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서울, 안철수-부산 ‘무산’… 남경필·원희룡 ‘탈당’
- 보수 재편 연기… 안철수만 살고 바른미래당 ‘불투명’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월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같은 날 바른미래당 소속 유일한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바른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선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의 현실뿐만 아니라 유승민 공동대표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야 대표선수다”, “야권 연대는 없다”, “양보 받을 생각이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공식 출마선언문을 보면 바른미래당이 보수 재편의 중심이 되야 한다는 말이나 당의 미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얼핏 보면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는 후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 마디로 ‘안철수 브랜드’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원희룡 제주지사는 바른미래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 반대했다”, “한국당과 바른당 간에 2등싸움을 하면 야당은 공멸한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이어 그는 “함께 갈 수 있는 지 고민을 하고 있고 정리 시간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탈당을 굳힌 모습이다.
 
바른미래당의 출범은 ‘지리멸렬’한 자유한국당을 대체해 건전한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방선거에서 승리는커녕 존재 자체도 위협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승민 공동대표의 ‘독선’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유 대표와 함께할 당시 지방선거에서 최소 3곳 이상 승리해야 당의 존립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으로 보수 재편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유승민 서울시장, 안철수 부산시장’ 카드를 통해 흥행몰이뿐만 아니라 당선 가능성도 높이고자 제안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전국 선거를 관리하겠다고 고사했다.
 
반면 안철수 위원장은 ‘당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한 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남 지사가 먼저 뛰쳐나갔다. 어차피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나설 경우 자유한국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와 3자 구도가 펼쳐질 경우 선거는 해보나 마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으로 간 남 지사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결정됐다.
 
반면 원희룡 지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이 될 때까지 탈당을 하지 않고 고민을 계속해 왔다. 원 지사 역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3자 구도로 치를 경우 패하는 것은 불보듯 훤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 간 분열은 필패 구도다.
 
이에 원 지사는 ‘유승민 서울시장, 안철수 부산시장’ 카드를 접지 못하고 유승민 대표의 결단을 기다렸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안철수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였다. 원 지사나 남 지사는 서울 유승민, 경기 남경필, 제주 원희룡 부산 안철수 카드로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호남에서도 전현직 당 대표가 ‘백의종군’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한국당에 실망한 보수층이 바른미래당을 대안 세력으로 받아들일 경우 최소 3곳 이상은 가져갈 수 있고 사실상 ‘선거연대’ 없이도 여당 후보와 양당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전국 선거를 관리하겠다’며 당 대표직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 일각에서는 ‘금배지를 버리는 게 두려워 출마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결국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공식 출마 선언이 현실화되자 ‘유승민 서울시장’ 카드는 사라졌고 원 지사는 같은 날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유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는 대표적인 대구 출신 정치인이다.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도 실상 높지 않다. 유 대표가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품으로 다시 안기려면 ‘백의종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만약 남경필·원희룡 두 지사의 기대대로 유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할 경우 2030세대뿐만 아니라 50대 이상 보수층이 결집해 당선을 노려볼 만도 했다. 최소 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2등만 해도 향후 바른미래당의 구심점 나아가 보수정당의 간판이 돼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설 명분도 있었다.

이를 통해 대권 주자가 없는 대구·경북으로 돌아와 배신자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당연히 남경필·원희룡 두 사람의 탈당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 대표의 ‘독선’으로 바른미래당은 선거를 치르기도 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원 지사의 탈당은 곧 바른미래당이 ‘미래’가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 대표로서 실제로 선거 지원을 위해 전국을 누빌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당장 서울을 보면 ‘안철수 브랜드’로 치를 공산이 높아 그닥 유 대표의 지원이 필요치 않다. 경기 인천은 후보로 등록한 인사가 없다.
 
호남의 경우 후보자들이 없다. 있어도 인기가 없다. 대구·경북은 ‘배신자’ 이미지로 나서지 않는 게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마땅히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나서는 후보자가 없다. 부산 이성권 전 의원이 뛰고 있지만 경북 역시 등록한 후보가 없다. 그나마 충청권에 후보가 있지만 관심 밖이다.
 
유 대표의 ‘패착’으로 그 혜택을 ‘고스란히’ 개인 안철수 위원장이 보고 있는 형국이다. 당선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빈 껍데기’ 당이지만 당 주도권은 확실하게 안 위원장이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2등만 해도 보수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 보수층이 기대하는 ‘보수재편’은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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