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여부 노사가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IMF 이후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렸고, 이러한 시류를 반영하는 말로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삼팔선은 38세에 퇴직하면 착한(善) 사람이고, 사오정은 45세가 되면 정년퇴직이며, 오륙도는 56세에도 회사에 남아있으면 도둑이라는 말을 줄인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한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청년취업이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특히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말도 있다. 바로 ‘임금피크제’(salary peak system)다. 임금피크제란 일자리를 나눈다는 의미인 워크 쉐어링(work sharing)의 한 형태로서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위해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에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면서 검증된 고숙련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장점이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는 점에서 각광받는 제도다. 이번 주에는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노동관계법령과 도입 방법, 그리고 도입 시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지 살펴봤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만일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60세로 정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정년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자고용법이 제정·시행된 것은 2017년으로 이전에는 법령으로 정년을 규정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법령이 변경된 것이다. 고령자고용법 상 정년이 법제화됐음에도 계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상시적으로 정리해고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정년까지 보장받는 것에는 한계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켜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근무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으로 회사에 충실하지 못하고, 생산성이 하락하며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회사들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보장받아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임금을 조정해 기존 인건비 부담을 줄여 노사간 Win-Win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회사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할까. 개략적으로 ①사전 준비 과정 ②회사의 인력관련 현황 분석 ③제도의 적용대상과 조정기준을 결정 ④임금피크제 제도 유형의 결정 ⑤임금굴절점 결정 ⑥임금조정률 결정 ⑦근로조건 등의 조정 ⑧직무 및 직책의 조정 ⑨제도의 도입 및 시행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임금피크제 준비절차는
 
첫째, 임금피크제는 회사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노사 간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 이를 준비하지 않고 시행하면 노동조합 등의 반대나 진행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전 준비과정에서는 회사의 경영상황을 공유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교육과 함께 노동조합 등과 간담회를 실시하고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의견 등을 수렴한 이후 공동협의체 등을 구성해 그 다음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로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①현재의 인력(연령별 인력 구성 등) 및 인사제도(승진, 보상 등) ②회사의 임금체계와 직급별/연령별 임금 수준, 그리고 향후 인건비의 추정 ③마지막으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종의 임금피크제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가 도입할 적절한 임금피크제도가 무엇인지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을 때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자를 전체 근로자로 할 것인지, 특정 직군 또는 직급만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임금 조정의 기준을 임금, 근로시간, 직무조정 등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회사의 인력구조와 임금체계, 수용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과 조정 기준이 정해지면 임금피크제 유형을 결정하게 되는데 임금피크제는 크게 ①정년연장형(기존 정년을 연장하면서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유형 ②근로시간단축형(기존 정년을 연장하면서 일정 시점부터 소정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유형) ③재고용형(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면서 정년 이후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유형) 등으로 구분되며, 회사의 상황에 따라 복합적으로 또는 새로운 형태의 임금피크제 도입도 가능하다.
 
네 번째로 임금굴절점과 임금조정률 조정이라는 실무적 과정을 거치는데, ‘임금굴절점’이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을 말한다. 기존 정년 이전(정년은 60세이지만 조정시점은 56세부터 적용)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과 기존 정년(정년인 60세부터 적용)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어떠한 방식을 정하든지 연장된 정년까지는 고용을 보장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리고 ‘임금조정률’이란 피크임금(가장 임금이 높은 시기의 임금) 대비 매년 일정 비율을 단계적으로 감축(예를 들어 4년 동안 매년 10%씩 감액)하거나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에 임금을 조정하고 더 이상 조정하지 않고 유지하는 방식(예를 들어 최초 20% 감액한 금액을 연장된 정년까지 유지)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러한 임금조정률은 연장되는 기간, 회사의 경영 사정, 동종 업계의 도입 방식 등을 고려해 운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변경(조정)되게 되는 임금, 복리후생, 퇴직금 등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특히 퇴직금의 경우 임금피크제로 대부분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서 중간정산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거나 퇴직연금 도입사업장의 경우에는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변경하는 등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의 직무, 직급 등을 변경할지 여부를 결정한 이후 제도를 실제적으로 도입·시행하게 된다.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한편, 이러한 임금피크제 도입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서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고용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컨설팅도 일정 부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를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라고 한다. 고용보험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는 올해까지만 지원이 된다. 임금 감액 이후에도 연간 임금총액이 7250만 원이 초과되는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임금피크제 지원금과 관련해서는 관할 고용센터에 지원금 신청서와 구비서류(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등)를 함께 제출해야 하며, 자세한 사항은 관할 고용센터에 문의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단순히 임금을 깎아서 덜 주겠다는 취지보다는 노사 간 상생을 위한 합리적 방식이라는 점에서 도입 여부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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