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특별법’ 발의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 인터뷰
몇 해 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대형유통마트는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매개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한편에는 대형마트 주변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설움이 서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마트의 폐해를 지적하는 영세 상인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자 여러 국회의원들이 대형마트의 영업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상인들을 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부와 유통업체 등의 이해관계로 인해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통과된 적이 없었다. 최근 들어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이 ‘재래시장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8일 이의원을 만나 이번 법안의 목적과 그동안 발의됐던 다른 법안들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원영 의원의 지역구인 광명시는 신세계 이마트가 점포 규모를 줄여 ‘미니이마트’란 이름으로 몇 개월 전 전국에서 처음 입점한 곳이다. 미니이마트는 광명시장 바로 앞에 들어서 이 지역 영세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상인들의 우려대로 이 지역 재래시장의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상점의 30% 정도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미니이마트는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신세계 측에서는 일종의 ‘히든카드’인 셈이다. 현재 수도권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면적 3,000㎡ 이
상)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러 기업 측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 필요했고 광명의 미니이마트는 그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은 그동안 인구수가 너무 적어 입점하지 않았던 중소도시들을 뚫을 새로운 카드를 미니이마트와 같은 소규모 매장으로 보고 있다. 도시보다 재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은 지방 중소도시들에는 치명타인 셈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이원영 의원은 기존의 법안과는 차별화된 법안으로 재래시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재래시장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유사한 기존 법안들이 많았다. 이번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 광명 같은 경우 재래시장의 바로 앞에 미니이마트가 들어섰다. 이 때문에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상점의 1/3 정도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모종의 대책을 세워 재래시장 상인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유사한 기존 법안들이 8개나 발의돼 있다. 이 법안들과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 기존에 발의된 유통산업 발전법은 유통산업 전반적인 것을 다룬 아주 포괄적인 법률이다. 때문에 백화점이나 유통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어 통과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발의한 ‘재래시장 유통법 개정안’은 유통산업 발전법보다 범위를 더욱 줄인 것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재래시장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다.

- 구체적 내용은.
▲ 기존의 법안들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을 해당도시 인구나 매장의 면적 등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보다 구체적으로 입점하고자 하는 점포가 이미 등록된 대규모점포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매장면적의 합계가 1,000㎡미터 이상인 점포를 대형마트로 규정했다. 상표와 매장면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한 이 대규모 점포들은 재래시장의 경계지점으로부터 500m 이내에는 입점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 소비자들이 더 싸고 좋은 것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제도만으로 재래시장을 도울 수 없다고 본다.
▲ 물론이다. 이번 법안은 2016년까지 효력을 갖는 한시적 법안이다. 재래시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를 때까지만 제도로 돕는 것이지 그 이상은 어쩔 수 없다. 따라서 재래시장 상인들도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들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 그렇다고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도 자본주의적 발상은 아닌 것 같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령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는 대형마트는 도심 외곽으로 유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을 수 있도록, 주거지 근처에 남아있는 재래시장은 소비자들이 언제라도 편하게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재래시장에는 분명히 대형마트에는 없는 정겨움이 있지 않은가.(웃음)

- 정부에서는 이런 법안들이 불공정행위로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서 반대가 심하다.
▲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자국의 영세상인들을 보호하는 법이 있다. 다만 외국기업과 국내기업 간의 차별이 있다면 이는 불공정행위에 해당돼 제소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번 법안은 외국계 대형마트나 국내기업이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 기존의 법안들이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의원들이 이번 법안에 대해 많이 공감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도 자기 회사의 이익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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