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아차, 정의선이 구해낼까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은 과연 위기에 빠진 기아차를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기아차가 작년 한해 환율급락과 판매부진 등으로 인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해외시장의 재고량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실형선고로 인해 그룹 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어 후계자인 정의선 사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사장이 경영실적 반전과 이를 도약대로 삼아 경영권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재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작년 한해 1,2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으로 환율급락과 판매부진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이달 중순에 있었던 현대차그룹 임원단 인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계열사 중에서 현대자동차나 로템 등의 임원들이 실적을 인정받아 상당수 승진한 반면 기아차는 부사장 승진도 단 한 명도 없었다. 승진 인원 자체도 현대차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 적자 우려할 만한 수준

더욱 심각한 것은 기아차의 작년 한 해 실적이 발표된 것보다 더욱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것.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기아자동차의 재고물량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를 처분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반값에 가까운 할인도 하고 있다”며 “손실액도 1,250억원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는 1조원 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있었던 기아차 사장단 회의에서 정몽구 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전언. 이 자리에는 물론 정의선 사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의 주식은 지난해 3월 한 때 2만2,000원대였으나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올 1월에는 절반인 1만1,00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1만3,000원대(2월 23일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재고가 적체되어 있는 것보다 할인을 해서라도 파는 것이 덜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어느 정도 할인을 해서 파는 것은 맞지만 반값으로 파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실제 적자가 1조원에 가깝다는 소문에 대해서 “공시를 통해 밝힌 것인데 거짓말을 했겠냐”며 “1조원에 이른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사장단 회의와 관련해서도 “우리 선에서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소문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면서도 기아차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단 판매가 향상되는 것이 부진탈출의 열쇠”라며 “최근1~2개월 사이에 북미 등에서의 판매가 나아지고 있으나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의 해법은

이같은 경영실적 악화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정의선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유임되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물러난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인사를 앞두고서는 현대차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으나 이렇게 되면 ‘실적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의선 사장은 지난 2005년 현대모비스에서 기아자동차로 자리를 옮기면서 해외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해외시장 경영실적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쌓여가는 재고를 바라보면서 마음고생이 여간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아자동차는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하기에 좋은 여건은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현대자동차에 뒤진다. 무난한 계승을 위해서라면 현대차가 더 탁월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아차를 선택한 이상 어떤 식으로라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기아차는 ‘해외딜러망’ 정비를 통해 부진탈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판매실적이 상위 10%에 속하는 딜러들에게는 지원을 강화하는 반면, 하위 10%의 딜러들은 정리하는 ‘10-10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 것. 또한 유럽시장 딜러망을 기존 1,600개에서 1,700개로 대폭 늘려, 유럽전략차종 ‘씨드’ 등의 판매에 사활을 건다는 목표를 구축했다.

정몽구 회장의 실형선고로 어수선해진 현대차그룹에 정의선 사장이 2007년에는 ‘실적반전’이란 희소식을 전해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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