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친정체제 강화
서울증권을 인수한 유진그룹이 본격적인 ‘친정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는 재계를 중심으로 오너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건 오직 ‘피붙이’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서울증권 조직개편을 통해 자신의 셋째 동생인 유창수 고려시멘트 대표를 서울증권 부회장직에 임명하고, 넷째 동생인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를 서울증권 부사장으로 내정할 것을 고심중에 있다. 말 그대로 본격적인 ‘유진형 기업 만들기’에 돌입한 셈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유진그룹 측의 이 같은 ‘파격 인사’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증권업 경험이 전무한 이들 유씨 형제가 서울증권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느냐는 것. 심지어 ‘자칫 잘못했다간 배(서울증권이)가 산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유진그룹이 서울증권 경영진을 새롭게 짜면서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친인척들이 서울증권 경영진에 대거 포진되면서 친정체제로 전환, 서울증권의 새로운 도약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영권 안정·친정체제 강화

유진그룹은 최근 서울증권 경영진에 유경선 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인 유창수 고려시멘트 대표를 서울증권 부회장으로 내정, 향후 서울증권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했다. 또한 유진그룹은 유 회장의 넷째 동생인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를 서울증권 부사장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동안 서울증권은 새로운 경영진 구축과 관련, 유진그룹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들이 심심찮게 거론돼 왔었다. 하지만 유 회장의 형제들이 서울증권 전면에 배치되면서 결국 오너일가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현 서울증권 강찬수 대표이사 회장 또한 현재로선 단독으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서울증권 정관상 2인 이상의 대표이사를 둘 수 있어 향후 유진측 인사와 공동대표를 맡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회장의 법적 임기는 3년. 하지만 최근 자신의 지분 대부분을 유진그룹에 넘긴 만큼 서울증권 잔류 여부가 유동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강 회장은 서울증권 주식 429만주를 유진기업에 매각, 1.75%였던 지분율이 0.16%로 낮아졌다.

이 외에도 박광준 전 CJ투자증권 법인영업 전무가 서울증권 부사장으로 내정돼 기존 법인영업 외에 리서치 부문도 담당하게 됐다.

유진그룹 중심인물이 서울증권을 장악하면서 ‘유진증권 탄생’에 신호탄을 울렸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유창수 고려시멘트 대표와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는 증권업과는 전혀 무관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씨 형제, 증권경험 전무

현 유진그룹 업무총괄 및 고려시멘트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유창수 대표는 한화그룹 한양유통부설 유통경제 연구소를 시작으로 영양제과 대표이사, 이순산업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유순태 대표는 유진종합개발에 처음 입사해 드림씨티방송, 영양제과 등을 거쳐 현재 EM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다. 두 형제 모두 증권업을 포함해 금융권의 경력은 전무하다.

이와 관련,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창수 고려시멘트 대표의 경우 서울증권 부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확실하지만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서 가타부타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유창수 대표가 증권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경영자질에 대해 말이 많은데 유 대표
는 건설·시멘트 사업을 했을 때 재무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 서울증권 부회장직에 임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그룹내 금융업 계열사가 없었기 때문에 재무관련 전문가인 유 대표가 서울증권으로 간 것일 뿐 항간에 떠도는 친정체제 구축이란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유 대표가 데스크 창구에 앉아 개미 투자자를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증권을 경영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업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서울증권 경영진으로 포진되면서 서울증권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등으로 증권업계의 대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아닌 친정체제 구축은 서울증권의 경쟁력을 저해시킬 수도 있다는 견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EO가 모든 업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증권업계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민감한 업종인데다 큰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증권업과 무관한 인사들에게 회사를 맡기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다른 몇몇 증권사 중에도 오너의 아들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증권사에 입사해 다년간 업무를 익혀왔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증권의 친정체제 구축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통법으로 증권업계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 전문가들도 풀기 쉽지 않은 과제를 이들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미지수”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러한 증권업계의 반응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창수 부회장을 제외한 강찬수 서울증권 사장이나 새로 영입한 박광준 부사장의 경우 증권업계선 알아주는 전문가들”이라며 “유창수 부회장과 박광준 부사장의 경영참여를 계기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유진그룹은 지난달 말 서울증권 지분 25% 이상을 취득, 그룹 계열사 편입을 마침으로써 서울증권 인수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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