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정몽구 등 재벌총수 증인선정 배제
이통3사 공정위 로비 내부문서 폭로 소문

재계 인사 누가 국감장에 나서나


재계의 이목이 국정감사로 온통 쏠렸다. 매년 반복되는 국정감사에서 재계 주요 인사들이 줄소환돼 곤욕을 치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주요 그룹 오너들의 얼굴을 볼 수 없겠지만 이통 3사, 정유사, 대형 유통업체 사장들이 무더기로 소환됐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소환이 예상됐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부자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여당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반대해 빠져 재벌 파워를 느끼게 했다. 이에 따라 재벌가 오너 회장 증인 채택에 열을 올렸던 해당 의원실측은 사실상 국감을 접는다는 것이어서 여느 해보다 다소 맥빠진 분위기다.

재계 인사 증인 중 최대 관심사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증인 채택여부. 이건희 회장은 검찰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국감의 초점이 될 전망이었다. 과거 이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지만 해외장기체류 등으로 성사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때문에 이번에도 이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될지 또 국감장에 나설지 여부가 재계의 이목을 끌
고 있다.

혀대차 그룹 4개사는 소환

이회장의 증인 채택은 국회 재경위가 먼저 나섰다. 국회 재경위 소속 민노당 심상정 의원측은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을 강력히 주장했다. 심의원측은 지난 1997년 기아차 사태 개입과 1998년 삼성생명 주식매입건, 2002년 대선시 불법정치자금 의혹, 금산법 위반, 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위반 건 등 총 5가지 사안을 묻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증인채택을 신청했다. 하지만 10월 13일 오전 국회 재경위 의결에서 부결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지금까지 국감 증인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회장님 국감 빼주기’ 꼼수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몽구·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부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재경위 심상정 의원과 정무위 박계동 의원은 글로비스 편법증여와 현대차 내부거래 의혹 등으로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정몽구 회장 부자는 국회 정무위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케이스다.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10월 10일 오후 8시 국회 정무위 여야 증인 의결에서 출석의원 20명 중 반대 10표를 얻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부자 증인 소환은 무위로 그쳤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4개 계열사 사장은 출석한다.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과 한규환 현대모비스 사장, 김창희 엠코 사장, 김익교 오토에버시스템 사장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현대차 내부거래 의혹 국정감사는 형식적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박계동 의원측은 정몽구 부자의 증인 소환이 배제돼 사실상 현대차 내부거래 의혹 국정감사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의원측 관계자는 “여당과 일부 야당의원들은 그룹 총수 소환이 해당그룹의 경영악화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증인 채택에 반대해 무산됐다”면서 “정회장 부자의 증인 선정 배제로 국감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또 대한생명 인수과정과 관련해서 증인 채택이 유력시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여야합의 실패로 국감장에 나서지 않게 됐다.


핸드폰 요금·유가폭리 증언대에

재벌 총수의 소환이 불발로 끝났지만 국회 주변에서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있다. 바로 SKT등 이통 3사가 그들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이통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로비하거나 관리해온 내부문건이 폭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것.

국회 정무위 모 의원실에서는 내부문건을 확보, 국감장에서 폭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들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전긍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3사들은 핸드폰 부가서비스 요금체계와 관련해 담합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과징금을 줄이거나 비공식 조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정위 고위공직자들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가 폭리와 관련해 신헌철 SK(주) 사장과 명영식 GS칼텍스사장, 서영태 현대오일뱅크(주)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됐고, 불공정하도급 거래관행과 관련해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과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이, 대형 유통업체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관련해서 이인원 롯데백화점 사장 이경상 신세계 이마트부문 사장 등도 증언대에 서게 됐다. 한편 정몽구 현대차그룹 부자와 마찬가지로 진통을 겪었던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국감장에 첫선을 보이게 됐는데, 신문요지는 우리은행 개성공단 외환송금 불법성과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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