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격언에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 준비를 하라”라는 말이 있다. 이 격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돼있다. 
그 하나는, 공격적이고 강한 나라는 평화를 주장할 때 약한 나라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강하지도 않으면서 평화를 바란다는 것은 그저 희망일 뿐이라는 말일게다. 
또 하나는, 호전적인 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평화를 외칠 경우 이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호전적인 나라들은 6.25때 북한이 그랬듯이 항상 침략 전 약한 나라를 속이기 위해 평화를 강조한 게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는 뜻으로 세계 제1,2차 대전에 미국이 개입한 것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남북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는 듯 보인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평화의 봄이 올 것이라는 등의 설익은 예상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고, 각 분야에서 남북 교류를 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봇물 터지듯 발표되고 있다. 어떤 지자체는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하겠다고 까지 하는 지경이다.
하긴 한반도 평화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뿐더러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북한문제도 중대하지만 그 몇 배로 남남갈등 해결이 시급한 과제이다. 주지하디시피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좌우 대립이 심화돼 있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이용하는 북한 전략에 대응방법이 없다. 6·25 한국전쟁을 일으키기 직전 북한 지도부는 남침을 감행할 경우 남한의 친북 세력들이 자신들을 지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지금 저들의 일차적 목표가 주한미군의 철수로 모아질 것이 틀림없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현역 장군이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철수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한편 한국은 북한을 자체적으로 다루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우수한 군사력으로 남한이 북한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명 속 모르는 얘기이긴 하겠으나 문제는 같은 말들이 미국 곳곳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만에 하나 이런 분위기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재앙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4월 27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기습적인 회담을 가졌고, 바야흐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관련 국가 간 대화가 유행처럼 열리고 있는 현상이다. 잘하면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가하는 6자 정상 회담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정말 한반도 평화가 바로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벌어지고 있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이 비슷한 일들이 18년 전에도 똑같이 일어났었다. 
2000년 김정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보름 남짓 앞두고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주석을 만났다. 그런 후 그동안 삐걱거렸던 북·중 관계 복원에 이어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또 북·미 대화에 적극 나섰다. 그랬던 결과가 어땠는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김정은은 지금 아버지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그가 내민 핵 단계전술 또한 아버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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