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민주당 대표체제의 출범과 함께 고개를 들고 있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재결합론. “분당상태에서 총선이 치러지면 둘 다 죽는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재결합론 주장이 서서히 불거져 나오고 있다.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은 이미 재통합론을 역설하고 나선 상태. 분당 당시 조대표가 화해와 통합을 주장했었다는 점에서 재통합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이 갖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양당 일각에서는 조대표가 재통합의 중간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결합 기대에 조대표는 “공멸의 위기가 있더라도 (분당 사태는)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재결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양당간 재결합론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설훈·조성준 의원과 탈당한 정범구 의원이 앞장서서 재통합론을 펴고 있고, 열린우리당에선 정대철 의원이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통합을 바라는 의원은 민주당보다 열린우리당 쪽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과의 합당론, 민주당 복귀론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친노그룹에 소외된 의원들은 “DJ의 햇볕정책이나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지 않으면 이 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 등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한 의원은 “양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비숫하고, 지지세력이 같은데 따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지는 전쟁인줄 알면서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며 “수도권 같은 경우 한나라당에 의석을 갖다 바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수도권은 박빙의 표차로 승부가 갈라졌다. 따라서 3당체제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수도권 의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양당이 다시 합친다면 국민들도 실수를 용납할 것” 이라며 재결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분당, 재합당 상황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으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조대표 생각대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만에 당을 분리시켰다가 총선 때문에 정략으로 합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양당간 감정대립이 극에 달했다는 점도 재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두 당이다. 상대 당을 폭로하는 수준이 이미 도를 넘어셨기 때문이다. 재결합론을 펴고 있는 양당 의원들은 조대표가 통합을 기치로 한 재결합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조대표가 연합공천이나 재결합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도 불구, 입장선회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재결합론자들은 12월 중에 이를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재결합을 반대하는 세력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호남파 의원들이나 열린우리당의 영남파 인사들은 재결합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총선 이해관계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총선이 불과 5개월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양당의 재결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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