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 문화 교류가 활발하다. 북측에서는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을 보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두 차례에 걸쳐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후 남측에서는 이달말부터 내달 초까지 열릴 평양 공연을 위해 남측 예술단 수석 대표로 가수 겸 작곡가인 윤상씨를 임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4월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까지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 기운을 이어 가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남남북녀를 대표해 ‘음악’으로 남북을 잇는 윤상과 현송월 두 사람이 주목받고 있다.
 

- 윤상, 대중문화인으로 남북 접촉 수석 대표 ‘이례적’
- 현송월, 김여정·리설주와 함께 北 실세 여성 3인방

 
윤상 씨는 남북실무접촉회담에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수석대표로 나서는 첫 번째 인물이 됐다. 통일부에서는 윤 대표를 평양 공연의 음악감독 및 남측예술단 수석대표로 임명한 배경과 관련해 공연을 대중음악 중심으로 구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중음악 공연과 관련해 잘 알고 이른 시일 안에 준비할 수 있는 적임자가 윤상 씨라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취지가 좋아서...”라며 흔쾌히 수락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등과 남북 실무회담 종료 후 윤 대표는 3월20일 “어색하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라며 “공연 준비 기간이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3년부터 7년간 유학
버클리 음대 등 수학

 
윤 대표는 3월31일부터 4월3일까지 남측 문화예술인 160여명을 이끌고 평양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또한 박형일 통일부 국장, 박진원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예술단에는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 이선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등 가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윤 대표는 1987년 김현식 앨범으로 작곡가 데뷔를 했다.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등 1990년대 히트곡부터 동방신기, 보아의 노래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걸그룹 러블리즈의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여전히 현재적 감각을 뽐내고 있다.
 
또한 가수로서도 활약했다. 1991년엔 가수로도 데뷔해 ‘이별의 그늘’과 ‘가려진 시간 사이로’, ‘한걸음 더’ 등을 발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윤 대표는 작곡가와 싱어송라이터로 최정상의 위치에 있었다. 1집 음반 전곡을 작곡한 것은 물론이고 편곡과 건반, 레코딩과 프로듀서까지 모든 역할을 맡은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창 잘나가던 윤 대표는 2003년, 적지 않은 나이에 돌연 유학을 결심해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악대학교 뮤직신서시스학과와 뉴욕대학교 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을 떠난 지 7년이 지난 2010년이 돼서야 유학생활이 끝났다.
 
유학 뒤에는 작·편곡뿐만 아니라 소리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디자인하는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한국 전자음악의 한 분야를 개척해 왔다. 특히 신인 일레트로닉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한 리믹스 컴피티션 ‘디지털리언 믹스업’을 비롯해 실력 있는 음악인들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디지털리언 나우’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상명대학교 대학원, 성신여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쳤고, 올해 1학기부터 용인대학교 실용음악과 학과장을 맡으면서 한국 대중음악에 필요한 젊은 기대주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편 ‘예명’을 쓰고 있는 윤 대표의 본명을 모른 채 한 보수단체 대표가 ‘색깔론’ 공세를 펼치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윤 대표의 본명은 이윤상이다.
 
나라사랑바른학부모실천모임 대표로 알려진 방자경 대표는 윤 대표가 내정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문보궐정권은 반 대한민국 세력들과 한편 먹는데 남북실무접촉 남수석대표로 윤상씨라면 김일성찬양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간첩 윤이상, 5·18광주폭동 핵심으로 보상금 받고 월북한 대동고출신 윤기권, 김일성이 북한에서 만든 5.18영화의 주인공 윤상원 이들 중 누구와 가까운 집안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방 대표는 예술단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윤상의 성을 ‘윤’으로 보고 북한과의 연결 고리로 엮기 위해 ‘색깔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윤상의 본명은 이윤상이라는 점에서 ‘실체 없는’ 비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작곡가 김형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방자경 대표의 게시글에 “본명이 이윤상 입니다만”이라고 남기며 반박했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는 간첩 윤이상이 아닌 5·18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 대학가요제 수상자 김종률이 작곡한 곡에 백기완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의 한 부분을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붙인 곡이다.
 
