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풍으로 온 국민이 잠 못 이루고 있다. 정·재계도 잠 못 이루고 있다. 현대차 비리 혐의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이 지난 6월 12일 구속된 이후 후폭풍이 강타했기 때문. 그는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권에 대한 정책수립과 감독 등의 총괄업무를 담당했다. 대한생명, 외환은행, 극동건설 등의 매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대한생명, 외환은행 등의 관련자와 변 전국장과 근무했던 재경부 관계자들에게까지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되자, 노심초사하며 잠 못 이루고 있다.




한화,대생의혹 ‘재점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대한생명 매각 시비와 관련, 변 전국장 수사 후폭풍이 튈까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 예보가 한화그룹의 대생인수 무효화를 주장하는 국제중재신청을 냄에 따라 대한생명 매각 당시 한화그룹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 관련된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한화와 매쿼리 간 이면계약 인수승인 과정시 오판 여부 ▲한화그룹의 대주주 적격성 승인시 금융감독 당국의 무리수 ▲헐값 매각 시비 등이 다시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이어서 한화 측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론스타코리아도 ‘벌벌’

변 전국장이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시절 매각이 이뤄진 기업들도 부담감에 떨고 있다. 특히 그의 고교동문으로 알려진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로부터 외환은행 인수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거란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유 대표가 검찰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변 전국장은 외환은행 매각 당시 외환은행 주식보유한도 초과승인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 외환은행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

또 외환은행 매각을 논의하기 위한 10인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해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국장, 이강원 외환은행장과 함께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산은은 물론 금융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극동건설 수사 ‘재개조짐’

변 전국장의 구속은 2003년 론스타의 극동건설 인수과정에도 불씨를 터트렸다. 검찰이 론스타가 극동건설을 인수할 당시의 문제를 조사하고 나선 것. 최근 검찰은 인수 당시 법정관리인이었던 구모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구씨를 상대로 ▲극동건설이 인수합병시장에 나온 경위 ▲당시 극동건설의 경영상황과 매각과정 ▲론스타의 인수가액과 론스타측 협상 책임자는 누구였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현대차 수사 ‘탄력’

한편 변 전국장의 구속으로 현대차비자금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변 전국장은 당시 현대차가 금융권을 통해 계열사 부채를 털어내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다. 그는 현대차 비자금으로 로비활동을 벌인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현대차를 도왔다.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수사과정에서 김씨가 산업은행 전부총재 박상배씨와 투자본부장 이성근씨, 주무팀장 하모씨 등 3명에게 김씨의 돈을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 이들에게 건네진 돈은 각각 14억5,000만원, 1억원, 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변 전국장이 김씨로부터 2억원을 받고 하나은행, 한빛은행, 산업은행 등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현대차계열사 부채 탕감을 도와주라고 청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은행 간부를 소환해 대가성 금품을 받았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검찰관계자는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19억4,000만원의 돈 중 일부가 변 전국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과 변 전국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나머지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관가도 후폭풍에 ‘촉각’

관가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변 전 국장의 구속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이 후 퍼질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김동훈 리스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이는 현대차 관련 로비를 책임졌던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실제 검찰은 2001~2002년 당시 경제관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다는 후문이다. 김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기대이상의 정보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관계자는 “변 전국장의 구속이 경제계 전체로 파장이 확산될까 두렵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요직 두루 거친 ‘금융통’변양호는 누구인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행시 19회 출신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일명 ‘잘나가는 관료’로 통할만큼 금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8년 재무부 기획관리실과 이재국(옛 금융정책국) 사무관을 시작으로 국제금융과장, 국제금융담당관, 경제정책국장, 금융정책국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변씨는 지난해 1월 공직에서 물러나 사모펀드(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인 보고펀드 대표로 자리를 옮겨 ‘토종자본 육성론’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던 인물이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외채만기 연장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15인 중 한명’으로 선정될 정도로 금융계의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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