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해고노동자 김성환씨 옥중인터뷰

무노조경영이 경영철학인 삼성그룹에서 일반노조를 만들어 노조활동을 하다 명예훼손혐의로 영등포 교도소에 구속수감 중인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지난 12일 영등포 교도소에서 만난 김위원장은 교도소의 귀휴불허에 항의하며 7일째 단식을 하고 있었다. 이번이 수감 후 7번째 단식이다. <일요서울>은 김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걸어온 길들과 삼성그룹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김성환 위원장은 지난 1996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이천전기에 입사한 이후 2001년 삼성의 해고자들과 함께 삼성일반노조를 만들었다. 삼성 측에서는 김위원장에 대해 “삼성에서 일해본 적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삼성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김위원장은 96년 이 회사가 삼성 계열사로 편입되기 직전 노조설립 문제 등으로 해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조활동을 하면서 ‘삼성재벌 노동자탄압백서’ 출간, 1인 시위, 각종집회 등을 벌이다 삼성에 의해 고소·고발 당했으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 등으로 지난 2003년 징역 3년에 집행유에 4년을 선고받았다. 집유기간이 2005년에 다시 실형 5개월을 선고받음으로써 총 2년 5개월의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내년 10월이 만기.

복역 중인 김위원장에게 최근에 하나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선정한 ‘양심수’에 선정된 것. 양심수란 비폭력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다가 구금된 사람들을 말한다. 앰네스티 측은 “삼성을 상대로 노동기본권을 획득하려 10년 동안 투쟁한 김위원장의 활동을 검토한 결과 양심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가 양심수로 선정된 것은 김위원장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의장 등이 앰네스티에서 선정하는 양심수가 된 바 있다.

김위원장은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삶이 보이는 창 펴냄)이 책 제목이다. 10년간 삼성에 맞서 싸워온 그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음은 김성환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앰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선정했다. 소감은.
▲ 선정과정들을 보면서 오히려 석연치 않은 게 있다. 언론에서도 주목하지 않지 않는가?
그동안 삼성과 싸워오면서 신문에 삼성 광고가 늘어나면 ‘우리가 열심히 싸웠구나’라고 자부했다. 이번 양심수 선정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기 보다는 양심수 관련 얘기가 나올 때면 삼성의 노조탄압에 대한 얘기도 나올 것 아닌가?

- 국민정서상 삼성이 경제에 이바지하는 면도 인정해야하는 것 아닌가.
▲ 물론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긍정적인 것을 인정한다면) 삼성의 어두운 면도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아닌가? 삼성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짚고 나갈 것은 철저히 짚고 나가야 한다.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 중에서도 삼성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지금의 삼성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초일류기업답게 도덕경영을 해주길 바란다.

- 최근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이 생겨나는 등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다.
▲ 사회에 얼마를 헌납하겠다고 하고 삼성 고위 경영자들이 나와서 잘못했다고 인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노동자를 탄압한 경영자들에 대한) 인적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언론과 시민단체가 삼성의 방패막이가 돼서는 안된다. 기자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지금은 삼성법이 세상법의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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