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검찰에 소환되던 날, 또 그 전날 풍광이 1년 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완전 대조되는 그림을 나타냈다. 검찰 소환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은 글자그대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꾸로 ‘MB구속’ 피켓을 든 시위자 두 명이 보였을 뿐이다. 
소환되는 당일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만 북적댔을 뿐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인근 거리 한복판에 ‘감옥가기 딱 좋은 날’이라고 비아냥대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 골목은 소환 전날과 당일 모두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동네가 떠나갈 듯 “박근혜 대통령 무죄!” “구속 불가!”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삼성동 골목을 뜨겁게 달궜다.
둘 다 같은 보수진영 출신 대통령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에 관해서는 물론 두 사람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박정희’로부터 보수 적통을 이어받은 박 전 대통령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견고한 열혈 지지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른바 ‘팬덤’의 결집력이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누적 경기 침체로 인한 유권자들의 정권교체 심리가 어느 때보다 강해서 본선은 비교적 여유 있게 대통령에 당선됐기에 열혈 지지층이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에 대한 보수층의 싸늘한 시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한국당을 구성하고 있는 핵심 그룹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보다는 국회 결정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사실상 탄핵정국을 선도했다.   
그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제 한 몸 살아남기 위해 온갖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일삼으며 탈당과 복당을 밥 먹듯 하는 작태를 보였다. 복당한 뒤에는 신(新) 구태세력과 야합하여 이미 오합지졸(烏合之卒)이 돼버린 친박 세력을 간단히 제압하고 당의 전면에 나서는 뻔뻔함을 보여주었다. 탄핵정국에 대해 함께 책임지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판국에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 없다며 손을 씻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 ‘한풀이 정치’로 몰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의 지렛대로 삼는 한심한 행태를 보였다. 가뜩이나 보수 궤멸의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의 괴물(?) 같은 정치적 행보에 보수층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소환 과정에서 보여준 보수층의 냉담한 반응은 바로 그 분노의 표시였다. 
이는 한국당 지지율이 여전히 민주당의 반쪽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수의 심장인 대구 경북에서마저 과거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탄핵정국과 보수 분열의 또한 책임자인 바른미래당에 대한 지지율을 보더라도 보수층의 분노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이 TK(대구·경북)에서 받고 있는 푸대접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라는 시민들의 한마디로 집약된다.  
그런데도 이들은 작금의 현상에서 본질을 찾지 못한 채 ‘정치보복’과 같은 낡은 프레임으로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무망한 짓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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