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장 ‘판도변화’ 예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회사들이 충무로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진원지는 양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로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앞 다퉈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냥에 나섰다. 이로써 CJ와 오리온이 양대 산맥을 형성하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4강 체제로 급속히 재편됐다. 이에 CJ와 오리온은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통신기업과의 전쟁을 대비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전쟁에 참가하는 각 기업들의 비장의 무기에 대해 알아봤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멀티플렉스와 케이블TV를 기반으로 CJ와 오리온이 양분하고 있었다. 현재 케이블TV 사업에서는 CJ가 오리온을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며, 영화배급 시장에서는 만년 2, 3위였던 오리온의 쇼박스가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를 제쳤다.
이러한 자존심을 건 싸움에 통신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뛰어든 것이다.


CJ·오리온 제작역량 강화로 맞불

CJ와 오리온은 일단 SK텔레콤과 KT의 시장 진입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온라인 매체를 근간으로 한 통신기업과 콘텐츠 유통망이 아직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로 수성을 준비하는 등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콘텐츠 확보를 둘러싼 일전이 불가피하고, SK텔레콤과 KT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변신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한 것.

이에 CJ 산하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사실상의 독점 체제를 구축해 가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CJ는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를 비롯, LJ필름 싸이더스 등 주요 제작사의 작품에 매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LJ필름은 문근영, 김민정 등이 소속된 나무액터스와 류승범이 있는 열음, 김래원의 소속사 블루드래곤 등 이들 회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갖고 있다.

오리온의 미디어플렉스 또한 최근 인네트와 함께 영화제작사 모션 101을 출범시켰다. 온미디어는 대형 TV드라마 ‘썸데이’ ‘에이전트 제로’ 등을 잇따라 기획해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통신기업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인수 경쟁은 지난해 SK텔레콤의 IHQ 지분 인수를 계기로 불이 붙었다. IHQ는 정훈탁 대표의 이름을 딴 ‘훈탁통치’라는 말이 업계에 나돌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 국내 최대 연예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SKT·KT 불꽃 튀는 M&A작전

SK텔레콤은 두 차례에 걸쳐 418억원을 쏟아 부어 IHQ의 최대 주주가 됐다.

SK텔레콤은 또 전지현, 송혜교, 정우성 등이 소속된 IHQ를 전진기지로 삼아 영화 ‘괴물’ 제작사인 청어람에 46억원을 출자해 영화제작, 게임개발, 매니지먼트 등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점유율 15%에 달하는 YBM서울음반과 S엔터테인먼트를 보유한 SK텔레콤은 대중음악시장까지 넘보고 있으며, 계속해서 M&A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자극을 받은 KT는 지난해 자회사 KTF와 함께 ‘살인의 추억’을 만든 굴지의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의 주식 51%를 280억원에 매입, 맞불을 놓았다. 또 드라마 ‘주몽’을 공동제작한 올리브나인을 인수,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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