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창업주에서 2세, 3세, 4세로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영 계승자가 학업을 마친 뒤 회사에 입사하여 단계별 경영 수업을 쌓아 최고 경영자에 오른다. 이것이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의 관행처럼 굳어진 경영권 승계 수순이다. 그러나 삼성家의 경영권 승계과정은 타 그룹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섬성가는 경영 계승자들의 업무성과와는 무관하게 가족 서열에 따라 직급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가 인정해 주는 명문가가 있다. 68년 전통의 삼성가가 그렇다.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금력의 위력이 커질수록 삼성 명문가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삼성 명문가를 일군 고 이병철 회장은 1938년 자본금 3만원과 은행자금 20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 경영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삼성 신화를 이룩했다. 그의 자손들은 삼성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새한그룹 등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서열 중심 ‘직급’

삼성가의 3세들은 대부분 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경영을 하고 있는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보,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 등이다. 이들은 직급과 관계없이 기업의 대소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인들은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관신을 두고 있다. 특히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올 초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승진되지 않았다. 당시 상무 진급 만 3년이라는 진급 연한을 채워 전무승진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 인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X-파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불거진 문제 때문에 이 상무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의 수뇌부에서도 이상무의 승진 문제 때문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상무의 직급은 무의미하다. 직급은 상무지만 오너2세이자 대주주 자격을 가지고 있어 최고 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도 경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할 수 있다. 때문에 직급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가의 직급 무용론에 대한 예가 있다.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삼성가문 출신 오너들끼리 불문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오너 ‘직급 무용론’

가족의 서열에 따라 직급을 올리는 것. 예를 들어 A기업의 삼촌이 부사장이면, B기업의 조카는 상무나 전무쯤의 한 단계 낮은 직급에 머문다는 것이다. 이것이 삼성 가문의 불문율인 것으로 알려졌다.삼성그룹에서 분가한 CJ그룹(당시 제일제당)이재현 회장(고 이병철 손자)이 지난 98년 부회장에 올랐다. 당시 이 회장의 고모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고 이병철 막내딸)은 상무로 있었다. 17년째 상무직함을 유지했다.

삼성가문에선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CJ와 신세계에서도 고민을 했다. 결국 신세계측에서 이명희 회장의 거취를 고민하다 그룹 회장 승진을 결정했다. 대신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회장은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이것으로 이재현 회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불거진 가문간의 인사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새한그룹 등의 인사 문제에 보이지 않는 삼성가문의 불문율이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삼성가문에서 오너의 인사문제는 가족 서열에 따라 승진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삼성가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직급은 의미가 없다. 그들이 경영권 승계를 하는 데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단지 일찍 회사를 물려받느냐 천천히 물려받느냐의 차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 이재용 상무 후계자 본격행보경영권 승계 가속화 전망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 상무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으로 경영권 승계를 눈앞에 둔 인물이다. 그는 지난 6월 초에 있었던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에 참석했다. 행사 중 사원들과 만나 입사를 축하하며 환영했다. 이 상무는 신입사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수련회에 참석한 46기 신입사원들을 환영한다. 여러분이 삼성의 자산이다”라는 내용의 인사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환영인사는 길게 하지 않았지만 이 상무가 그룹 행사와 관련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삼성내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상무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냥 나간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상무의 그룹내 입지가 어느 정도 인정되기 시작한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이에 삼성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신입회원들 격려차방문이었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 임원으로서 매년 참석했다. 언론이 확대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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