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아제약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지난달 25일 면담을 가지고 화해의 포옹을 한 것. 물론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오랜 갈등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겠으나 어쨌든 동아제약 입장에서는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세무조사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국세청이 탈세 의혹을 포착하고 세무조사를 연장하기로 한 것. 동아제약은 정기적으로 있는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같은 소식을 접한 증권시장에서는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 마무리될까
강신호 회장과 강문석 대표는 오는 3월 동아제약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강문석 대표측은 최근 유충석 동아제약 부회장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공시하면서 자신과 특수관계인의 동아제약 보유 지분이 10.93%에서 14.71%로 늘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강신호 회장과 강회장의 우호지분을 합친 것(6.94%)보다 많은 것으로 강회장으로서는 경영권에 위협을 느낄만한 수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24일 한 지인의 소개로 전화통화를 가졌고 하루만인 지난 25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동아제약 사옥에서 전격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50여분 간 대화를 나누었다고 동아제약 관계자는 전했다. 강 대표는 아버지와 만난 뒤 언론에 얼굴을 비치지 않고 곧바로 돌아갔다. 강 회장은 아들과 헤어지고 난 뒤 기자들에게 “좋은 분위기에서 예전의 오해를 많이 풀었다”며 “오랜만에 아들이랑 포옹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경영권 다툼이 어느 쪽에도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강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강대표가 가지고 있는 지분보다 적기 때문에 경영권 다툼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인 강대표도 아버지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자연스런 승계가 아닌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회사를 차지한다해도 재계에서 이를 곱게 볼 리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감정 싸움으로 인해 멀어진 것이 아니라 강대표가 동아제약 대표이사 당시부터 있었던 경영권 분쟁과 더불어 강회장의 복잡한 가족사와 얽혀있어 두 사람의 간극이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탈세 의혹까지
경영권 분쟁이 두 사람의 회동으로 마무리될 시점과 맞물려 이번에는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국세청은 지난 10월부터 동아제약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 세무조사가 한 달이면 마무리되는 것에 비해 4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재계 소식통에 의하면 국세청에서 하는 세무조사는 약국이 아닌 동네 일반 가게에서 판매되는 박카스가 동아제약의 탈세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카스는 현재 의약품으로 분류돼있어 약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판매되지 못한다. 따라서 약국이 아닌 일반 유통매장에서 판매될 경우 정확한 자금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 2005년 8월에도 박카스를 세금계산서 없이 유통시킨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은바 있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관계자는 25일 “지난해 10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지만 5년 주기로 한번씩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2001년 이후 한 번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기 지난해 10월말부터 지금까지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진행중이지만 특별히 주목할 사안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특별히 박카스와 관련된 부분만이 아니라 매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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