한편 남측 실무접촉 윤 대표와 함께 북측 예술단 대표인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미 현 단장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중 남측을 두 차례나 방문해 공연을 진행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숱한 화제를 낳은 인물이다. ‘북한 문화 실세’로 알려진 현 단장은 당시 남색 코트에 검정 앵클부츠(발목까지 오는 짧은 부츠)를 신고 여우털로 포인트를 준 목도리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현 단장은 1972년생으로 현재 만 45세라는 보도가 있지만,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1994년에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앨범을 3장이나 낸 가수 출신이다. 북한에서는 국보급 예술인 반열에 오른 것으로도 전해졌다. 문화예술계에 실권을 가진 인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음악통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6년에는 보천보전자악단의 단원이자 가수로 데뷔했을 때 ‘준마처녀’(일 잘하는 여성)란 노래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는 데 이로 인해 김정일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단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북한의 걸그룹’을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미니스커트와 탱크탑을 입는 등 기존의 북한 체제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또한 현 단장은 모란봉 악단을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단 이름은 김정은이 평양 시내 모란봉구역에 있는 언덕의 이름을 따 직접 지었다.
 
모란봉 악단은 북한 최고 지도자를 위한 조직으로 대외적으로 북한 체제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모란봉 악단은 북한에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가수와 연주자로 구성됐다. 지방 순회공연 때 벤츠를 타고 이동하는 등 북한에서 초특급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단장은 지난해 10월에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북한 사회에서는 100명 내외로 이뤄진 핵심 엘리트 그룹인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있고 그 밑에 약 100명 정도 되는 그룹인 당 중앙위원회 후보 위원들이 있다. 북한을 이끄는 200여 명의 이 엘리트 집단에 현 단장이 포함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계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원수님 작품 점 하나
못 빼” 중국 공연 취소
 

현 단장은 지난 2015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 시작 3시간을 남기고 공연을 전격 취소하는 등 ‘실세’로서 영향력도 뽐냈다. 북중 관계 악화를 타개하고자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을 방문했지만 중국 측이 공연 배경을 문제 삼자 “원수님 작품에 점 하나 뺄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평양으로 돌아왔다.
 
중국과의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는 것은 김정은의 신뢰가 깊다는 반증이다. 특히 과거 영상에서 임신을 한 채 노래를 불러 결혼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 단장의 남편과 김정은의 인연이 주목받기도 한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낙점되기 전 김정일의 지시로 군에 입대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당시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직속 상관이 현 단장의 남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위 사령부 군관인 현 단장의 남편을 김정은이 맺어줬다는 소문도 있지만 근거가 미약하고 오히려 김정은과 군에서 인연을 맺은 분대장의 부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단장의 남편이 김정은의 최측근 인사라는 소문도 있다.
 
현 단장은 이번 두 차례 방남에 모란봉 악단장 자격이 아닌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직함으로 방문했다. 삼지연악단은 특별 편성된 예술단으로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 삼지연악단, 만수대예술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등 6~7개 예술단의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가 단원이다.
 
모란봉 악단이 UN 제재 대상인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이기 때문에 모란봉 악단은 국내 체류 시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급조된 삼지연 관현악단의 단장을 맡아 방남할 만큼 문화계에서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는 것과 관련 현 단장을 놓고 ‘김정은의 옛 애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와 현 단장의 관계를 볼 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김정일이 2000년대 중반부터 현 단장과 관계를 맺어 왔다는 점에서 현 단장이 김정일의 애첩 출신이 아니냐는 설도 있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평안남도 소식통의 발언을 빌려 “현송월은 2000년경 보천보악단 가수시절 노래 ‘준마처녀’를 멋지게 불러 김정일의 총애를 받은 마지막 애인이었다”면서 “현송월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었다면 리설주가 가만히 안 뒀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단장 김정일-김정은
-리설주 ‘신뢰’ 받아

 
2013년 8월에는 국내 일부 언론이 음란 동영상을 찍은 혐의로 현 단장이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오보로 판명나기도 했다. 현 단장은 이듬해 5월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연설자로 나서면서 건재함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한편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와 현 단장도 친분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설주도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해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지간이다. 또한 이후 두 사람은 은하수 관련 악단에서 만나 돈독한 연을 맺게 됐다. 리설주가 현 단장을 신뢰하고 리설주를 통해서도 김정은과 현 단장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배경이다. 현 단장은 김여정, 리설주와 함께 북한을 움직이는 여성 3인방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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