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에 보수를 대표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게 현재의 정치 상황이다. 이것은 보수정당의 위기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금 보수·중도·진보의 이념지형이 진보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지 보수가 보수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뿐이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보수우파층이 두텁다. 이유는 6.25 전쟁의 경험과 분단으로 인한 안보위협 때문이다. 나아가 북핵 위기로 ‘생존본능’이 강해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좌파 정부 출범 이후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적폐청산’ 작업이 ‘보수궤멸’이라는 목표를 위해 조자룡의 헌칼 쓰듯이 남용되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10대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주체가 ‘보수’이다. 때문에 보수의 궤멸은 곧 대한민국의 궤멸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보수의 궤멸은 보수정당의 궤멸일 뿐이며 보수는 적폐세력이 아니라 여전히 건재하다 하겠다.
 
한국의 보수우파는 전쟁을 막고 남북통일을 위해, 그리고 통일 이후 동북아의 주역이 되기 위해 양면적 대결을 전개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동족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고 민족을 파괴하는 공산독재 조선로동당을 제압하고, 대내적으로는 실패한 주체사상에 경도된 종북좌파 세력의 준동을 막고 국가를 주도해나가는 길이다.
TK는 보수우파의 고향이자 중심지이다. 지금껏 TK가 ‘보수의 심장’ 등으로 불린 데는 TK지역이 산업화 과정에서 관료엘리트와 기업엘리트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 덕분이었고, 이에 보수우파층이 TK 정치권에 비교적으로 관대함을 가져왔던 것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으면서 보수정당이 무너져 내리고 TK가 지리멸렬하게 되어 TK가 보수정당의 궤멸과 궤적을 같이 하는 정체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심리적으로 TK지역으로 쪼그라든 자유한국당은 오는 지방선거가 ‘보수혁신’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보수우파는 성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개혁과 분배의 가치도 과감히 수용하는 생활 중심의 새로운 보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중간평가 선거이다. 단순히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나라의 노선(이념)을 좌우하는 선거이다. 현 정권이 승리해서 좌편향 노선을 질풍노도처럼 휘몰아칠 것인가, 보수우파가 승리해서 좌파 광풍에 급제동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선거이다.

따라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보수 재건의 기반은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TK의 역할론’이 그것이다. 그래야 보수층의 통합을 이뤄 친북반미 노선의 현 정부를 발전적으로 견제할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수호하고 시장경제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TK지역 주민들은 대구·경북은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나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5명의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TK정권’ 9년 동안 대구·경북이 양보만 했지 덕본 것이 뭐가 있느냐는 상대적 박탈감도 저변에 넓게 깔려 있다.
 
지난 4월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장·경북지사 후보가 경선으로 확정됐다. 한국당의 이번 TK지역 경선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본선을 방불케 한 예선을 통과한 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는 경선과정의 갈등과 이견을 지역발전의 용광로에 녹여내는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대구 공항이전, 물 클러스트 조성, 원전 및 지진대책,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등 주요 현안은 TF팀을 구성해서 공동 대응하면 좋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철우·권영진 후보는 먼저 탄핵사태 이후 일방적으로 수구꼴통이라고 매도당하고 터지고 깨지기만 하는 TK의 자존심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2004년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 풍찬노숙을 자처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TK의 새로운 시대적 역할과 보수우파의 건전성을 찾아내 보수우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것은 화랑정신-선비정신-호국정신-새마을정신으로 대표되는 ‘TK정신’을 바탕으로 건강한 보수우파를 대구경북에서 먼저 혁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 경주 최부자의 가치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도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TK가 보수의 심장이라는 호칭은 보수우파 정당의 몰락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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