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자 유관기관 취업 논란


금융감독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출신 고위인사 중 상당수가 퇴직후 곧바로 금융회사나 법무법인 등에 취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공직자 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자(임원 및 2급 이상 직원)에 포함되는데다 직간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 금융회사에 취업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실에 제출한 ‘퇴직자 취업 현황 및 퇴직후 취업현황’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금융감독원 재직 당시 부원장(차관급) 이하 4급 이상 고위급 직원 중 60명이 퇴직 후 은행이나 증권·보험회사 등에 취업했다. 이들 중 46명은 현재 재직 중이며 14명은 퇴직했다. 구체적인 명단을 살펴보면 이순철 전부원장보는 퇴직(2004년 3월) 후 곧바로 하나은행 감사로 자리를 이동했으며, 정기홍 전부원장(2003년 4월)은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오갑수 전부원장(2005년 1월 퇴직)은 3개월 후 제일은행의 사외이사로 재취업했으며, 신해용 전부원장보(2006년 2월 퇴직)는 5월에 미래에셋생명보험 고문으로 취업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1급부터 4급까지 임직원들 거의 대부분이 금융권 회사에 감사나 고문으로 자리이동을 했다.

직업선택 자유 침해 주장도
금감위 퇴직자 중에는 석일현 전기획행정실 실장(1급 상당, 2006년 2월 퇴직)이 하나금융지주 상근감사위원으로 이동하는 등 모두 7명이 재직 당시 직무와 관련이 있는 회사에 취업했다. 또한 이헌재, 이정재, 이근영 등 전 금융감독원 원장들은 법무법인에 고문으로 있다. 이들이 취업한 법무법인은 각종 금융관련소송의 변호에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자료만 본다면 금감위나 금감원 고위직이 금융권 취업의 보증수표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유양기 코리안리재보험 감사(전 금감원 보험검사 1국장)는 “금감원에서 금융회사로 이동했다고 해서 반드시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자신은) 금감원에서 일했던 쪽은 생명보험이고 현재 직장은 손해보험 쪽인데 이 둘은 업무 영역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유 전국장은 “이동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의해 통과된 것”이라며 “심사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기승 굿모닝신한증권 감사(전 금감원 인력개발실)는 “관련기관에 있었다고 해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면 관련 없는 기관이 어디 있냐”며 “철저한 심사과정을 거쳐 이동하는 것”이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제도적 장치가 보장된다면 전문성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자치부 공직윤리위원회의 실무자는 “이들은 공직자윤리법시행령 제33조의 3 제 1항의 규정에 의한 취업제한여부의 확인 결과 퇴직전 3년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취업제한대상 기업체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은 후 취업을 한 적법한 취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감정상 금감원이나 금감위 출신 직원들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며 “혹시라도 허점이 있다면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관련성이 전혀 없는데도 관련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제한한다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위직 민간기업 진출은 관행
현행 공직자 윤리법(17조 1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급 또는 직무분야에 종사하였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또는 영리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퇴직 전 직위나 인맥 등을 이용한 영향력행사를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런 조항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나 금감위 이외에도 고위공직자들의 민간기업 진출은 하나의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상진 경제정의실천연합 간사는 “원칙적으로는 취업이 금지돼 있으나 취업제한여부확인제도를 이용해 거의 모든 공직자가 취업 허가를 받고 있는 상태”라며 “이는 업무관련성 기준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취업제한규모를 직업과 직종에 따라 차별화하고 규모의 하향조정, 법무법인 등 특수법인의 경우 비전문가의 취업 제한 규정 마련 ▲포괄적 업무관련 심사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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