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잔혹사 결정판…‘부채만 5조’

<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광물자원공사가 창립 5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폐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산업부의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광물자원공사는 10년 전만해도 견실한 공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한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는 그 이유를 ‘자원외교’ 실패로 보고 있다.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논란이 된 사업이기도 하다.

광해공단으로 통합…해외 자산 전부 매각·인력 조정
통폐합 과정서 진통 예상…MB와의 악연 재조명되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국내외 광물 자원의 개발 촉진과 광물 자원 산업의 육성·지원을 통한 자원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해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산하 시장형 공기업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자원외교에 앞장선 곳이기도 하다.
10년 전만 해도 부채비율 100%를 밑도는 견실한 공기업이었던 광물공사는 불과 몇년 새 부채비율이 6900%까지 치솟더니 현재는 완전한 자본 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51년 만에 문 닫는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빚만 7000억 원이 넘지만, 광물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는 이미 한도에 육박해 이를 갚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광물공사의 납입자본금을 현재의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마저 국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광물공사가 이처럼 단시간에 몰락하게 된 것은 역시나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자원외교’ 때문이었다. 광물공사는 이 기간에 자원 외교에 5조 2000억 원가량을 투자했으나 5000억 원만 회수한 상태이며, 시간이 지나도 추가 회수는 커녕 빚만 더욱 늘어날 상황에 놓였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2조 원이 넘는 손실이 난 멕시코 볼레오와 1조 원 넘는 손실을 본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이다.

또한 칠레 산토도밍고 광산은 인수 4년 만인 2015년에야 현지 당국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광물공사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지 2달 만에 사업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구리의 국제 가격이 애초 예상보다 훨씬 밑돌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채굴 자체에는 성공했지만, 산토도밍고 광산의 경우 50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투자됐음에도 삽 한 번 떠보지 못하고 철수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광물자원공사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되고, 자산·부채·잔존 기능을 광해관리공단으로 이관해 통합기관 `한국광업공단(가칭)’이 신설된다.
산업부는 양 기관의 모든 자산과 부채, 인력 이관을 위해 `광업공단법(가칭)’ 제정 등 3개법 입법을 올해 내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관된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산·부채는 통합기관의 별도계정에서 관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은 헐값 매각 방지를 위해 매각 시한을 명시하지 않되 산업부에 독립적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순차적으로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발표에 토론회 ‘아수라장’

한편 광해관리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렸던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통폐합을 반대하는 시위와 삭발식을 단행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안없는 해외자원개발 기능 전면 폐지 논의를 중단하고 날로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광물자원 확보에 공기업의 지속적 역할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물공사와 광해공단 통합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부채상환 지원방안 마련 등 재무 건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지금 바로 마련하라”며 “무엇보다 정책 결정 과정의 인력 구조조정은 논의조차 거부한다”고 전면적 투쟁을 예고했다.

광해관리공단 노조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된 통합안에 대해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폐광지역 주민들과 연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하겠다” 정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문경시의회 김지현 의장 외 5명의 의원 등도 같은 날 세종시 정부청사의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통합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통합 시 지금까지의 폐광지역개발기금 및 대체산업 융자지원 등의 현상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아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지현 의장은 “폐광지역 7개 시군과 연합해서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 통합에 따른 향후 대책 강구와 통합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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