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남 대우건설 오폐수 방류 현장을 가다

지난 달 초,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유출된 오폐수가 성남 탄천 일대 하천에 그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은 융단 폭격을 맞은 듯했다. 특히, 폐수 처리시설을 설치해놓고도 한 달 이상 가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를 관리하던 하청업체도 시민들의 원성을 들어야만 했다. 감독관청은 이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탓에 사후처리 과정에서도 ‘늑장대처’라는 비난을 받았다. 신분당선 공사현장의 오폐수 방류로 파문이 인 지 1개월 가량이 지났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8일 오전 ‘문제의 오폐수 방류현장을 찾아 사건 발생 이후 하천의 생태를 취재했다.


경기도 성남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 현장 아래로는 자연 하천인 탄천이 흐르고 있다.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2005년 7월~2010년 7월) 현장에서 오폐수 방류 소동으로 한 달 반 이상 몸살을 앓았던 하천이기도 하다. 당시 오폐수가 흘러들었던 지점은 신분당선 전철 제 4공구 3구간인 분당구 정자동이다.

업체 측, 극도로 민감한 반응
공사현장을 찾은 취재진을 대하는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태도는 생각보다 훨씬 예민했다. 공사가 한창인 정자동 현지의 분위기는 단순히 ‘경계’ 차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적개심’에 가까웠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기에 앞서 공사개요를 확인하고, 현장 사진을 담기 위해 곳곳을 둘러보던 기자를 보고 한 관계자는 “누군데 함부로 사진을 찍느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이 관계자는 기자를 사무실로 안내해줘 ㄷ건설업체 정모 이사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언론 보도 후 최근까지 감독관청을 비롯해 감사원 등 20군데 이상 기관이 조사차 왔다갔다”며 “이제 숨 좀 돌리나 싶더니 이번엔 또 뭘 직접 확인하러 왔느냐”며 성토했다.
하지만 역정도 잠시. 이내 정이사는 기자의 질문에 응했고 성실히 답변해 주었다.
정이사에 따르면, 착공 날짜는 2005년 7월 21일이지만 실제 공사는 2006년 2월경에 이뤄졌다. 오폐수 처리시설은 지난 6월쯤에 대우건설로부터 도입됐으며, 이 때 감독관청에 기계 허가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감독관청은 무관심했고, 공사가 급한 업체 측은 일단 공사를 진행시켰다고.
그는 “침전조를 만들어 간이 여과장치를 설치했지만, 하루 수 톤이 넘는 암반폐수를 걸러내기엔 역부족이었다”며 당시 오폐수 방류 상황을 전했다.

암반폐수 실제론 오염도 제로
이어 정이사는 기자와 현장을 동행하며 사진을 찍기로 하고, 굴착작업 현장으로 안내했다.
현장 내부는 지하터널을 뚫는 굴착 작업으로 굴삭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쿵’하고 암석이 떨어지는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굴착작업과 콘크리트 타설 작업 과정에서 돌가루 섞인 뿌연 물이 공사장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이 문제의 ‘암반폐수’다. 하지만 생각보다 탁도가 높아 보이진 않았다. 정이사는 “당시 약 20m정도 뚫었을 때 흘러나왔던 오폐수는 암과 토반이 섞여 있어 매우 뿌옇고 흘러나오는 양(하루 5톤 이상)도 엄청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10~15m 가량 더 뚫은 상태라 암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탁수도 도로 쪽에서 조금씩 새어나오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이사는 또 “이 탁수는 말 그대로 탁한 물이기만 할 뿐, 오염도는 제로”라며 “중금속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암이 침전되면 식수로도 가능할 정도로 깨끗하다”고 전했다.

간이 여과장치 완전 철거
모퉁이 쪽으로 가니, 오폐수 처리 시설로 연결되는 배관이 눈에 띄었다. 이 배관은 굴착작업 현장에서 나온 폐수를 역류, 연결된 배관을 타고 밖으로 흘러 정화된다. 실제로 오폐수 처리 시설은 10여명의 인부를 동원, 전격 가동되고 있었으며 내부 현장에는 탁한 폐수가 거의 고여 있지 않았다. 외부로 나와 탄천 주변 곳곳도 탐색했다. 이전에 설치했던 간이 여과장치를 모두 없앤 상태였다. 그 위에는 시멘트를 얹어 평지보다 조금 옴폭한 바닥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탄천은 한눈에 보기에도 꽤 맑았다. 오폐수가 방류됐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정이사는 “당시 언론에서 보도하자마자, 다음날 오후 감독관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 기계를 가동시키도록 허가를 내줬다”며 “그 날 이후, 매일 풀가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동 시스템 운영과 인력 보충, 화학 약품 등을 따져볼 때 한해 몇 십억의 비용이 든다”며 “실제로 하루 수백~수천만 원이 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 당국의 허술한 관리 지적
이곳 주민 김모(41)씨는 오폐수 방류 문제와 관련, “주말이면 탄천에 아들과 물장난하러 나오는데 뿌연 오폐수가 웬 말이냐”며 “아무리 오염수가 아니어도 주민으로서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자동에 10년째 살고 있다는 한모(48)씨는 “8~9년 전 당시에도 탄천은 용인지역 난개발로 인해 공사장 등에서 많은 토사가 유입, 수질이 급속도로 악화된 적이 있었다”면서 “이제야 탄천이 조금 깨끗해지고 살만 해졌는데 또 한 번 오폐수로 병들 뻔 했다”며 당국의 허술한 관리를 지적했다.
한편, 감독관청인 성남시청 관계자는 한 달 반 이상 오폐수가 방류된 사실에 대해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공사를 시작하기 전, 처리시설 없이 공사를 진행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건설업체의 잇따른 허가신청 독촉여부에 대해서는 “워낙 허가신청서가 많고, 자료가 밀리다보니 어떤 업체에 허가를 내줬는지 일일이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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