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탕에 빨간색의 단풍잎 한 점. 우리가 기억하는 캐나다는 이토록 단순하지만 또 그토록 담백하다. 캐나다 서쪽의 밴쿠버에는 두 가지의 색이 더 채색된다. 자연이 지닌 자연의 빛깔과 밴쿠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사람의 색. 그것은 초록이어도 좋고 또 노란색이어도 좋다. 그 자체로 투명함을 지닌 한 장의 수채화가 되는 밴쿠버의 봄 여행.
 
       홀리 로사리
 
밴쿠버에서 가장 큰 홀리 로사리 성당. 그리 길지 않은 도시의 역사를 지닌 밴쿠버에서 무려 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오래된 성당이다.
       매일 밴쿠버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찾아와 고해성사를 보는 곳. 성당의 문은 밤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미사 시간이 아닐 경우에도 자유롭게 기도를 드릴 수 있으며 성당에서의 기본적인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일반인들도 방문이 가능하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조용히 빛을 내려주고 자줏빛 기둥들과 아이보리 벽이 조화를 이루어 성당 특유의 경건함과 담백함이 돋보이는 곳. 밴쿠버의 거리를 걷다 문득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다면 나무로 된 문을 살짝 열어 볼 것. 그 안에 평화가 있으니.
 
크라이스트처치
 
단정해 보이는 외부와는 달리 교회 내부의 아름다움은 홀리 로사리 성당보다 크라이스트처치가 더욱 돋보인다. 홀리 로사리 성당과 가까운 거리이며 영국 성공회 소속의 교회이다.
      지붕과 벽에 목조와 석조가 적절하게 혼합돼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성당이며 1889년에 만들어졌으니 역시 백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밖에서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였던 성당이 내부로 들어가면 의외로 큰 공간을 지니고 있다. 성당 규모에 비해 많은 스테인드글라 스가 장식돼 있으며 갖가지 다양한 빛으로 교회 내부를 화려하면서도 경건하게 비춘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은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 밴쿠버의 안식처.
 
맥주 투어
 
처음에는 서먹서먹하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친구가 돼서 나오는 밴쿠버의 해피 타임, 밴쿠버 브루어리 투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더욱 맛있는 맥주는 밴쿠버 여행에서 가장 맛있고 갓 빚어낸 맥주 빛깔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
     밴쿠버에서 꼭 해봐야 할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비용은 1인당 80달러로 다소 비싸지만 전혀 아까울 수 없는 그야말로 가성비 갑. 투어는 다운타운 내 워터 프론트 역에서 시작된다.
     구성 인원은 가이드 포함 열한 명. 오붓하게 맥주를 즐기기에 적당한 수이다. 저녁 일곱 시에 시작된 투어는 미니 밴을 타고 세 곳의 브루어리를 방문하며 투어시간은 3시간 남짓이다.
     적당히 맥주를 즐기고 기분 좋게 취하기 좋은 시간. Strathcona Beer Company와 Andina Brewing Company 그리고 Strange Fe llows Brewing Company 등 엄선된 브루어리를 방문한다. 시즌과 여건에 따라 브루어리는 바뀔 수 있다.
     세 곳 모두 타운과 가까우며 자체 양조장을 보유한 스몰 사이즈의 펍이다. 브루어리에서는 각각의 대표적인 수제맥주를 4종의 샘플링 메뉴로 즐길 수 있다.
     무거우면서도 동시에 가볍고, 과일 향과 스모크 향 그리고 시고 달달하면서 검고 금빛이 나는 맥주들이 온 시간을 즐겁게 꽉 채운다. 신선하고 향 좋은 맥주는 다음 날까지 그 기분을 이어가게 해주는 마법 같은 물. 밴쿠버에서 어쩌면 가장 기억에 남는 시 간, 러블리 아워.
 
    그랜빌 아일랜드
 
다운타운에서 차로 10여 분, 멀리 잉글리시 베이가 보이는 그랜빌 스트리트 브릿지를 넘어가면 밴쿠버는 웨스트와 사우스 밴쿠버로 이어져 퍼져 나간다.

