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에 정한 사유 아닌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 허용 안 돼

사유 해당하더라도 필요한 서류 보관, 분쟁 소지 만들지 말아야
 
2000년 초 설립된 인쇄업체는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7~10년 정도로 꽤 긴 편이며, 주로 40~50대의 남성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임금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아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매월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 지급함으로써 다른 회사에서 지급하는 수준으로 월급을 줬다. 2012년 말경 인쇄업체 사장은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하면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2013년부터는 퇴직금을 제외한 월급을 다시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근로자 대부분이 40~50대로 구성돼 자녀 학자금이나 결혼 자금 등 급전이 필요해 졌고 현재 월급만으로 충당하지 못하다 보니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청했다. 이에 회사는 신청서를 받은 후 퇴직금 일부를 지급하게 됐다. 과연 해당 사례에서 이 사장님이 지급했던 퇴직금에는 법적 문제가 없을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 제8조에서는 근로자의 노후자금으로서의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해 퇴직급여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사유 이외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2012년 7월 26일까지는 근로자의 신청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했던 퇴직금 중간정산이 사실상 금지됐다 .
 
그렇다면 퇴직금 중간정산이 완전히 금지된 것일까. 앞서도 말했듯이, 퇴직급여법 시행령에 때라 예외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 사유들은 다음과 같고 만약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은 효력이 없게 된다.
 
그 구체적인 사유는 ①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②무주택자인 근로자가 거주를 목적으로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단, 한 회사 재직 중에는 1회만 가능함) ③근로자 및 근로자의 배우자, 부양가족이 질병 또는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을 하는 경우 ④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역산해 5년 이내에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⑤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역산해 5년 이내에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⑥회사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을 통해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⑦사용자가 근로자와의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변경해 그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근로자가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중간정산 신청 서류
 
이러한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정하는 일정 양식의 신청서(법으로 정하는 신청서는 없으나 성명, 입사일, 신청사유, 정산기간 등이 포함)를 작성해 회사에 신청하는 경우 중간정산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퇴직금 중간정산은 회사가 해당 근로자의 신청을 받은 경우 반드시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근로자는 회사에 신청서 제출 후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 회사는 신청 근로자로부터 신청서와 그에 따른 입증서류를 받아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5년이 되는 날까지 해당 서류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을 구입해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무주택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현 거주지 주민등록등본, 현 거주지 건물등기부등본, 재산세 미과세 증명서 등)와 주택구입을 증명하는 서류(부동산 매매계약서 등)를 제출해야 하며, 부양가족의 질병으로 인해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에는 부양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족관계 증명서 등)와 질병 및 요양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진단서 등)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경우라면 임금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인 취업규칙,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 등을 함께 보존해야 하며, 소정 근로시간이 줄어든 경우에는 변경 전과 후의 근로계약서 및 급여명세서 등을 보존해야 한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 퇴직금 산정방법은 일반적인 퇴직금 산정방식과 동일하다. 즉, 정산일 이전 3개월분의 임금을 토대로 평균임금을 산정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다만, 특이한 점은 퇴직금 중간정산은 근로자가 원하는 산정기간에 대해만 정산해 주므로 입사일부터 정산일까지 전체 기간을 할 수도 있고 일부 기간에 대해만 정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 입사일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게 되면 퇴직금 산정을 위한 근속기간은 중간정산을 한 날에 입사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다만 실제로 퇴사를 하고 다시 그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에는 1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퇴직을 하면 퇴직금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반면(왜냐하면 퇴직금은 1년 이상 근속한 경우에만 지급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 중간정산을 한 이후 1년이 되기 전에 그만두게 돼 잔여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 되더라도 해당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추가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한편, 퇴직금 중간정산은 퇴직금에 대한 부분만 정산하는 것이므로 연차유급휴가를 산정하기 위한 근속기간은 최초 입사일부터 산정하게 되며, 4대보험도 상실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필요도 없다.
 
퇴직금 지급의 효력
 
다시 앞선 사례로 돌아가게 되면, 문제되는 부분은 ①퇴직금을 연봉에 포함(매월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있는지와 ②2012년 7월 26일 이후 퇴직급여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사유 이외의 사유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경우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다.
 
첫 번째 문제는 2012년 7월 26일 이전 퇴직금 중간정산은 근로자의 신청이 있으면 가능하므로 연봉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도 일정 부분 효력이 있을 수 있으나 위 사례처럼 근로자의 신청이 없거나 정확한 금액을 산출하지 않고 임의로 월급에 포함해 지급한 경우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이 없으므로 근로자는 퇴직 시에 퇴직금을 추가로 청구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관련 법령에서 정하지 않은 사유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경우인데, 이러한 경우 관련 법령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이 있지는 않지만 퇴직금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중간정산 자체는 무효가 되므로 이후 퇴직금 청구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봉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이라도 반드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며, 법령에서 정한 사유가 아닌 경우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중간정산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서류를 받아 두어 분쟁의 소지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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