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및 미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외국에선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 영국의 BBC 방송은 문 대통령이 북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주의자’로 규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스트렐리아의 ‘로위 연구소’ 유언 그레이엄 소장은 김정은 북한 로동당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자신의 개인 ‘특사’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 ‘공산주의자’ ‘김정은 특사’ 등의 엇갈리는 평가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수반함을 반영한다. 
김정은은 문재인·트럼프에게 “빠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서둘렀다. 김이 서둔 까닭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 협박과 경제·외교 제재 압박으로 더 버티기 어려웠던 데 기인했다. 김은 트럼프 대통령을 회유하려 했으나 북한에의 “양보는 도발을 불러들일 뿐” 등 강경 자세에 부닥쳐 빈틈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김은 정상회담에 집착한 문 대통령을 우군(友軍)으로 삼아 대미 ‘특사’로 이용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김정은과의 대화 ”문턱을 낮춰 달라”고 했고 특사를 파견, 김과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특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서둘 때 선뜻 나서지 말고 김에게서 정상회담 주 의제가 북핵 폐기여야 함을 못 박았어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의 의도대로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남북관계 발전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지난 3월29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공동 보도문에서도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부분은 빠졌다. 북핵에 관해선 두루뭉수리 넘기려는 게  아닌 가 의심케 한다. 
김정은은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원칙만 제시하고 미국과 담판할 사안이라며 가볍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김은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므로 체제만 보장되면 폐기하겠다는 정도로 그칠 것 같다. 그는 3월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의 회동에서 언급한 대로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주장할 것도 예견된다. ‘단계적 비핵화’는 지난 25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북한에 핵개발의 돈과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밖에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내편이었으나 회담 초점을 북핵으로 묶지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북한을 싸고돌 것을 우려한 듯싶다. 그래서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대한 서명을 북핵 타결 이후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핵 접근에서 딴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견제였다.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 진전(進展) 전에 문화·스포츠 교류를 추진, 가짜 평화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북핵 초점을 흐려서는 아니 된다. 김정은은 이미 4월1일 평양에서 열린 남한 가수들 공연에 나타나 기념촬영을 하는 등 갑자기 평화·화해 분위기를 연출했다. 4월3일 평양에서 개최된 합동공연에서는 남북 가수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우리는 하나’ ‘백두와 한나(한라산)는 내 조국’ 등을 합창, 남북이 하나된 환상에 젖어들게 했다. 김정은의 저와 같은 위장평화 공세는 남한주민들을 평화무드에 젖어들게 해 북핵 불안감을 씻어내려는 계략이다. 남한을 대북 제재에서 이탈시키고 한·미를 이간시키며 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려는 기만전술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퍼주기·비위맞추기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안보를 불안케 했고 한미관계를 불편케 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특사’가 아니라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북핵 해결사’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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