뭍에 기대어 부둣가에 가지런히 정박해 있는 하얀 요트들은 밴쿠버 특유의 이미지를 꾸미는 데 모자람이 없다. 다리 아래 마치 혹 주머니처럼 튀어나온 지형은 바로 밴쿠버 여행을 준비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랜빌 아일랜드.
    타운 내의 개스타운과 예일타운 등이 별 계획 없이 소소하게 걷는 거리라면 이곳은 특별하게 일정을 넣어서 오는 필수 방문 코스. 그만큼 밴쿠버에서 중요한 관광지 겸 핫 스폿이다. 마지막까지 이곳 원주민들이 살았던 섬, 그랜빌 아일랜드는 과거 공장과 창고가 늘어서 있던 낡고 오래된 지대였지만 도시의 대대적인 개조작업을 통해 밴쿠버를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투박하고 다소 거친 공간도 얼마든지 자유롭고 풍요로운 공간으로 바뀔 수 있는 도시 재생의 좋은 예. 뉴욕의 첼시가 그랬고 대만의 가오슝이 그랬으며 우리나라의 성수동 또한 그런 범주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이후 세계의 버려진 도시 공간을 살리는 데 많은 영감과 공감을 나누어 준 바 있다.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며 그랜빌 스트리트 브릿지는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해 시간만 잘 맞는다면 이곳에서 역시 멋진 선셋을 감상할 수 있다.

보통 여행자들은 한 나라를 여행할 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시장에 들르곤 한다. 그곳에는 사람들의 단순한 일상이 너무나 담담하게 펼쳐져 있고 그래서 여행자들은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일말의 안심을 찾기도 하는 것 같다.

가장 평범한 일상이 거대한 삶 속에 제대로 녹아드는 시간. 또 그런 공간. 밴쿠버 사람들이 어쩌면 캐나다 플레이스나 스탠리 파크보다 더욱 자유롭게 생각하는 곳, 바로 퍼블릭 마켓이다.
    항구도시답게 갖가지 신선한 해산물이 주를 이루며 유기농 농산물도 퍼블릭 마켓을 친환경적으로 이끄는 주요 제품들. 중국계가 많은 도시라 동양의 식재료들도 눈에 띄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푸드 코트도 준비돼 있어 편리를 더한다.

마켓 주변에는 개인의 독창성을 살린 갤러리와 기념품 숍이 위치하며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이는 레스토랑도 요소요소에 자리하고 있어 그랜빌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여행자들은 밴쿠버를 여행하고 난 후 기념품을 거의 이곳에서 구매하는 편.
    그만큼 독창적이고 개인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작한 독특한 디자인과 밴쿠버스러운 공예품들이 상점마다 가득하다. 여름에는 광장에서 페스티벌이 열리고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득한 섬 아닌 섬, 그리고 섬인 섬. 그랜빌 아일랜드.
 
   벤쿠버의 자연
 
밴쿠버는 빌딩 숲으로 가득 찬 도심과 웨스트 밴쿠버와 노스트 밴쿠버의 풍경이 매우 다르다. 밴쿠버의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지역들은 타운에서 멀지 않아 밴쿠버 여행의 또 다른 콘셉트 여행으로도 꼽힌다. 잠시 빌딩 숲 속에서 나와 밴쿠버의, 캐나다의 자연 속으로 들어갈 것. 그리고 이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산책을 할 것. 밴쿠버가 전하는 초록의 주문.
 
   스탠리 파크
 
다운타운의 서쪽에 위치한 밴쿠버의 허파. 뉴욕의 센트럴 파크보다 규모가 큰 도시 공원 스탠리 파크는 전체 둘레 10km, 면적이 400만㎡에 이를 정도로 넓고 광대하다.
   얼핏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오래전부터 자연적으로 조성된 원시림의 바탕 위에 세워진 공원으로 과거에는 잠시 군수 창고의 역할도 했다. 스탠리 파크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특별히 없다.

그저 공원에서 주어지는 거대한 휴식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스탠리 파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

1973년에 처음 공개된 스탠리 파크는 태평양과 함께 하고 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반대편의 즐비한 마천루와 노스 밴쿠버와 웨스트 밴쿠버를 잇는 라이온스 게이트가 언제나 그곳에 있기에 바다를 끼고 산책하는 맛이 밴쿠버의 그 어느 곳보다 좋다.
   워낙 넓은 부지이기에 셔틀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대여해서 돌아보는 것이 아무래도 효과적이지만 하루라는 시간을 기꺼이 낸다면 충분히 걸어서도 돌아볼 수 있다. 밴쿠버 사람들이 마음껏 숨을 쉬고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곳. 야경 또한 근사하다.
 
