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백기 투항’ 받아낸 장하성 펀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인 ‘장하성펀드’는 최근 대한화섬과 화성산업에 이어 크라운제과를 세 번째 투자타깃으로 삼았다. 지난 11월 30일 장하성펀드는 크라운제과의 전체 지분 5.7%에 달하는 7만9,776주를 매입했다.
장하성펀드의 이번 크라운제과 매입을 두고 증시에서는 투자전략이 다소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화섬을 인수할 당시의 ‘공격적’인 성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장하성펀드의 투자전략 변화가 두 기업 오너와의 ‘학맥’과도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장하성펀드의 ‘두 얼굴’(?)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같은 주장은 실제로 화성산업과 크라운제과, 두 오너들의 출신 대학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하성 교수를 비롯,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과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 동문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학장으로 있는 장하성 교수는 고려대 상과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인중 회장 역시 고려대 상과대학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 회장이 장 교수보다 8년 선배이다.

장하성 교수의 고려대 인맥
지난 7월, 이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대학’에 참석했다. 최고경영자대학에서 장 교수는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등과 함께 연사를 맡았다.
이 회장은 장 교수의 강연을 통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연을 듣고 더 구체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개인의 사욕이 아니고 한국경제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존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입장이나 인식변화에는 장 교수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스스로 시사하는 것이다.
장하성 교수 역시 화성산업에 대해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경영인의 의지를 엿보았고, 오너와 경영개선에 대해 교감을 가졌다”는 말을 남겨 주변의 평가와 달리 우호적 투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이 회장의 호의적인 입장은 여타의 기업들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거부감이나 장하성 교수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재계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장하성 펀드를 소버린, 론스타와 같은 외국계 투기펀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비판한다. 일부에서는 먹고 튄다는 의미로 ‘먹튀’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SK의 주식을 매입한 뒤 8,000억 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난 소버린이나, 외한은행을 헐값에 매입한 다음 4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론스타 등 외국계펀드에 대한 비난여론은 넓게 퍼져 있다.
장하성 펀드 역시 장 교수를 얼굴마담으로 앞세워 M&A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고, 자산매각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많은 차익을 남기고 되팔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하성 펀드의 첫 투자대상이기도 했던 대한화섬의 최대주주인 태광그룹도 장 교수와 펀드 운용을 맡은 라자드 자산운용의 자격문제·경영권에 대한 도전 등을 거론하며 4개월 동안 장하성 펀드와 대립했다가 최근 기업지배구조개선에 합의했다.
이러한 보편적인 기업정서에도 불구하고 이인중 회장은 장하성 펀드와 단 1주일 만에 투자협력을 이뤄냈다. 그의 친(親)기업지배구조 성향을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크라운제과의 윤영달 회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그는 연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78년에 고려대를 졸업한 장 교수와 재학시절 직접적으로 대면할 가능성은 없으나, 역시 고려대 경영학 전공자 출신이라는 학맥으로 연결된다.
장하성 펀드의 크라운제과 투자전력은 화성산업과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 경영권 위협이라는 갈등요소도 없을뿐더러 지분매입 목적을 기업가치 제고에 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장하성 펀드는 크라운제과와의 투자협의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고 밝혔다. 장하성 펀드는 크라운제과의 지분 5.7%를 인수하면서 5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장하성 펀드측은 크라운제과에 이사선임 등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요구사항을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의 자산이나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기존의 투자회사들에 보여 왔던 입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한편으로 장하성 펀드의 투자 및 경영참여와 관련,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외국계 주주들이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내부정보 유출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부정보 유출 의혹 ‘혐의 없음’
윤영달 회장의 동생인 윤영노씨는 장하성 펀드가 크라운제과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가 있기 약 열흘 전부터 본격적으로 본인 소유의 주식을 모두 장내 매도했다. 미국계 펀드인 캐피털 그룹도 장하성 펀드의 공시 직전에 2만9,667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지분매도 과정이 법률상 금지하고 있는 미공개정보가 아닌 단순 시장정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매매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주들이 매매한 것은 현행법상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장하성 펀드의 주식매입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했을 때 위법이 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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