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딸들의 전쟁
지난달 28일 신세계백화점 본관 오픈을 계기로 신세계와 롯데간 유통가 2세들의 자존심 싸움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롯데쇼핑 신동빈 부회장이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면 이번에는 명품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딸들인 정유경(35) 조선호텔 상무와 장선윤(36) 롯데쇼핑 상무간의 ‘명품대결’이 흥미롭다. 그동안 장상무가 롯데쇼핑의 명품담당 1팀장으로서 입지를 선점해왔다면 정상무는 후발주자로서 맹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비슷한 나이(정유경 36살, 장선윤 37살)인데다 정유경 상무는 신세계가 계열분리하기 이전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이며 장선윤 상무도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다. 또한 미국에서 공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어떤 식으로든지 유통업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통가에서는 이 둘의 행보를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정유경 상무가 조선호텔에서 일하면서 실질적인 두 사람간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신세계 명품관 오픈에 정유경 상무가 뛰어든 것이 알려지면서 ‘터줏대감’겪인 장선윤 상무와의 ‘명품전쟁’이 시작된 것.


정상무, 신세계 명품관 안착 공헌

정유경 상무는 조선호텔 상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충무로의 신세계 본사에 사무실을 하나 마련해 일주일에 4일 정도 출근하면서 명품관의 인테리어와 마케팅에 깊이 관여해왔다. 또한 이를 위해 지난해 후반기에는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뉴욕의 명품시장을 돌아보며 국내 1위 명품관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노력 때문일까, 신세계 백화점 본관의 ‘브랜드 포지셔닝’ (특정 제품이 경쟁 제품과 비교하여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은 일단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는 본관 1층에 프랑스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을 모두 유치했다. 에르메스는 물론 강북에서는 신세계 본관에 처음 들어서는 브랜드다. 롯데에도 아직 입점하지 않았다. 신세계는 이 셋을 포함해 모두 258개의 브랜드를 유치했다. 특히 에르메스 유치에는 정상무의 힘이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 본관 준비과정을 보면 다분히 롯데백화점을 의식한 점들이 엿보인다. 거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롯데에는 없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것은 물론이고 “롯데백화점에는 부족한 강북 도심속 문화공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세계 관계자의 말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신세계 측에서는 “2~3년내에 롯데백화점 명품관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을 언론을 통해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장선윤, 반격 준비하기 위해 외유(?)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신세계 측의 선전포고에 대한 롯데 측의 반격이다. 특히 그동안 명품관을 이끌어온 장선윤 상무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세계의 도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지만 롯데를 타깃으로 한 신세계의 도전이 달가울리 없다.

사실 롯데는 강북 지역 명품매장으로는 확고한 위치를 굳힌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장상무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장상무는 2002년 6월부터 롯데백화점의 명품관의 이름인 ‘에비뉴엘’을 짓는 것부터 브랜드 입점을 주도했다.

매해 장기간의 외유를 통해 해외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쏟아붓기도 했다.

장선윤 상무는 신세계 백화점 본관 오픈 당일 오후에 직접 신세계를 찾아 매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이달 1일 두 달간의 일정으로 출국했다.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장상무의 출국이유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롯데 측에서는 “보직발령이 나기 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적기이기 때문에 재충전을 위해 출국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휴식과 더불어 유럽 등의 명품 시장을 둘러보는 출장성격이 강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장상무가 명품업무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측에서는 장선윤 상무가 그동안 롯데백화점의 명품관을 잘 이끌어왔는데 언론에서 두 사람간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다른 업무를 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명품업무에 대한 장상무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에버랜드 수사 제대로 할까

지난 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담당검사로 대검찰청 홍보담당관(공보관)이었던 강찬우 부장검사가 부임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그동안 7년을 끌어오면서 재판부는 물론 수사팀도 여러번 바뀌어 오면서 온갖 소문이 난무했던 곳이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강찬우 부장검사를 놓고 검찰내부나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량감 있는 검사를 배치했다는 평판이 있는가 하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언론플레이를 잘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강 부장검사는 대검 중수3과장 재직 당시 부실기업의 은닉재산을 파헤친 경제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는 “주임검사인 강찬우 부장검사가 재판이 열리는 8일 부임해 곧바로 오후 3시에 열리는 공판을 준비하기 어렵다”며 6일 재판부에 재판 연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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