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2등 전략 -김문수 3등 전략 ‘확연’
- 단일화 후폭풍… 金보다 安이 더 손해

 
보수를 대표한다는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보수 진영에 쓴소리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하에 좌편향 노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니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일성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한 가지 길이 있다며 내놓은 대안이란 게 보수 후보 차원의 단일화다. 그중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나선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전국적으로 확산돼 선거 결과가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단일화는 가능한 얘기일까. 한마디로 ‘택’도 없는 말씀이시다. 일단 안 후보와 김 후보는 선거에 임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보다는 ‘대망론’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출마도 ‘1등’보다는 ‘아름다운 2등’을 꿈꾸고 나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만약 안 시장이 ‘기적’처럼 당선된다면 오히려 차기 대권에 ‘돌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4년 임기를 못 마치고 바로 대선 출마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의종군하는 하는 자세로 나와 30%대 이상 득표한다면 오히려 차기 대권 고지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는 셈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2등도 좋지만 3등도 괜찮다’는 자세가 엿보인다. 오히려 정치를 재개할 수 있는 호기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쟁을 벌여 대패했다. 대구 선거 패배 이후 사실상 ‘정계 은퇴’ 위기에 빠져 있던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는 정치 재개의 기회로 삼았을 만하다.
 
김 후보는 대구 출마도 당의 명에 따른 백의종군이었고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김 후보가 얻을 수 있는 것이란 향후 있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나 한국당 조기 전대에 당권을 노릴 발판이 되는 셈이다. 두 인사 모두 당선은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지지층이 다르다. 안철수 후보 지지층은 이념적으로 탄핵에 찬성한 중도보수층이다. 비문비홍 세력으로 보면 된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탄핵 반대 세력인 태극기 세력이 주 지지층이다. 보수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이 후보자 간 단일화를 해도 당선될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낳기가 쉽지 않다.
 
현재 여론조사도 그렇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쳐 박원순 시장이든 우상호·박영선 후보든 이길 수 있는 수치도 아니다. 오히려 안철수 후보에게는 마이너스이고 김 후보도 플러스가 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명분이 약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적극 찬성했다. 반면 김 후보는 탄핵에 온몸으로 반대하면서 탄핵반대 시위를 적극 참여한 인사다. 두 사람이 단지 정치 공학적으로 승리를 위해 단일화에 나설 경우 후폭풍이 더 거셀 수밖에 없다.
 
이미 안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인위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에 반대해 신3당 체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프레임에 걸려 중도 하차한 경험도 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출마자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선거 막판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해 피해를 최소화 한다고 해도 단일화에 승복해 후보직을 내려놓은 후보 진영은 낭패다. 선거일에 자신이 속한 광역단체장 후보가 있고 없고는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정은 가능하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1등을 위협할 정도의 높은 지지율을 보일 경우다. 선거 막판 보수층 쏠림현상이 벌어지면서 야권 한 주자가 여당 후보와 박빙의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경우 보수 진영의 단일화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후보자 간 진정한 의미의 단일화보다는 한쪽 후보가 사퇴하고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당 후보가 더블스코어로 이기고 있어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두 사람은 단일화보다는 완주할 공산이 높고 그게 정도다.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정당하게 지지층을 모아 정면 승부를 하는 게 향후에도 정치적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안철수-김문수 단일화를 할 경우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 대표다. 유 대표는 야권 연대에 대해 “당내 반발이나 우리 국민들의 오해나 이런 부분만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전제를 달긴 했지만 가능성 자체는 열어두고 있다.
 
유 대표의 경우 내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재결합해 보수 주자 대표로 나서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 서울 등 광역단체장 차출론도 고사하고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선거에 나서 패할 경우 ‘의원직’도 ‘정치생명’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장에 흔쾌히 출마를 결심한 안철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 박 시장에게 패할 경우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지방선거 참패로 폭망할 전망이고 보수 진영 재편이 이뤄지면 유 대표가 보수의 혜성처럼 등장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보너스로 보수 진영 대권 경쟁자인 안 후보까지 상처를 입고 야인으로 돌아갈 경우 금상첨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선’을 위해 뛰지 않는 선수들이 ‘단일화’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는 점에서 한여름밤의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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