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경전 가열 강북의 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유통업체의 신경전이 뜨겁다. 지난해 12월 20일 개장한 롯데백화점 미아점은 5년 전부터 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현대백화점과 정면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동북부 상권의 요지를 점하고 있는 두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은 지난주 매출실적이 공개되면서 더욱 가열됐다.


미아점 초반경쟁 승자는 누구?
지난 16일 언론에는 롯데백화점의 상반된 매출실적이 공개돼 이목이 집중됐다. <ㅁ일보>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개점 후 롯데백화점의 한 달간 일일평균매출은 7억원으로 현대백화점의 70%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을 따른다면 초반 영업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같은 날 또 다른 온라인신문은 동일한 내용에 대해 전혀 상반된 결과를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오픈 당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26일간의 매출이 322억원으로 일일평균 매출액이 12억 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된 결과만큼이나 양측의 분위기도 분명한 대조를 보였다. 업계에 알려진 현대백화점 미아점의 연평균 매출은 3,000억원 규모로 일일평균 10억원 전후로 환산된다. 롯데백화점의 오픈시기가 고객들의 구매가 가장 활발한 연말이고, 지난해 11월 신세계백화점이 폐점한 상황에서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현대측은 상대적으로 확실한 홈 어드밴티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초 접전을 예상했던 롯데백화점으로선 초반 매출경쟁에서 대등하거나 조금 앞선 결과를 얻어 한껏 고무된 상태이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예상과 다른 실적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두 업체 간의 위치가 직선거리상 불과 ‘600m’에 지나지 않을 만큼 근접해 있고, 미아상권은 노원과 도봉, 강북, 성북구의 200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며 서울 강북의 신흥 알짜배기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 매출, 현대가 어떻게 아나”
업계 관계자들은 정반대의 결과에 다소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의 경우 자사의 일일매출실적이 7억원이라는 내용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측은 오히려 “현대백화점이 발표하지도 않은 롯데의 매출실적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자사의 내부 경영실적을 경쟁업체가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7억원이라는 다소 부실한 매출결과 역시 현대백화점 측에서 집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현대측에는 롯데의 초반 경영실적에 대해 12월 19일에 실시했던 ‘프리오픈’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오히려 당시의 영업매출은 2억원도 채 안 된다”고 강변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 미아점 업무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롯데 미아점의 매출결과를 집계한 바가 전혀 없다”며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사의 매출현황도 쉽게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사라는 이유만으로 롯데의 매출결과를 알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현대백화점이 객관적인 전력, 다시 말해 연면적과 주차대수, 입점 브랜드 수에서 롯데보다 우위에 있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주차대수를 제외한 매장면적과 브랜드 입점 수에 있어서는 오히려 롯데 미아점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측은 또 지리적 위치에 있어서도 현대백화점을 앞선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사 관계자는 “현대 미아점의 주자공간이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 도로사정이 복잡해 고객들이 주차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반면 롯데 미아점의 경우 4호선 미아삼거리역과 연결돼 있어 서민과 젊은 층 고객들이 편안하게 입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롯데 미아점 역시 개점특수를 보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초반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롯데와 현대백화점 미아점은 매장구성과 유치고객에 있어 서로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현대 백화점은 버버리나 듀퐁 등 고가의 브랜드를 입점시켜 ‘명품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지형적 이점과 매장구성, 주고객층을 연계한 듯한 인상을 준다. 롯데 미아점은 지하철역 외에도 중앙차로에 위치한 시내버스 정류장, 이면도로 마을버스 정류장 등과 인접해 상권 내 젊은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10여개 대학 200만 학생들의 구매력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양측의 매출에 결정적인 변수를 줄 수 있는 요인은 기존의 신세계 미아점의 고객들이다. 이들을 어느 쪽에서 유치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신세계 미아점의 매출실적이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으로 자진폐업을 했지만, 확실한 잠재고객이란 점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요소이다.

두 백화점 모두 올해 목표실적을 3,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트 신세계’와 업계 1·2위의 고지에 어느 쪽이 먼저 다가설 수 있는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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