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사업실패 전격 ‘경영권 승계 빨간 불’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이자 CC0(최고고객관리 책임자)이며 차기 삼성호(號)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인 이재용 전무에 대한 경영자질론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 전무가 등기이사로 있는 S-LCD가 이제 겨우 만성적자에서 벗어났으나 삼성전자 1/4분기 영업이익이 4년 만에 최악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40인치 이상 대형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S-LCD의 수익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LCD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2004년 255억원, 2005년 2,136억원의 순손실을 보았고 작년에야 비로소 1,1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제 겨우 만성적자를 모면한 것이다. 삼성의 특별 관리 속에서 능력 검증보다는 경영권 승계를 덜기 위해 어떠한 책임도 주지 않아 ‘구름위의 왕자’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이 전무.
삼성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삼성공화국을 이끌어냈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외동아들로 자라 다른 경쟁자 없이 자라온 이 전무에게 손쉽게 황제 자리를 물러주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있다.
자질론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호 예비황태자인 이 전무는 과연 봉착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건희 회장의 지론인 창조경영의 핵심을 비켜갈 것인가? 재계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올 초(최고 고객 책임자 (CCO :Chief Communication Officer)라는 국내에선 생소한 직책을 맡았다. 국내외 주요한 기업에서는 이러한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CCO는 냉정하게 말하면 기업의 홍보담당 임원으로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위한 홍보책임자인 것이다. 삼성에서는 “해외 대형 거래선, 주요 협력회사, 주주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강화하는 중책이다” 며 “삼성전자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글로벌 고객들의 니즈(수요)를 파악하고 경영 수업을 쌓는 일환”이라고 밝혔다.

결국 삼성에서 이 전무를 위해 마련한 특수한 보직, 위인설관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외 최고 책임자들과 만나며 화려한 조명을 받는 자리이지만 중책이라는 명함에 비해 책임질 일은 거의 없어 부담이 없다.


문제의 CCO라는 직책

이는 삼성이 이 전무에게 경영 능력 검증보다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어떠한 구설수에도 휘말리지 않고 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무한경쟁의 글로벌시장에서 자칫 이 전무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밀려올 시나리오를 세밀하게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실적에 따라 경영승계에 지장이 올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CCO는 소니·델·애플·IBM·노키아·퀄컴·타임워너 등 주요 글로벌 기업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어 삼성그룹 내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곧 대내적으론 회사의 장악력을, 대외적으로는 이 전무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으며 실적악화에 대한 부담이 없어 1석 3조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무관의 제왕으로 이건희 회장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가장 빛나는 감투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 전무는 인터넷 열풍이 몰아쳤던 지난 2000년 인터넷 회사 설립에 참여, 최대주주로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e삼성, e삼성인터내셔널, 가치네트 시큐아이닷컴 등 14개 회사다. 특히 e삼성은 삼성그룹의 인터넷 사업 핵심으로 2000년 5월부터 7월까지 2개월 동안 10여개의 인터넷 기업을 설립했다.

그러나 거품처럼 일어났던 닷컴 기업이 몰락하면서 자본잠식이 회복불가의 지경에 이르자 이 전무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 SDI , 제일기획, 삼성전기 등의 주식을 삼성의 우량계열사들이 나서 떠안았다. 당시 삼성그룹 계열사의 손실은 380억원으로 추정된다.

결국 삼성 계열사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하나로 추진된 인터넷 사업실패에 따른 손실과 사회적 명성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이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따른 리스크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안 되면 계열회사가 잘되면 이 전무 덕?

또한 최근 흑자를 기록한 S-LCD의 경우도 설립 3년이 되어서야 적자를 면하고 1,14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사실 총액으로 따지면 아직 적자 운영인 S-LCD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전무의 탁월한 경영관리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 주변에서는 S-LCD가 이 전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영성적표 관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풍문이 돌고 있다.

최근 최고 고객책임자를 맡아 활동의 폭을 넓히며 외신과 언론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이 전무에게 경영능력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전무에 대해서 그룹차원에서 심한 보호막이 있어 객관적인 검증의 기회가 없다”며 “잘 되면 이 전무의 뛰어난 경영능력처럼 포장하고 실패하게 되면 주변 시장환경 탓을 하며 그룹 계열사에 희생을 감내하라는 방식은 인재경영을 중요시하는 삼성의 경영방침을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삼성 이재용 특별 관리

이처럼 유별나게 ‘밀착마크’를 강행하는 삼성그룹의 이 전무 관리법은 혀를 두르게 한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홍보시스템e 비밀스럽고 조심스럽다.

지난 1월 17일 전 세계 250명 차세대지도자들을 뽑는 다보스 포럼에서 이 전무가 탈락되었다가 2달여가 지난 뒤인 3월 5일에서야 홈페이지에 살며시 이름이 올랐다.

국제적인 검증절차에서 망신을 떨었다는 비아냥 속에 뒤늦게 뽑히게 된 배경에 삼성그룹차원에서의 뒷수습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 차원의 이 전무 관리는 철저하기로 소문나 있다.

또한 언론에 알려진 사실도 거의 없다. 그저 철저하게 정화되어 전달된 것뿐이다. 그러나 삼성은 후계자와 관련해 차기회장에 이 전무라는 공식이 성립되도록 그룹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이 이끌 삼성호의 출항을 알리는 초시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전문경영인이라는 말은 전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싶어 하는 삼성에는 대내외적으로 가장 비밀스러운 함구령이다.

이재용호의 출항을 알리는 고동소리는 겉으로 안전하게 보인다. 경쟁자도 없다. 그래서 삼성은 매우 고요한 정중동의 상황이다.

블루오션에 익숙해진 대한민국 재계 최고의 황태자 이재용 전무가 앞으로 무한경쟁의 레드오션의 장막을 헤치고 경영 능력을 검증 받고, 스스로
블루오션을 개척할 지 지켜볼 일이다.


#블루오션전략 [blue ocean strategy]
새로운 시장은 차별화와 저비용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가치의 비약적 증진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다른 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무경쟁 시장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치열한 경쟁시장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 곧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내는 전략을 말한다.


##CCO [Chief Communication Officer]
홍보가치가 높아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기업의 홍보담당.
2000년 이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홍보야말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경영전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새롭게 도입하기 시작한 직책이다. 기업경영과 홍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는데, 기업마다 대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유능한 홍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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