   밴쿠버 수족관
 
밴쿠버 수족관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만족하는 공원 내 대표적인 여행 스폿으로 캐나다 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공공수족관이기도 하다.
  물론 캐나다 내에서도 가장 크며 북미 전체를 아우르더라도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 내부는 다양한 콘셉트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열대지역에 사는 해양 동물과 아마존의 희귀동물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바다생물 등 약 8000여 종의 수생 생물과 어류들이 관리되고 있다.
  외부 구역에서는 돌고래와 펭귄, 수달과 바다거북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수족관 내 모든 해양생물은 밴쿠버 주변뿐 아니라 북극해와 아마존 등 다양한 지역과 환경에서 채집된 것으로 모두 엄격하게 보존되고 있다.
  태평양이라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기에 수족관은 밴쿠버에 필연적으로 있어야 할 해양 스폿.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가 의외로 아주 맘에 들어 나오는 곳.
 
캐필라노 협곡
 
노스 밴쿠버에 위치한 밴쿠버를 대표하는 자연 경관. 스탠리 파크가 밴쿠버의 허파라면 캐필라노는 그런 허파에 맑은 피를 공급해 주는 초록의 심장이다.
 스탠리 파크를 지나 라이온스 게이트 브릿지를 건너 불과 10여 분. 이렇게 웅장한 대자연이 도심과 가깝다는 것, 밴쿠버에 대한 부러움이 먼저 앞선다.

입구에 들어서면 과거 이곳에 정착했던 초기 이주민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먼저 꾸며져 있다. 밴쿠버 사람들은 이 땅 위에서 일어나고 생긴 모든 것들을 모두 자신들의 것과 다르게 여기지 않고 잘 가꿔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 안으로 가져왔다.
 과거 원주민과 이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밴쿠버로 이식됐고 나아가 캐나다라는 나라로 발전해 왔다. 스탠리 파크에서 보았던 토템은 이곳에서도 자랑스럽게 전시되고 있다.

이 협곡의 대표적인 풍경인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는 생각보다 금방 모습을 드러내며 장쾌한 풍광을 바로 눈앞에서 펼쳐준다. 가느다란 다리 넘어 그리고 다리 아래 대자연이 생생하고 아찔하게 숨 쉬고 있다.
 연간 80만 명이 넘는 여행자들이 찾는 세계에서 가장 긴 흔들다리. 밴쿠버에 온 이상 기꺼이 그리고 마땅히 시간을 내서 와야 할 곳.

길이 137미터, 높이 70미터의 서스펜션 브릿지는 1889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다리 아래로 캐필라노 강이 흐르고 사방에 비죽이 솟은 침엽수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거대한 숲 속 한가운데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흔들거리는 다리에서는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정작 다리 위에서는 사진을 찍기 어렵다. 여행객들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셀카도 금지. 안내방송을 통해 주의가 이루어져 안전에는 걱정이 없다.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숲의 세상이 펼쳐진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곳에서의 삼림욕. 나무 냄새와 흙 냄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른 자연의 향기가 온 사위를 가득 감싼다. 숲 속으로 더 들어가면 나무들을 서로 연결해 만든 공중 다리를 건너게 되며, 아슬아슬한 절벽 다리도 만나게 된다.
 불빛 축제를 위해 달아놓은 전등도 보이고 오붓한 산책길도 조성돼 있다. 다운타운에서 디뎠던 바닥은 이곳에서 온통 질 좋은 흙으로 바뀌어 발이 느끼는 푹신함이 남다르다.

모든 것이 좋았던 시간. 다리를 다시 건너 돌아오는 길, 몇 번이고 되돌아보는 아쉬운 마음이 다리 위에 남는다. 캐나다 플레이스 워터 프론트 역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다니며 티켓도 구매 할 수 있어 현장에서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아침 일찍 오픈 시간에 맞춰 간다면 많은 인파를 피할 수 있으며 협곡에 안개와 운무가 내려 더욱 운치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마음대로 숨을 쉴 권리 그리고 마음대로 공기를 마실 자유.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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