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시진핑·푸틴이 관장하는 중·러

중국, 일대일로 차원에서 군대 해외 파병 준비
러시아, 중동 미 동맹국들 파고들며 군비 증강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5월로 예정된 미국-북한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라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이론으로 유명한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 강연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특별강연 ‘중국의 부상(浮上)과 한미관계의 미래’에서 “핵 보유는 북한 관점에서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전제하고 “김정은은 트럼프를 믿을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들을 갖고 있는데 북한이 왜 핵을 포기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어샤이머가 주창하는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은 국가들이 세력 균형에 만족하지 않고 상대적 측면에서 다른 나라를 완전히 압도하려고 한다는 게 주된 논지(論旨)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미어샤이머 교수는 2004년 자신의 대표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위험한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동맹 구조, 세력 균형, 강대국의 행동, 핵무기 등의 길고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한국 강연 후 지난 22일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패권국가가 된 중국에 한국이 편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한국은 ‘반(半)주권 국가(semi-sovereign state)'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주권국가는 중국의 식민지를 의미하나?”라는 기자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자율성을 가지지만, 외교·안보 면에서는 마음대로 못하고 중국의 조종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이라는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된 러시아가 중국처럼 한반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쇠퇴하고 있는 러시아가 과거의 소련이 될 가능성은 없다. 중국의 부상만이 동북아에서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표결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각각 쉽게 연임에 성공했다. 시 주석은 향후 5년 더 주석직을 보장받았다. 전인대는 지난 11일 국가 주석 임기 3연임 이상 금지 조항을 폐기하는 개헌안도 통과시켰다. 이로써 시 주석은 2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3년 이후에도 무기한으로 주석 자리에 머무르게 되는 사실상 종신집권 체제를 갖추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로써 푸틴은 6년 임기 대통령직 연임이 확정돼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됐다. 푸틴은 2000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했으며 헌법상 ‘3연임 금지’ 규정에 걸려 2008년 총리로 물러났다. 총리 재직 중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개헌을 단행해 2012년 대선에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현재까지 대통령직을 잇고 있다. 러시아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으로 인해 푸틴은 2024년에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시진핑의 경우 연임 성공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국가 주석 임기 제한 철폐를 이뤄 내 권력이 더 막강해졌으며, 푸틴의 경우 그가 이번 선거에서 확보한 높은 지지는 이미 탄탄한 푸틴의 권력 기반을 더 공고하게 만들어 줬다.
시진핑과 푸틴, 이 두 강력한 지도자는 세계 차원의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이라는 면에서 미국에 가장 강력한 도전인 두 국가를 관장한다. 모스크바와 베이징 모두 해외에서 미국의 야망을 견제하기를 모색하는 가운데, 두 나라는 상호 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면서 이번 3월 중순의 연속적인 승리 후 푸틴과 시진핑은 서로 축하를 주고받았다. 푸틴은 지난 17일 시진핑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중국 전인대의 이번 결정은 귀하의 위대한 권위에 대한 또 다른 증명이자, 국가의 역동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을 확립하고 세계무대에서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귀하의 노력에 대한 인정이 됐다”고 치하했다. 그 다음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차이나데일리에 보도된, 푸틴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시진핑은 “현재 중국-러시아 간 포괄적·전략적·협력적 동반자 관계는 사상 최고 수준이며, 이는 상호존중, 공정 및 정의, 협력과 전승적(全勝的) 성과, 그리고 인류를 위한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관계 구축의 본보기가 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러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계속 끌어올리고, 양국의 국가 발전에 추진력을 제공하며,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은 러시아와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와 3위의 군사대국으로 꼽힌다. 푸틴은 2001년 중국과 새 조약을 맺었으며 러·중 관계는 2013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계속 강화돼 왔다.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은 러시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는 것을 포함해 그들 국가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난해 왔다. 미국을 맹주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는 앞 다퉈 군비를 증강하고, 상대방을 적(敵)으로 상정해 광범한 지역에 걸쳐 군사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러시아는 중동의 미 동맹국들을 파고들어 이들과 이미 수지맞는 거래를 성사시켰으며, 2011년부터 내전이 지루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미국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투사해 오고 있다. 푸틴과 마찬가지로 시진핑 또한 중국군 현대화에 착수했지만, 그는 이것을 그의 야심적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부로 파악한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지칭하며 2013년 시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중국군은 일대일로 차원에서 병력 해외 파병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파병 대상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이익이 뻗친 지역에 초점을 맞춘다. 아직은 미국의 국방예산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그것을 크게 앞서지만, 정치·경제적 영향력의 서방에서 동방으로의 이동은 러시아와 중국의 약진을 예고한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찰스 A. 쿠프찬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차원의 영향력이 재균형 잡기를 겪으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방위산업이 미국을 따라잡기 시작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고 뉴스위크에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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