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산 게임 판호 발급 미루는 까닭은?
中, 한국 산 게임 판호 발급 미루는 까닭은?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8-04-13 19:02
  • 승인 2018.04.13 19:02
  • 호수 1250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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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게임산업 보호’ vs ‘사드 배치 보복’
중국 게임 한국 시장에서 입지 다지며 가파른 성장 기조
 
국내 게임업계 피해 확산…“국내 업체 보호에 적극 나서야”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기에 돌입했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훈풍 소식이 깜깜 무소식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중국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논란이다. 이에 한 업계관계자는 “중국이 사드 배치 보복성 조치라는 구실아래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라며 기업에서 나설 수 없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이 손을 놓은 것만은 아니다. 다만, 중국 정부와 직접 대화만이 규제 해빙의 유일한 방법이라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행태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국내 게임 업체 보호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 산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비준(조약을 헌법상의 조약 체결권자가 최종적으로 확인 및 동의하는 절차)은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0건으로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이 14개월째 막혀 있다. 중국 정부의 콘텐츠 담당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이 게임업체 명단에 여전히 한국게임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 중국에서 외국산 게임은 ‘외자 판호’를 취득해야 유료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판호 발급 여부는 중국 당국이 결정한다.
 
중국 당국이 외자 판호 비준을 미루는 이유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보이지만 실상은 자국 게임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결과’를 통해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해빙 무드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중국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 수출은 여전히 막혀 있어 해당 주장에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국게임의 중국 수출이 꽁꽁 묶인 사이 중국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과 매출을 끌어올리며 입지를 단단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된 중국 산 모바일 게임 수는 136개로 전년 대비 약 19%가 증가했다.
 
매출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플레이스토어 매출 랭킹 20위 안에 진입한 중국 산 게임은 16개로 전년 대비(11개)에 5개나 늘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게임의 지난해 연간 총매출이 약 1965억 원에 달해 전년(1124억 원) 대비 74%포인트가 올랐을 것으로 관측한다.
 
‘해빙’ 고대하는 업계
 
중국은 한국 게임 최대 수입국이다. 2017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 게임 수출 가운데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은 36.4%(매출 기준)를 차지했다. 매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자 국내 게임업체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앞서 국내 게임업체들은 한중 관계의 ‘해빙’만을 기다리며 중국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는 등 중국 게임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넷마블은 모바일 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와 계약을 맺고 2016년 12월 판호 신청을 마쳤다. 엔씨소프트도 중국 게임 업체 ‘알파게임즈’와 계약을 체결해 모바일 RPG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판호 신청을 지난해 1월에 냈다. 블루홀의 자회사인 펍지주식회사도 ‘텐센트’를 퍼블리셔로 ‘배틀그라운드’의 판호를 기다리고 있으며 펄어비스도 RPG PC게임 ‘검은사막’을 중국에 출시할 것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중국 게임 업체 ‘스네일게임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판호를 신청한 지 1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상가상 중국 정부의 콘텐츠 담당 부처가 정치적 색깔을 강하게 띠는 ‘중앙선전부’ 변경되며 판호를 기약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호와 관련해서는 업계가 나서기 어렵다”며 “수 차례 정부 측에 요청은 하고 있다. 정부가 더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는 있지만 정부 측도 이미 잘 알고 있어 조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판호 문제가 해결되면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 증진이 국가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연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 측도 “노력하고 있다”라며 해당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 측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한국 정부 측도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 게임 판호 금지 입장을 비공식 경로를 통해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측은 여전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대책마련 시급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국 게임시장 진출 시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측이 직접 문의를 하면 한국산 게임을 특별히 차별한 적 없다는 답변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임사도 예측이 힘들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드사태 전에도 중국이 판호에 인색했던 점을 지적하며 “해빙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자국 게임산업 보호’ 태도를 쉽게 버리지 않을 거다”라며 부정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 산 게임 수입을 두고 중국기업끼리 경쟁에 나선 것에 대해 불편한 내색을 드러낸 점, 국내 게임시장에 도리어 중국 게임이 빠르게 성장해 국내 게임업체들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점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