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선 약 아니지만 구조개선 효과 입증에 총력…무슨 일?

치료 환자 수백 명 효과 미 입증 시 ‘희망고문’ 논란
 
사측 “통증 완화·개선 목적, 연골 재생 가능성 있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숙원사업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의 미래성장 핵심 동력으로 개발에만 20년에 걸쳐 수백억 원이 투자됐으며 이 회장의 네 번째 자식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유전자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연골 재생 즉, 구조 개선 목적이 아닌 통증 완화·개선 목적으로 허가받으며 인보사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 이 회장의 숙원사업의 성공 여부는 미국 3상에서 ‘연골 재생’ 효과 입증 여부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지만 이 역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는 통증 완화·개선 목적이며 연골재생은 가능성이 있다 정도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다. 이 회장은 인보사에만 올해로 20년째 투자를 이어가며 노력의 결실을 맺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노력의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은 험난해 보인다. 식약처의 연골재생 미 입증에 이어 미국에서도 ‘연골재생’ 효과 입증이 안 될 경우 이 회장의 숙원사업이 자칫 미완의 사업, 실패한 사업으로 돌아갈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이에 이 회장은 미국 3상에서 ‘연골재생’의 효과 입증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이 결과에 따라 숙원사업의 성공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인보사에 이 같은 장기적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회장은 일찌감치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미래성장 핵심동력으로 키워 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 회장은 1999년에 미국 메릴랜드주에 티슈진(바이오사업 전담)을 창업했고 2000년에는 한국에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을 설립하며 그룹의 단기적 성장이 아닌 장기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6년을 기점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지목했고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유행어처럼 회자되며 끊임없는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산업으로 제약·바이오가 꼽혔다. 이 회장의 안목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보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지난해 식약처의 판매허가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 회장 노력의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식약처의 판매 허가 이전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평균 17만 원선을 유지했다.
 
예상치 못한 악재
 

하지만 코오롱은 예상치 못한 악재에 맞닥뜨렸다. 식약처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유전자치료제 신약 ‘인보사케이주’를 7월 12일 허가한다고 밝혔지만 손상된 연골 재생 등 구조개선 효과는 MRI 등을 통해 확인 시 대조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연골재생’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오롱 측은 아예 처음부터 구조개선 입증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조개선을 목표로 승인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거(구조개선)에 대한 검증 절차는 아예 없었다. 구조개선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차이를 보도록 디자인(검증설계)이 되지 않았다”며 “기획하지 않았지만 정말 효과가 엄청나게 좋으면 사후적으로 보일 수는 있다. 다만 원래 목표 자체가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인정되지 않았다고 표현한 거다”라고 말했다.
 
인보사가 유전자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연골 재생’과 같은 구조개선이 아닌 통증 완화 목적으로 허가받아 그 효과에 대해 물음표가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
 
식약처의 발표는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 12일 전일 대비 15.8%(2만7700원) 하락해 종가 기준 14만7200원을 기록했으며, 이후 하락세가 계속돼 지난 21일 종가 기준 9만1800원까지 하락했다.
 
사태 진압 나서
 
주가하락과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자 코오롱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임상 3상 계획을 발표하며 사태 진압에 나선 것. 임상 3상 핵심은 다시 한번 인보사의 통증 완화 효과와 기능적인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한편 연골 재생 효과도 반드시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 최초로 인보사가 디모드(DMOAD)로 입증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모드는 단순 통증완화를 넘어 골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회복시켜 골관절염의 원인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를 말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를 두고 구조개선 약은 아니지만 구조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효과 입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식약처의 허가와 관련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며 “메인은 통증 완화 및 개선이다. 특정 부분(구조개선)에 대해 처음부터 설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보사는 구조개선에 대해서는 다른 임상으로 밝히겠다고 이미 식약처에 밝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인보사는 ‘구조개선’ 약이 아니다. 다만 2차(구조개선)에 대한 가능성을 본거다. 약 자체는 2차에 대해서는 적용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미국 3상 임상에서 ‘연골재생’ 효과가 입증 가능성에 대해 사측의 입장을 묻자 “저희 구조개선에 대한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실패에 따른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주주들과 관계자들은 이 회장을 단두대에 올릴 것이다.
 
한편 인보사는 2017년 허가 이후 시판 2개월 만에 치료 환자가 200여 명으로 조사됐다. 그들의 1차적 목표는 무릎 통증 완화·개선 목적으로 인보사 치료를 받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술 없는 ‘연골재생’이라는 기대심리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가 입증 되지 않으면 ‘희망고문’이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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