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은 창업주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투명 경영을 통해 기업을 글로벌 수준의 도덕성을 인정받는 기업이 있다. 효성그룹이 바로 그런 기업 중 하나이다. 효성의 경영비전엔 창업주인 고 만우 조홍제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유한양행 유일한 회장에 비견되는 만우의 경영 철학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재조명되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15일 고 만우 조홍제 창업주의 100주년 기념식을 열였다. 만우 생전의 공을 받들어 동양공업대학에서는 그의 동상을 제막했다. 그는 삼성과 효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뿐아니라 한국경제 발전에도 공헌했다. 기간산업 확충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 입국 확립에 기여했다.

산업입국 진입에 ‘공로’

만우의 경영철학은 애국정신에서 비롯됐다. 그는 산업 입국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간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애국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만우는 지난 62년 호암과 동업 관계를 청산한 뒤, 효성물산을 설립한다. 그 동안 현장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개발계획의 중점 시책에 앞장섰다.효성은 제조업 중 소비재보다는 산업재 중심으로 기업을 성장시켰다. 타이어, 피혁, 중전기, 기계, 화학, 건설 등이 주력사업이었다.

만우의 이런 판단은 적중했다. 국제적으로도 피혁산업이 번창하게 됐다. 만우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다. 급변하는 세계시장 정세를 파악하여 사업을 다각화한다. 조선제분,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을 인수하며 제분업, 타이어산업, 피혁산업 등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다.

기술자립 노린 고급화에 주력

내수보다 해외수출을 통해 효성은 성장을 거듭한다. 그는 비커스 짐머사의 기술을 도입해 지난 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했다. 만우는 ‘기술 자립을 통한 제품의 고급화·다양화’하기 위해 이익금 중 일부를 R&D(연구, 개발)에 투자를 한다.

이후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타이어코드지 생산 공장을 완공하는 개가를 이루기도 했다. 선진 도입기술을 발판삼아 기술자립을 통한 제품의 고급화와 다양화로 국제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동양나이론이 성공하여 화섬 산업계에서 기반을 다진 만우는 지난 97년 동양폴리에스터를, 97년 한영공업(현, 효성중공업)을 인수하여 중공업분야에 진출한다.

부실기업 M&A인수·신규사업 발굴

효성의 성장사는 M&A와 신규 사업의 성공에서 비롯됐다. 만우의 사업선택의 원칙은 ▲수입대체효과가 큰 기간산업 분야 ▲경제성이 높고 사업성이 좋은 업종 ▲도입한다는 전제하에 대단위 공장 구상 ▲우수한 외국기술을 도입하되 계속해서 그 기술에 의존해야하는 분야 피할 것 ▲무차입 사업 등이다.만우의 업적은 효성 기업 자체 성장 뿐만 아니라 기간산업 확충 및 중화학공업 건설을 통한 국가의 산업 입국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이다. 만우의 국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철학과 미래에 대한 혜안을 토대로 한 과감한 의사 결정은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경쟁 하에서 국내 기업가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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