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회장 청와대 비공식방문 전모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5월과 8월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이 청와대를 두차례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모종의 협의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 9월 29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호 측이 최종 매각대금을 확정하지 못해 협상 기한을 연기하는 등 금호 측의 자금조달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대우건설노조와 야당 일부에서는 금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정권차원에서 밀어주기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됐다”는 주장을 여러번 해왔다.

금호의 약진, 박 회장의 힘(?)

국회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지난 5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비공식적으로 청와대에 들어갔었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박 회장이 청와대에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왜 방문했는지는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특히 5월은 대우건설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유력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보도가 나오던 시점이다.
대우건설노조 정창두 위원장은 “금호가 유력인수기업으로 떠오른 것이 5월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2월 예비입찰 때만 해도 캠코가 후보기업으로 선정한 6개 컨소시엄(두산, 한화, 금호, 삼환, 프라임, 유진) 중 두산이나 한화가 유력하다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지난 3월 일부 언론에서는 “출총제 예외적용을 받은 두산, 한화, 금호 중 두산이 가장 큰 수혜자”라며 두산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조도 두산에 대한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금호는 4월 들어 사모펀드를 모아 재무적 투자자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던 산업은행이 참여를 포기했다는 설도 나와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그러나 4월말 들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인수후보로 유력했던 한화가 입찰참여를 포기했고 5월에는 두산의 인수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금호의 약진’이라는 대반전이 일어난 것. 박회장의 청와대 출입설이 로비의혹과 함께 맞물려 번져 나간 시점이었다.
박회장의 청와대 방문설에 대해 금호측은 완강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비서실에 확인해본 결과) 기업인들을 초청해서 들어간 것 말고는 개인적으로 들어갔던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5월 24일 노무현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회의’에 다른 그룹 회장들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박삼구 회장이 이번 대우건설입찰 과정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은 수차례 있어왔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 측에서는 박 회장의 인맥이 단단히 ‘한몫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출총제 적용 예외 기업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의 친동생인 국무조정실 박종구 차장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다. 출총제 예외가 포함된 안은 당정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해 개정된 것. 규제개혁관련업무는 박종구 차장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다.
박 회장의 청와대 방문설 외에도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의문점은 적지 않다. 대우건설 노조 측은 “금호아시아나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과정을 살펴보면 결국 금호만을 남기기 위한 하나의 시나리오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혹의 화살은 금호나 캠코 모두에게 향해지고 있는 것.

박회장 친동생 역할론 대두
특히 ▲매각주식대상이 ‘50%+1주’에서 76%로 변경된 점 ▲500억원 이상 M&A(인수합병) 경험과 건설사 보유 조항 ▲예비 입찰 때는 없었던 도덕적 감점제가 갑작스럽게 도입된 점 등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는 부분들이다.
또한 지난 9월 29일로 예정됐던 협상 마감시한이 6조 6,0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우발채무로 인해 연기된 것도 애초에 금호가 자금조달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액으로 입찰받았다는 또 다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캠코 측은 “어설픈 점은 있었으나 문제는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이같은 의혹들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는다면 금호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캠코나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현재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대우건설매각 관련 의혹을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대우건설 매각 관련 의혹들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향후 있을 동아건설이나 현대건설 매각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뜻임을 내비쳤다.
고 의원은 이미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략경영본부 김안석 부사장과 대우건설 박세흠 대표이사를 이번 국정감사 정무위원회에 증인으로 확정한 상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이같은 의혹들을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향후 예고돼있는 대형매각에서도 ‘어설픈’ 일들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의혹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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