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상임위원은 평소 귀고리를 하고 다니지 않는다. 반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화려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비교적 눈에 띄는 귀고리를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두 여성리더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저돌적이고 남성적인 당당함’을 내보이는 게 추위원이라면, 강장관은 ‘여성적인 당당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 살 차이의 법조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최근 추의원은 강장관에게 “정치권에 들어와 라이벌이 돼 보자”며 정식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선지 정·관가 주변에서는 이들에 대한 얘기가 부쩍 많아졌다. ‘추다르크’, ‘강장금’이라고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두 여걸이 살아온 길과 현재의 모습을 집중 조명해봤다.추미애 의원과 강금실 장관은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라이벌’이 돼 버렸다.

법조계 선·후배 사이이면서 특별한 인연을 가진 두 사람은 강장관이 임명되면서부터 비교대상이 되어 왔다. 추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강장관이 측근비리 특검문제로 관심을 끌자 최근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관심도는 부쩍 높아졌다. 게다가 추의원이 “강장관과 대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이에 대해 강장관도 “나도 라이벌이 좋다”고 화답, 여성정치인들간의 빅매치 여부에 정가의 시선은 집중되고 있다. 추의원과 강장관은 DJ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DJ는 이미 96년 15대와 16대 총선에서 잇달아 강장관을 영입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강장관은 “전남편의 빚 때문에 도저히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출마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추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건 강장관이 공천을 고사했던 게 계기가 됐다, DJ는 강장관이 고사하자 15대땐 추의원을 영입했고, 16대땐 조배숙 의원을 끌어들여 전국구에 배정했다. 추의원과 강장관은 사법고시 일년 선후배(추-24회, 강-23회)사이다. 나이도 한 살 차이. 추의원은 58년생이고, 강장관은 57년생이다. 두 사람은 모두 차세대 여성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추의원은 이번 민주당 경선을 계기로 큰 정치에 다가서는데 성공했고, 강장관은 특검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세간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차기 여성 대권주자 1순위로 급부상한 추의원. 그는 ‘대구 세탁소집 딸’로 잘 알려져 있다. 추 의원의 아버지가 신학도의 길을 가다 중도 하차한 뒤 세탁소를 차렸기 때문에 이같은 별명이 붙게 됐다.

하지만 세탁소를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아 옷을 몽땅 도둑맞은 추 의원 아버지는 손님들에게 그 옷값을 변상해 주다보니 빈털터리가 됐다.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시골 외할머니댁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추의원의 어린시절은 가난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추의원은 경북여고를 거쳐 한양대 법대를 나왔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춘천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1986년, <전환시대의 논리> 같은 진보서적을 압수수색하겠다는 검찰의 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기각하는 등 ‘소신법관’으로 명성을 날렸다. 또 90년 3당 합당 규탄시위로 연행된 학생들의 구속영장도 기각해 관심을 모았다. 추의원의 남편은 전북 정읍에서 활동 중인 서성환 변호사다. 남편의 고향이 전북이란 점을 고려할 때, 추 의원이 DJ의 정치노선을 걷게 된 것도 남편의 영향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서변호사는 추의원의 정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이기도 하다. 추의원와 서변호사의 러브스토리는 세간에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한양대 재학시절 고시준비를 하면서 두 사람은 만났다. 그래서 서변호사와의 데이트 장소는 주로 산사였다. 해인사에서 추의원에게 날아온 이름도 없는 편지 한 통. 겨울방학 때 시험공부를 위해 해인사에 머물던 서변호사가 보낸 것이었다. 동양화의 묵선 사이의 여백의 운치가 좋다는 내용의 시 한 수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서변호사식 사랑고백’이었던 것이다. 그 편지가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추의원은 15대 때 국회에 입성해 민주당 총재비서실장, 최고위원,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활약하면서 정치적 가치를 높여 왔다.

