어진 한화 김승연 회장 폭행사건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배임사건, 두산그룹 박용성 전회장의 비자금 사건 때도 수사를 담당하는 등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번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관련한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삼성측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창과 방패의 싸움

이번 사건을 담당한 신필종 변호사는 김앤장 내부에서도 스타급 변호사로 꼽힌다. 현대차 사건도 그가 맡은 사건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도 화려한 언변으로 유명하다. 신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27회 출신이며 서울 남부지법 판사를 역임했다. 지난 92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다.

신변호사는 판결 직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 무엇을 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의 결과는 작은 것을 비유)"에 불과하다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김앤장 이외에도 삼성 내부의 법무팀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10명 안쪽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마저도 외국의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들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결국 삼성 측의 법무팀과 김앤장이 손잡은 이번 변호인단은 가히 국내 최고의 변호인단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세가 대단하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판결 시민단체 반응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번 2심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판결에 대해 “법원이 비상장주식 거래를 통한 재벌총수들의 불법적인 부의 취득에 대해 책임을 추궁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해 공소제기 된 969억9000만원 가운데 극히 일부인 89억40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880억5000만원에 대하여 무죄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제개혁연대의 신희진 연구원은 “공모 여부를 유보한데 대해서는 33명의 피고발인 중 2명만이 기소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것으로 본다”면서 “3심 전에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에버랜드 사건을 봐가면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제일모직 소액주주 소송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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