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룸메이드
거리로 내몰린 룸메이드
  • 현상필 
  • 입력 2006-10-26 15:12
  • 승인 2006.10.26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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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비정규직 노조탄압

롯데호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롯데호텔 잠실점 룸메이드 직원들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롯데호텔측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다. 룸메이드 관리 업무를 호텔 직영이 아닌 용역업체에서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룸메이드를 분노케 하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 10월 13일에 벌어진 ‘소공동 룸메이드 노조원 폭행사고’가 그것. 롯데호텔측과 분노한 룸메이드들 사이가 더욱 험악해지는 결과가 됐다. 롯데호텔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 사건의 전모를 취재했다.

현재 롯데호텔 룸메이드의 고용승계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은 서울 잠실과 소공동 지점 두 곳.

노조결성에 고육책으로
호텔측에 따르면 롯데호텔 잠실점은 지난 9월 18일, 10월 1일부로 기존의 룸메이드 관리 인력업체를 ‘A사’에서 ‘B사’로 변경했다. B사는 청소용역업체였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 호텔 룸메이드 용역 사업을 떠맡았다. B사는 이에 따라 룸메이드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A사의 룸메이드직원을 상당수 흡수됐다. 한마디로 호텔측은 말썽많은 A사 대신 B사로 선정, 옷만 갈아입은 셈이다. A사는 노조를 결성하거나 그동안 호텔측에 고용승계와 임금인상을 요구해와 호텔측이 골머리를 앓아왔다.
룸메이드와 호텔측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A사 룸메이드 대부분이 B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룸메이드 중 7명은 면접조차 보지 못한채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실업자가 된 룸메이드들은 호텔측에 해고사유에 대한 해명과 고용승계를 요구한다.
석연치 않은 점은 호텔측이 노조 핵심직원을 추려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불합격 통보를 받은 룸메이드 4명은 룸메이드 노조에서 분회장, 부분회장, 사무국장, 조직부장을 맡고 있는 핵심조합원이기 때문이다. 또 나머지 3명은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 ‘롯데호텔측의 비정규직 노조 탄압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다.
노조탄압 의혹에 대해 롯데호텔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소 냉담한 반응이다. 일단 롯데호텔 룸메이드를 직영이 아닌 용역업체로 아웃소싱 시킨 것에 대해 롯데호텔측은 “특수한 직업군의 경우 외부업체에 일임하는 것이 동종업계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룸메이드는 용역업체 소속으로 롯데호텔에서 일을 하는 파견근무자가 된다.
따라서 이들의 고용승계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호텔 측이 책임져야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호텔업계가 모두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서울 모처에 있는 호텔의 경우 룸메이드 직원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양측 충돌로 폭행사고 발생
롯데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면 룸메이드의 임금과 고용승계문제는 하청업체의 몫이다. 용역을 담당했던 A사도 롯데호텔측과 마찬가지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A사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차례에 걸쳐 룸메이드의 임금문제로 호텔 측에 단가 인상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더구나 몇 년째 회사가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서 룸메이드의 임금을 인상해줄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올해 A사는 지난 9월 기준으로 4천만원의 적자상태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도급단가 인상은 물론이고, 룸메이드 노조 결성 등으로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키는 하청업체를 누가 좋게 보겠는가”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룸메이드와 호텔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롯데 소공동 지점은 잠실 지점과 비교해 표면적으로나마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노사 간 갈등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원래 롯데호텔 소공동 지점의 인력업체는 D사로 올해 1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계약만료 이전에 새로운 용역업체 두 곳을 선정하여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공동 지점의 용역업체 계약파기에는 룸메이드의 임금체불과 관련이 있다. D사는 현재 직원들의 퇴직금과 복리후생비 등의 임금 3억 원을 체불한 상태. 2005년 8월에 결성된 룸메이드 노조는 체불된 임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해 왔으며, 롯데호텔은 재정적인 하자를 가진 하청업체와는 계약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업체 변경을 결정했다. 이것이 소공동 룸메이드 사태의 발단이다.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인해 룸메이드 노조원들은 지난 10월 13일 호텔측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인 붉은색 조끼를 착용하고 근무를 했다. 화급해진 호텔측 안전과 직원들은 룸메이드 직원들의 조끼를 강제로 벗기는 과정에서 노조원 1명이 실신하고 2명이 찰과상을 입는 폭행사고가 발생했다. 호텔측의 강압적인 태도에 노조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 회사 84명의 조합원들은 호텔 라커룸으로 몰려가 농성에 돌입했다.
라커룸 시위는 총지배인이 룸메이드 조합원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것으로 하루만에 진정됐다. 노조원들과의 면담에서 총지배인은 고용승계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룸메이드 근로자들은 15일부터 정상적으로 호텔업무에 복귀했다.

호텔측 성의 있는 대책 필요
하지만 룸메이드들의 고용불안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총지배인을 비롯한 호텔 측이 고용승계에 대한 명확한 보장을 약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측은 “이미 룸메이드 관리에 대해서는 해당 용역업체에 일임하고 있는데, 호텔측이 원청회사이기는 하지만 하청업체의 인력관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조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룸메이드 인력 파견 업체는 임금체불 등의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호텔측은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의 도급단가를 5%이상 인상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과 같은 재정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운영상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룸메이드 사태와 관련해 호텔과 용역업체 모두 책임을 지려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가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처리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따갑다. 박남희 여성노조 서울지부장은 “이번 일은 결코 적법성 여부만을 따져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사회적인 책임과 도덕성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호텔 측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 룸메이드 기본금 94만원 5~18년차가 109만원?
롯데호텔 룸메이드 현영란 분회장(43)은 2000년에 입사했다. 월 94만원의 기본급을 받던 입사 당시에만 하더라도 룸메이드는 아르바이트(8시간 능력제) 직원으로나마 하우스키핑부서 소속으로 호텔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텔측이 이른바 감량경영이라는 이유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룸메이드의 관리를 일임시키면서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용역업체는 하청을 맡기 시작하면서부터 룸메이드의 임금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연 1회 지급되던 50만 원의 복리후생금을 25만원으로 삭감하고, 적자를 이유로 기본급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입사연차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기본급이 줄어드는 기현상(?)에도 불구하고 할당된 객실을 청소하는 업무량에는 변화가 없었다.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소연할 곳을 찾을 수 없었다.
2006년 1월 17일 여성노조의 도움을 받아 룸메이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용역업체와 합의하여 지난 3월부터 급여제도를 월급제로 전환하고 삭감됐던 복리후생비를 다시 50만원으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롯데호텔은 10월부터 용역업체를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룸메이드 근로자들은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간부를 비롯한 7명이 용역업체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것이다. 더구나 현재 이들은 다른 직원들과 달리 퇴직금까지 체불된 상태. 하지만 전 용역업체인 A사의 관계자는 “이들에게는 대기발령을 통보했으며,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동문서답 식의 해명만 할 뿐이었다.
비정규직이라고는 하지만 룸메이드의 임금은 초라하기만 하다. 올해 입사 7년차인 현 분회장의 기본급은 109만 원. 입사 당시와 비교해 겨우 15만 원이 인상되었을 뿐이다. 가장 오래 근무한 18년차 룸메이드의 기본급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마저도 체불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룸메이드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을 겪는다. 롯데호텔은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B사로 소속을 옮긴 직원들의 계약기간은 3개월. 잠실점 룸메이드들은 3개월 후에 있을지 모를 제2의 룸메이드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필>

현상필  dj092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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