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정몽규 회장)이 연속된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산업개발은 폭우를 틈타 오폐수를 방출했다. 환경 불감증이 만들어낸 사건이다. 또한 정몽규 회장은 신세계통신과 고려개발 주가조작을 통한 비자금 조성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영자로서 도덕 불감증이다. 기업마다 환경·도덕 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재계 일각에선 정몽규 회장의 독선적 경영을 우려하며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 투명성이 기업마다 화두이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경영 투명성은 뒷전인 채 제멋대로 악덕 경영 행위를 펼쳐 재계에 물의를 빚고 있다.

태풍 틈타, 폐수 방류

지난 10일 경남 통영해경은 제 3호 태풍 ‘에위니아(EWINIAR)’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틈을 타 오폐수를 방출한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공사부장 이모(44)씨등 2명을 공유수면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부터 9일 오후 3시까지 준설토 투기장 1~6공구 195만평 중 1공구 40만평의 투기장에 고여 있던 폐수를 배수관 3개를 통해 인근 바다로 방류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준설토 투기장에서 폐수의 시료를 채취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측은 준설토 투기장에서 발생한 물가파리, 스미라브 약품이 포함된 폐수와 유층껍데기가 썩은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전문가는 “비 올 때 몰래 버리는 악행은 버려야 한다. 만약 그 물을 자신의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그런 오폐수를 버릴 수 있겠느냐. 만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은 조사 중이라 달리 할 말이 없다. 차후 검찰 결과가 나오면 이야기를 하겠다. 아직 조사 중이라 나오는 이야기가 없다”고 회피했다.

주가조작으로 비자금 조성

이에 앞서 검찰도 정몽규 회장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김득환 부장판사)는 회사보유 신주인수권 매매차익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와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주식 매입 자금 출처를 수사 중이다.

정 회장이 회삿돈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이 확인되면 배임 또는 횡령죄로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1999년 초 신세기통신 주식 수백만주를 주당 6,000∼1만원에 사들여 그해 말 모두 팔았다. 장외 거래된 주가는 주당 5만∼9만여원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00만 주를 훨씬 넘는다”고 밝혔다.

100만주를 평균 1만원에 사서 6만원에 팔았다고 해도 10여개월 만에 5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검찰은 정 회장이 고려산업개발 주식 550만주를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을 통해 처분한 뒤 남긴 차액 56억원을 챙긴 것과 관련,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한 부당거래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BW인수추진하다 여론 질타로 무산

정몽규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이 신주인수권 문제나 건설업종이 아닌 이종업체 지분 투자와 관련해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해외 BW(전환사채) 인수를 추진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무산된 적이 있다.

지난 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로 분가했던 정몽규 회장은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해외 BW 1,358만주를 배당 받았다. 이는 당시 전체 물량의 90%가 넘는 것이었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지배력이 약했던 정몽규 회장은 해외 BW를 행사하려고 했다. 이 때 정몽규 회장이 BW를 행사했다면 지분이 31.5%로 크게 올라, 대주주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현대산업개발이 회사 지배권 유지수단으로 BW를 발행했다며 대주주가 보유한 BW를 완전 소각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정몽규 회장은 2003년 7월과 12월에 각각 5,000만 달러, 8,500만 달러 규모의 BW를 전량 무상 소각하면서 BW 문제가 일단락됐었다.

현대산업개발 경영·주가 악영향 우려

정 회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도 시들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에선 엄청남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 조사가 장기화되면 주가나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주나 영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현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오너가 독단 경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다. 이것이 확산되면 경영권 박탈 등의 강경 조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귀를 닫고 무시하고 있다. 네 멋대로 하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마이웨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위험한 독선에 빠져 회사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희 기자>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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