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부터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권에는 수많은 실세들이 절대 권력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렸다.하지만 이들 권력 실세들은 한결같이 다음 정권때 영어의 몸이 돼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줬다. 또 이들은 수감생활이나 권력의 뒤안길에서 자신들의 회한이나 억울함을 내포한 어록을 남겼다.‘6공 황태자’로 통했던 박철언 전의원은 93년 5월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보좌관을 통해 “새벽이 왔다고 소리치면서 닭의 목을 왜 비트는지 모르겠다”며 YS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79년 YS가 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말한 것을 빗대 자신이 정치적으로 희생됐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YS의 금고지기로 통했던 홍인길 전 의원은 97년 구속되면서 “나는 깃털에 지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형이 확정된 뒤 98년 8월 모친의 건강 악화로 형집행정지로 잠시 출소한 그는 “누군가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다시 음식으로 만들 수 없다”며 YS에 대한 서운함을 누그러뜨렸다. 또 YS의 차남 현철씨는 한보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나는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현철씨는 시간이 지나자 “법이 무섭긴 무섭군요”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고, 재판 과정에서는 “단 물 빨던 놈들 다 어디 갔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2002년 5월 진승현게이트에 연루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권노갑 전민주당고문도 “나의 결백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장세동 전안기부장과 박지원 전청와대비서실장은 주군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엿볼 수 있는 말을 남겼다.장 전부장이 남긴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전두환 전대통령)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말은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박 전실장도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억울한 점은 없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말해 DJ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했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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