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주 의회 선거에 출마했으나 보기 좋게 떨어졌다. 의회 의장직에도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위원직에 도전해보았으나 낙선했다. 하원의원 선거에 나갔으나 역시 떨어졌다. 급을 높여 부통령 선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어 상원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그러나 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마침내 당선됐다.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브라함 링컨 이야기다. 그는 일생을 통해 모두 27번의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늘 ‘실패를 밥 먹듯 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었다.

링컨은 누구보다 실패를 많이 한 것이 성공을 이룬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할 때마다 실패에 담긴 뜻을 배웠고 그것을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무소속인 이정현 의원은 보수의 불모지인 호남 지역에서 19년 동안 4번의 도전 끝에 금배지를 달았다. 처음 그의 지지율은 불과 1%대였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진정한 지역 일꾼이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준 끝에 마침내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그 여세를 몰아 당 대표직에 오르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민주당)은 진보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3수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진보 진영 인사가 당선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그의 진정성을 대구 유권자들이 받아들인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의 포기한 듯한 분위기다.

특히 지방선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도 한국당 간판으로는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나가봤자 떨어질 게 분명한데 뭐 하러 나가느냐는 것이다.

한국당이 정권을 민주당에 내준 까닭을 알 것 같다.

겁쟁이들이다. 하기야 놀랄 일도 아니다. 탄핵정국을 전후해 제 한 몸 살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인사들이 아닌가. 현역 의원들도 그랬고, 현역이 아닌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만일에 말이다. 한국당이 끝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당은 그 날로 문 닫아야 한다.

언젠가 홍준표 대표는 “대구시장 내주면 한국당은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배수진을 치겠다는 의지였으리라.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지금 대구 걱정할 일이 아니다.

세상에, 아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도 그렇지, 직전 집권당이자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기네스북에 오를 창피한 일이다.
나갈 사람이 없으면 대표라도 출마해야 한다는 발상도 무책임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야 하는 게 옳다. 겁이 나서 나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내보내는 일이야말로 꼴불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보로 거명된 인사들이 서울시장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으면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출마를 포기했다. 정말 실망이다.

정치를 아예 하지 않겠다면 몰라도, 앞으로도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제1야당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후보를 내고 지는 것과 내지 않고 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내고 지면 다음에 기회라도 가질 수 있지만, 내지도 않고 지면 보수 지지층마저 완전히 외면할 것이다. 그럴 바에야 아예 문 닫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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