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황제 이건희 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회장의 말 한 마디에 ‘한국경제 위기론’이 나오고, 이 회장이 즐겨 사용하는 ‘명품 제품’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이 사들인 토지의 경우, 인근 땅값이 폭등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건희 효과’라는 말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국내 최대 갑부인 이 회장의 위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말이나 행동 등에 대한 차분한 평가 없이 막연한 기대감과 동경심을 갖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언론과 인터넷상에서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2014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활동 당시 이 회장이 머리에 쓴 귀마개 때문이다.
250여만원짜리 명품 귀마개를 쓴 이 회장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언론과 인터넷상에 화제가 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회장의 귀마개 패션을 보도했고, 이에 따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집중

이 회장의 귀마개 패션이 주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가 됐고, 네티즌들의 찬반양론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일부 네티즌들은 “귀엽다”, “엽기토끼”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꼬집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이 회장이 워낙 초일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사적인 생활도 명품을 좋아하나 보다”며 “양극화가 사회문제일 때 이런 보도를 접하면, 기업 이미지도 나빠진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또 ‘이 회장의 와인사랑’도 화제다. 지난 1월말 전경련 회장단 만찬에서 이 회장은 준비에도 없던 ‘샤토 라투르 1982’를 내놔 좌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샤토 라투르’는 이후 강남 와인숍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와인 애호가인 이 회장이 즐겨 마시거나 삼성 임직원들에게 선물한 와인의 경우, 그 때마다 와인 가격이 껑충 뛰거나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이건희 와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여기에 미국 암 치료 전문병원 MD앤더슨암센터가 인천 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들어설 계획이라는 것도, 이 회장과 인연으로 인해 뉴스의 초점이 됐다. 이 병원은 이 회장이 2000년 폐암 치료를 받으면서 국내에도 알려진 병원이다. 이에 언론들은 ‘이 회장이 치료한 병원’이라는 점을 강
조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처럼, 이 회장의 말과 행동은 언론과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9일 이 회장의 발언. 이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안 차리면 5~6년 뒤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5년 후 경제위기”

이에 대다수 언론들이 비중 있는 기사로 앞 다퉈 이를 보도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사설 등을 통해 “현장에서는 계속 경고음이 들리고 있는데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한국경제 위기론’까지 확산시키기도 있다.

이에 재계 등에서는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그룹 총수의 발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지만, 이 회장의 발언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다. 또 미디어오늘 등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의 의미와 진단에 대한 차분한 평가가 언론에 의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이 회장의 ‘부동산 매입’이 뜨거운 관심사다.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2005년 여수의 한적한 어촌 마을 땅을 사들인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여수시 소라면 해안가 임야와 ‘모개도’라는 무인도 땅 약 2만5,000여평을 매입, 자신의 명의로 등기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이 회장이 이곳의 땅을 왜 샀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곳은 풍광이 아름다운 다도해 지역이긴 하지만 교통 등 주변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이에 따라 재계와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이 회장이 개인별장이나 휴양지 목적으로 사들였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와 연관해 이 지역을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문제는 이 회장이 이 지역의 땅을 매입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지역의 땅값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언론과 주민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의 땅 매입 소문이 나돌기 전까지만 해도 평당 15만원선에 거래되던 토지가 최근 들어서는 평당 3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막연한 동경심

“이 회장이 땅을 샀다면 뭔가 일(개발)을 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인근 부동산에는 주변 땅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땅’뿐 아니다. 이 회장은 개인 명의로 경북 영덕 칠보산 일대 2만여평을 지난 2004년 매입했다. 이 회장과 삼성그룹측에서 이 땅을 수목원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 인근 주민들은 수목원이 완공되면 인근의 칠보산휴양림과, 고래불해수욕장과 연계, 관광 수익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칠보산 땅도 ‘여수’와 마찬가지로 땅값 상승 현상 등이 빚어지고 있다. 수목원 개발지 인근의 토지는 평균 5배 이상 뛴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이 회장의 개인명의 땅이 어떻게 개발될 것이란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이 회장이 뭔가 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인해 땅값 폭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최근 말 그대로 ‘이건희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땅 문제의 경우 개발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함에도 불구, 일부 투자자들이 ‘이건희 효과’를 노리고 움직이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이 회장의 위상 등을 고려해 그의 말과 행동이 경제계의 큰 파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나 기대감을 갖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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