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111] 2016년 北이 판문점에 대인지뢰를 매설한 까닭
[그때 그 사건 111] 2016년 北이 판문점에 대인지뢰를 매설한 까닭
  • 윤광제 작가
  • 입력 2018-04-09 09:14
  • 승인 2018.04.09 09:14
  • 호수 1249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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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에 탈북방지용 매설…1953년 정전협정 후 첫 식별
“대북 심리전에 북한군 흔들리는 징후” “김정은, 최전방부대 정신무장 지시”

 
2016년 8월 북한이 판문점(板門店)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한미(韓美)양국 군(軍) 당국이 예의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관계자는 “북한이 ‘조선인민군 판문점 경무장 경고’를 통해 한미 군을 강하게 비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같은 해 8월 27일 조선인민군 판문점 경무장 경고에서 한미 양국 군이 판문점에서 ‘투광등’으로 북(北)측을 비추며 ‘도발행위’를 하고 있다며 ‘무자비한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판문점 남(南)측 지역은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구역으로, 야간에 어둠을 밝히는 탐조등이 설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당시 판문점 남측 지역의 탐조등을 새것으로 교체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이를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탐조등은 어디까지나 우리측 지역의 어둠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북측 지역을 비췄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판문점 남측 지역의 탐조등 교체와 같은 사소한 움직임을 트집 잡아 국지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당시 판문점 일대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군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당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 국지도발(局地挑發)을 일으키기 위한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북한이 국지도발에 나설 경우 그 장소가 판문점이 될 가능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판문점 남측 지역은 우리 군이 아니라 유엔군사령부 관할 구역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판문점에서 계획적인 무력도발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1984년 판문점에서 남북(南北)간 총격전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는 JSA를 관광하던 옛 소련 외교관이 갑자기 남쪽으로 귀순하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판문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북한이 UFG 연습 기간 사소한 것을 트집 잡아 국지도발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대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군이 판문점 인근에 군인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대인지뢰(Antipersonnel Mine, 對人地雷)를 매설한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이 판문점 인근에 지뢰를 매설한 정황이 식별된 것은 1953년 7월 정전협정(停戰協定) 체결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이는 우리 군의 대북(對北) 심리전방송에 북한군 최전방부대 군인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이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당시 “북한군이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북측지역에 여러 발의 지뢰를 매설한 것이 목격됐다”면서 “전방지역 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탈북(脫北)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판문점 남북한 지역에는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지뢰를 매설할 수 없으며 경비병들도 무장할 수 없다.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이 정전협정 규정을 위반하고 도발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북측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군사분계선(MDL)이 지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서쪽을 흐르는 사천(砂川)에 놓여 있다. 1976년 북한군이 이 다리 남단의 미루나무를 베던 미군 장교를 도끼로 살해한 ‘도끼만행’ 사건 후 폐쇄된 상태였다.
 
당시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그간 탈북해 귀순한 북한군은 대부분 후방지역 근무자들이었다”면서 “대북 심리전방송 재개 이후 최전방 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 중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한 여성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과 태영호(太永浩)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탈북 등 최전방지역의 북한군이 알기 어려운 소식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북한의 김정은이 인민군 총정치국에 최전방부대의 확고한 정신무장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김정은(金正恩)은 최전방부대 군인들의 사상 동요를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MDL 인근의 주요 탈북 루트로 보이는 지역에 대인지뢰를 집중적으로 매설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2016년 4월부터 비무장지대(DMZ)에 4천 발이 넘는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유엔사와 우리 군은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직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지역에 대한 관광을 중단시켰다.
 
당시 군의 한 소식통은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남쪽 지역에 대해 우리 국민과 외국인의 관광을 중단시켰다”면서 “이는 북한군의 도발 행위에 대한 안전(安全)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우리는 판문점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인근에서의 북한군의 (지뢰매설)활동에 대해 인지(認知)하고 있다”면서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북한군의 활동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인근에 어떠한 장치나 탄약을 설치하는 것은 군사분계선 양쪽의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학생들을 비롯한 수천 명의 방문객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면서 “왜 북한군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