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옆 편의점 떨어지는 매출에 신음하는 가맹점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편의점은 정말 사양산업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지난 몇 년간 매출 고성장 등으로 구조적 성장세를 보이던 편의점이 어느덧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맹점 수가 4만개에 달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편의점 3곳이 문을 열 때 1곳은 문을 닫는다는 집계마저 보인다. 또 점포당 매출이 점점 하락세를 보이면서 편의점 점주들의 한숨도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새다.

총 가맹점 수는 증가세…점포 당 매출은 하락세
“성장기 지났다” 전체 시장 성장 둔화 전망도 나와


전국 편의점 점포 수가 4만개를 넘어서면서 시장 매출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점포당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적 성장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경쟁 과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5대 프랜차이즈의 올해 2월 기준 점포 수(추정치)는 CU 1만2653개, GS25 1만2564개, 세븐일레븐 9326개, 이마트24 2846개, 미니스톱 2501개로 총 3만9890개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월 평균 200~300여 곳의 편의점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홈플러스의 365플러스(330여 개), 서희건설의 로그인(150여 개) 등 군소 브랜드 및 개인 점포까지 더하면 전국 편의점 수는 이미 올 초 4만여 곳을 훨씬 넘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3만5977개(가맹점 3만5222개, 직영점 722개)로 개인 점포까지 합하면 이미 4만 개를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 보인다. 실제 점포당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개·폐업 숫자를 비교해도  2016년 기준 새롭게 문을 연 편의점은 6324개, 폐점한 편의점 수는 2001개로 나타났다.

허울뿐인 외적 성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의 전년 대비 매출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렸다. 연도별로 ▲ 2015년 26.5% ▲ 2016년 18.2% ▲ 2017년 10.9%로 매년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편의점 점포당 매출(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2월 사상 첫 감소(-3.5%)를 보인 이후 ▲ 3월 -1.9% ▲ 4월 -2.4% ▲ 5월 -3.5% ▲ 6월 -3.2 ▲ 7월 -3.3% ▲ 8월 -5.2% ▲ 9월-2.2% ▲ 10월 -3.0% ▲ 11월 -3.1% ▲ 12월 -2.9%로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이 채 나오지 않는 점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포화 현상을 말할 것도 없고, 최저임금 인상 등 영업 손실을 예상할 수 있는 요인이 많은 탓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올해 편의점 당 하루 매출을 약 185만 원으로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하루에 180만 원을 벌어야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이마저도 일부 점주들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최저임금도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고정 지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앞으로도 1만 원 시대를 열기 위해 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여 편의점 점주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포화 현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인구수를 5000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인구 1250명 당 편의점 1개꼴이라는 계산인데, 일본이 2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포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 점포당 250M 내 점포 출점을 금지하고 있지만 타사 편의점의 출점은 막을 수 없다는 점과 251M만 되도 계약서 상 문제가 되지 않는 점, 특수상권 개점은 별도로 계약되고 있다는 점 등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고민 깊은 가맹 점포

전문가들도 편의점 산업의 성장 둔화를 예상하는 견해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편의점 산업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7.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성장률이 10% 이하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성장률 하락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 신규출점점포 감소, 폐점 점포 증가, 담배매출성장률 둔화 등이다. 해외 사례의 경우 편의점의 연 매출성장률은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후에도 5% 전후를 유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유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실제 점주들이나 편의점 종사자들이 느끼는 체감 성장은 어떨까. 대부분 시장 성장이라는 분석은 가맹본부의 견해일 뿐,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울시 용산구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나도 편의점을 벌써 네 곳째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런데 이제 마지막 점포 하나 남았다. 이것도 이제 접으려 한다. 편의점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혹평했다.

은평구에서 만난 편의점 종사자 역시 “우리 점포가 속해있는 동네만 해도 편의점이 4~5곳에 달한다”면서 “일반 슈퍼, 대형 마트까지 합치면 거의 10곳 정도 되는데, 매출이 신장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누가 먼저 망하고 문을 닫을지가 문제일 뿐, 누가 더 성장할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이 곳도 담배 손님, 야간 주류 손님이 대부분이라 위태롭다”고 에둘러 말했다.

한편 편의점 업체들은 성장기를 지났다는 평가 속에 생존을 위한 새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다만 편의점 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이 점주들을 살릴 수 있는 현실 전략인지는 당분간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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