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유경선 회장)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유진은 기업인수·합병(M&A)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첫 번째 M&A기업은 서울증권이다. 서울증권을 통해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제2의 M&A도 가능하다. 때문에 업계에선 유진을 M&A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과점에서 출발해 건설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유진의 성장비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증권 인수 금융업 진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유진은 증권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유진은 최근 서울증권의 최대주주인 강찬수 대표이사 회장의 지분 1,282만여주(4.9%)를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1,600원씩 총 205억여원이다.유진은 건설업과 금융업을 그룹 성장의 동력으로 키워나갈 전망이다. 유진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141만주를 포함, 총 서울증권 지분 1,423만주(5.40%)을 갖게 된다.

또한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강 회장이 스톡옵션 행사로 갖게 될 539만주(약 85억원)까지 추가로 인수할 경우 11.9%를 보유하게 된다. 결국 서울증권을 290억원 가량에 인수하는 셈이다. 유진기업은 지난 18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서울증권 지배주주로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금감위가 승인하지 않으면 계약은 해지하는 것으로 계약됐다. 승인 시점은 30일후인 8월18일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진그룹의 관계자는 “금융업 진출을 위해 지분을 매입하게 됐다. 금융업은 기존 건설업과 더불어 그룹 성장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증권의 최대주주로서 책임과 역할을 확고히 수행할 것이며, 서울증권을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흥산과 경영권 전쟁 치를 전망

서울증권은 그간 강 회장과 한주흥산과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논란이 일었던 경영권 향방이 유진의 참여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강 회장과 한주홍산 간에 경영권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던 서울증권은 강 회장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한 유진과 한주와의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 유진이 현재까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금감위의 지배주주 승인여부가 다음 달로 예정되어 있고,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포기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지난달 30일부터 18일까지 서울증권 지분 5%(1,322만주)를 매입해 서울증권 경영권 향방이 급선회할 우려감마저 흘러나왔다. 개인투자자는 장세헌 제일기계공업 고문과 제일기계 등 특별관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과 관련 없이 단순 투자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유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금감위 승인이 떨어지고 경영권이 확고해질 무렵이면 추가지분 매입을 통해 우리의 지분은 11.9%이다.

한주홍산의 지분 5%와 개인투자자 지분 5%를 합친다고 해도 10%이기 때문에 지배주주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 기반을 갖춘 건설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추가 출자로 지분을 확보, M&A에 노출돼 있던 서울증권의 경영권을 확고히 지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인 경영마인드 통해 기업 경영

유진이 대우건설 인수전 실패를 딛고 서울증권 인수를 통해 재건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도 유경선 회장의 경영마인드에서 비롯된다. 유 회장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철인(鐵人)경영자로 통한다. 철인3종 경기 또는, 트라이애슬론이라 불리는 이 경기는 올림픽 공식종목으로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쉬지않고 달려야 하는 경기이다.

유경선 회장은 현재 대한트라이애슬론 연맹 회장은 물론 아시아트라이애슬론 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단순히 명예직으로 맡고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이 직접 경기에 참가를 하는 스포츠맨이다. 지난 2004년 속초에서 열린 설악 국제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2시간 58분의 기록으로 2000년에 세운 3시간 13분 20초의 기록을 갱신한바 있다.

유 회장은 건전하고 공정하며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스포츠 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일단 결정을 하면 강한 업무 추진력으로 밀어붙이지만 권한을 임직원에게 대폭 위임하고 있다. 자신은 큰 그림을 그리고 중요한 사항만을 짚어가며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보스형 경영자라는 것이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 실패이후 실의에 찬 직원들을 독려하여 서울증권 인수에 앞장선 것도 유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총수 1인의 의사결정 체계는 더 큰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에 있어 더 이상의 경쟁력을 가져올 수 없다’는 지론으로 전문경영인을 통한 기업의 성장 잠재력 확보를 선언하며 천년기업 유진의 청사진을 위한 미래구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69년 건빵을 만들어 군납을 하던 영양제과에서 태동한 유진그룹은 79년 레미콘업체인 유진종합개발을 세워 1차 변신을 했다. 이후 20여년 동안 레미콘공장을 27개로 늘리며 업계 1위로 올라선 유진그룹은 90년대 말부터 미디어사업에 진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또 다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유진기업은 유진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자산 8,000억원대, 매출액 6,000억원대의 국내 최대 레미콘 기업이다.

유진그룹은 유진기업 등 총 28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자산 1조원에 매출액은 9,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유진그룹의 비전은 2010년까지 재계 30위 이내로 진입하는 것. 올해 예상매출은 2003년의 두배 수준인 1조원이다. 유진은 실탄에 여유가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드림씨티방송 등 알짜 자회사들을 4,000억여원에 매각하는 등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놓은 상태이다.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음 M&A 타킷은 건설업체이다. 종합 건설그룹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내외 건설업체를 M&A하는 방안을 꾸준히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호 기자> news2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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