DJ의 영향을 받아 노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추의원은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배신과 분열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추대형식으로 끝날 뻔한 민주당 지도부 선출문제를 직선제로 끌고 가 흥행에 성공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자리를 마다하고 과감하게 경선출마를 시사, 대의원 경선을 성사시켰다. 비록 조순형 의장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지만, 잃을 게 없었던 한판승부였다. 전당대회를 통해 추의원의 정치적 주가는 또다시 치솟았다. 강금실 장관도 추 의원 못지않게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강장관은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세대 여성리더가 됐다. 열린우리당이 목을 맨 ‘영입1순위’ 여성인사다. 강장관의 임명은 참여정부 내각 구성의 최대 파격으로 꼽혔다.

서열과 남성 위주의 관료문화가 뿌리 깊은 검찰조직에 현직 검찰총장보다 무려 11기나 후배인 여성 법조인이 수장이 됐기 때문이다. 제주출신의 강장관은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83년 판사로 임용돼 96년 변호사로 활동하기 전까지 그는 법조계 안팎에 많은 일화를 남겼다. 여성 최초로 형사단독 판사를 지냈다. 전두환 정권시절 서울지법 남부지원판사로 근무하면서 시위를 하다 즉심에 회부된 대학생들을 대거 석방했고, 88년 부산지법 판사 시절 사회과학출판사 ‘이론과 실천’ 대표였던 전남편 김태경씨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출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자 구속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장문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93년 ‘사법파동’ 때는 ‘평판사회의’ 설립을 주도해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에게 ‘사법개혁 건의서’를 올리기도 했다. 2000년 벤처기업 컨설팅 업무를 주로 다루는 법무법인 ‘지평’을 설립해 대표를 맡으며 여성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다.

지난해 8월엔 세계경제포럼이 처음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 리더’ 18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법률자문단인 ‘평등사람 변호사 모임’ 에서 활동하면서 부패방지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강장관은 현재 혼자 살고 있다. 학창시절 광화문에 있는 서점주인의 소개로 김태경씨를 만나 4년간 연애해 결혼했지만, 몇년 전 김씨가 출판사업에 실패하자 경제적 문제로 헤어졌다.입각 이후 강장관은 연일 언론의 관심대상이 됐다. 연예인 이상의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강효리’, ‘강장금’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그는 한인기 하는 각료다. 참여정부의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측근비리 특검이 통과하자 노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강력히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 재의결이 통과되자 강장관은 곤혹스러워 했다. 추의원과 강장관은 얼핏 보면 비슷한 여걸같지만, 두 사람의 스타일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추의원은 남성적 성향이 강한 반면 강장관은 지극히 여성스럽다. 일을 처리해 나가는 데 있어서 추의원은 남성사회에서 여성이 이기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의 룰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연설 또한 남성 못지 않은 강인함을 담고 있다. 가끔씩 주위사람들이 놀랄 만큼의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2001년 DJ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로 정권과 언론이 극도로 대립할 당시 남성의원들도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을 추의원은 ‘육두문자’를 섞어 보수언론을 비난했다. 반면 강장관은 눈물이 많고,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진한 화장을 즐기는 여자 중 여자다. 눈에 띄게 화려한 귀고리와 조심스런 걸음걸이, 나즈막한 목소리 등 그는 다분이 여성스런 스타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천상 여자이지만 그에겐 부드러운 리더십이 잠재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의 여성리더들과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추의원과 강장관은 특검법안이 재의처리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립각을 형성했다. 당론이 ‘재의찬성’인 민주당 소속 추의원과는 상반된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간 경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 두 사람이 ‘링’위로 올라올지는 아직 미지수. 열린우리당은 강장관의 총선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지지부진한 당지지율을 높이는데 강장관이 톡톡히 한몫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강장관은 이러한 제안에 냉랭한 반응이다. 만약 강장관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그래서 민주당 간판이 되고 있는 추의원과 한판 붙는다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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