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 빼든 LG전자 남용 부회장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LG전자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구조조정 회오리’로 인해 LG전자가 크게 술렁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매킨지’ 경영에 대한 논란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내 굴지의 전자 기업이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는 비판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의 주도로 현재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업체인 ‘매킨지’의 자문을 받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의 반발을 고려해 한꺼번에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남용 부회장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됐던 작년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취임 100일을 맞아 그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필사즉생’의 심정으로 뽑아든 카드인 셈.

반면 구조조정으로 인해 LG전자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특히 LG전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구조조정과 관련한 소위 ‘복도통신’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구조조정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일부 직원들은 이번 기회에 명예퇴직금을 챙기는 것과 동시에 경쟁사나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여의도 LG 쌍둥이 빌딩 앞에 모여 삼삼오오 담배를 피는 일부 LG전자 직원들에게 접촉한 결과 구조조정이 LG전자 내부의 최대 화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직원은 “구조조정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자리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직원들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한 직원은 “구조조정이 현 LG전자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맞는 것 같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이렇다 할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반응이었다.


매킨지가 구조조정 근원지
LG전자 구조조정의 근원지는 역시 매킨지다. 매킨지는 이미 90년대 초반 LG전자의 중장기 비전에 대해 경영 컨설팅을 한 바 있다. 또한 남용 부회장이 매킨지에 가지는 신뢰감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남 부회장은 과거 LG전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장이나 LG텔레콤 사장 시절부터 매킨지에서 경영자문을 받아온데다 이번에 LG전자 부회장으로 이동한 후에도 맥킨지의 컨설턴트를 LG전자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매킨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다시 보여줬다,

그러나 남부회장의 기대와는 달리 LG전자에 대한 매킨지의 기여도에는 물음표가 달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90년대 초반 컨설팅을 받을 때도 많은 임직원이 회의감을 나타냈다는 후문도 있으며 김쌍수 전부회장 때는 매킨지의 경영컨설팅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내기도 했다. 다만 남부회장이 LG텔레콤 사장으로 있던 시절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아 많은 흑자를 낸 것은 사
실이다.

분명한 것은 매킨지가 LG전자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LG전자 PDP사업부의 운명도 조만간 최고경영진에게 전달될 매킨지 보고서에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직원들이 가장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은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에 조언을 구하는 것은 좋지만 결국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내부 직원들인데 너무 외부의 조언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회사가 잘 되면 모두가 윈-윈(WIN-WIN)일 수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담감은 컨설팅 기업이 아닌 회사나 직원들 모두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사측이나 직원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Tip 매킨지는 어떤 회사?
매킨지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컨설팅 기업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매킨지는 1926년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매킨지(James McKinsey)가 세운 세계 제1의 컨설팅 기업이다. 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전 세계 77개국 80개가 넘는 지사에서 6,000여명의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석사(MBA)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으로 매킨지는 10년 연속 1위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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