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우리은행장 심상치 않은 행보
박해춘 우리은행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박 행장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업무를 챙기는 등 왕성한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서실은 물론 임직원들의 출근시간도 앞당겨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구조조정 전문가’답게 앞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박 행장은 최근 우리은행 홍보팀부장을 교체하는 등 사내 시스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지난 3월 선임 직후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실제 노조의 반발로 3일간 은행에 출근하지 못했을 정도다. 노조는 박 행장의 선임에 대해 표면적으로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노조측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조가 이처럼 박 행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것은 그가 ‘구조조정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LG카드 등 한때 ‘만신창이’가 됐던 회사들을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정상화했다. 이에 노조측은 박 행장에 대한 반감이 컸다.

그러나 노조측은 인적 구조조정 지양과 고용안정, 외부인사의 무분별한 영입 자제, 협력적 노사문화 정착 등을 약속받고 박 행장의 출근에 대해 사측과 합의를 봤다.

이에 대해 박 행장도 “나는 사람잡는 XX가 아니다. 사람보다는 시스템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들 상당수는 조만간 ‘차가운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박 행장이 사내 시스템에 대해 손을 대기 시작했다. 우선, 타깃으로 떠오른 것은 홍보와 기획시스템. 박 행장은 지난달 초 우리은행 홍보기획팀 직원들을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LG카드로 보내, 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박 행장이 우리은행 홍보·기획분야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최근 박 행장은 우리은행
홍보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 행장은 홍보팀 A부장을 크게 꾸짖었다는 것. A부장은 이 자리에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기자간담회가 길어지자,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빨리 간담회 자리를 마무리하려 했다. A부장은 박 행장의 다음 일정 등을 고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행장이 이를 크게 질타하며, A부장을 노골적으로 꾸짖었다. 이 사건이 있은 직후 A부장은 일선 영업점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A부장에 대해 크게 꾸짖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인사와 연계 짓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A부장에 대한 인사는 통상적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홍보·기획분야 뿐 아니라 박 행장이 앞으로 인력 스카우트에 적극 나서 사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조마간 LG카드 등 다른 카드회사로부터 가드사업 확장 등을 담당한 임직원을 스카우트해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 행장은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의 능력 있는 인사들을 영입한 바 있다. 박 행장은 이전에 서울보증 사장에서 LG카드로 옮겼을 때도 서울보증, 삼성 등에서 우수 인재를 LG카드로 영입했다.

최근 이런 기류가 우리은행에도 흐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박 행장은 서울보증·LG카드 때 데리고 있던 여비서를 우리은행으로 영입했다. 또 조만간 LG카드 B전 부사장을 카드담당 부행장으로 영입할 것이란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여비서 등을 데리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외부인사의 영입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 부·차장급 중견사원들은 구조조정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해 6월 관리직 노조를 설립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리직 노조는 고용불안, 처우악화 등에 반발해 결성됐으며 부지점장급 직원 1,0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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