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월26일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세 차례로 나눠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은 집권당의 정강(政綱)과 이념 표출로 그쳤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 조건을 규정하는 법이고 다른 법률이나 명령에 의해 변경될 수 없는 국가 최고의 법이다. 특정 세력을 위한 법이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내놓은 ‘대통령 개헌안’은 집권세력의 좌편향 정강과 이념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은 국가권력 구조에서 대통령 중심제와 4년 중임제를 선택 했다. 대통령 중임제는 장단점을 함께 한다는 데서 좋다 나쁘다 속단할 수 없다. 앞으로 공청회와 국회 토의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다.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은 전문(前文)에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을 끼워 넣었다는데서 국민적 반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현행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주의 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 개헌안’은 거기에 ‘부마 항쟁, 5.18 민주화 항쟁, 6.10 항쟁의 민주이념을 추가’한다며 사족을 달았다. 이미 헌법 전문에는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주의’ 항쟁이 명시된 터이므로 부마·5.18·6.10 항쟁을 혹처럼 덧붙일 필요가 없다. 세 항쟁들은 ‘4.19 민주주의 이념을 계승’한 항쟁들이었다는 데서 4.19 민주화 항쟁 하나만으로 족하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선 부마·5.18·6.10 항쟁 같이 ‘4.19 민주주의 이념을 계승한’ 항쟁들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항쟁이 일어날 때 마다 뒤를 이어 헌법 전문에 추가로 끼워 넣어야 한다면 작년의 촛불 항쟁도 집어넣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헌법 전문은 항쟁 사건들마다 나열하는 항쟁 나열 서문이 되고 만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헌법 전문에 ‘촛불 시민혁명’을 삽입키로 했었지만, 아직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아” 보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시위가 보장된 자유민주 국가이다. 앞으로도 ‘불의에 항거한 민주화 항쟁’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일어날 수 있다. 상상컨대 ‘태극기 항쟁’도 ‘서울 항쟁’도 벌어질 수 있다. 이것들도 발생한다면 헌법 전문에 죄다 집어넣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 전문에는 민주화 혁명의 근간인 4.19 항쟁 하나 기재만으로 족하다. 헌법 전문에 부마·5.18·60 항쟁을 나열할 경우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항쟁’으로 들끓던 국가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개헌안에 세 항쟁을 삽입코자 한 데는 까닭이 있는 듯 싶다. 문 정권이 민주화 세력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도 ‘대통령 개헌안’은 국민의 기본권 분야에서 노동권을 크게 강화시켰다. 현행 헌법에 등장하는 ‘근로’는 노조 등이 바라는 대로 ‘노동’으로 대체했다. 또 노동자가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파업 같은 단체행동권도 갖게 했다. 그동안 금지되었던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토지 공개념’도 도입했다. 국가가 개인소유 토지에 대해 권리를 제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토지 공개념’은 자유민주 국가 어디에서도 헌법에 규정한 사례가 없다. 
저와 같은 ‘대통령 개헌안’은 국가의 기본 틀 이라기보다는 집권 세력의 좌편향 정강과 이념을 시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헌법은 특정 권력의 정강이나 이념 도구가 아니다. 지난 9 차례에 걸친 개헌들이 얼마 못가 개정되어야 하는 악순환을 거쳐야 했던 것도 거의 다 집권세력을 위한 개헌으로 그친 탓이었다. 국가 백년대계가 아니라 집권세력만을 위한 개헌이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지 못했고 집권 세력에 의한 집권 세력의 개헌으로 그쳤다. 헌법은 국가 존립의 기본적 조건을 규정하는 근본법 이이어야 한다. 개헌은 개별 정당의 당리정략보다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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