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보수’ 崔, ‘文케어’ 막고 제도 정치권으로 간다

<뉴시스>
지난달 말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최대집(46) 후보가 당선됐다. 그의 당선 소식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의협회장 당선이 여론의 관심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의료계의 최대 화두인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를 막기 위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 게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그의 ‘독특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강경 보수단체 수장을 맡으면서 거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 온 인물이다. 그는 향후 직업 정치인으로의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여러 각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 회장 여론 관심 ‘이례적’…강경 발언 쏟아 낸 ‘태극기 시민’
호남 출신이지만 성향은 정반대…“당초 서울시장 출마하려 했지만…”

 
그는 지난달 23일 의협회장에 선출됐다. 아직 당선인 신분인 그는 5월1일부터 3년간 의협을 이끈다. 이번 의협 회장 선거는 문재인 케어에 관한 의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치러졌다. 회장 선거에 출마한 6명의 후보들 모두 ‘문재인 케어 타도’를 외쳤다.
 
이들이 모두 문재인 케어에 반대했는데도 최 당선인이 뽑힌 것은 그가 가장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할 것이라는 의사들의 기대감이 유효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 케어는 의사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박탈해버리는 폭거”라며 “의료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 감옥에 갈 준비까지 돼 있다”고 문재인 케어 저지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당초 최 당선인이 의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비상대책위는 지난해 12월10일 의사총궐기대회를 열고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거리투쟁을 벌인 바 있다. 최일선에서 투쟁을 이끌어 온 그가 의협의 간판이 되면서 투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강경 투쟁력’은 십여년간 이른바 ‘애국 운동’을 해온 결과로 보인다. 최 당선인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0년대 중반 ‘자유개척청년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유개척청년단·국본
‘애국 활동’ 중심에

 
그는 뜻이 맞는 20여 명과 자유개척청년단을 만들어 ‘6·25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를 밝힌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관심을 끈 바 있다. 2007년엔 대선 당시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대외협력특보로 활동했다.
 
최 당선인은 ‘자유통일해방군’이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약칭, 국본)와 같은 단체에서 공동대표를 맡으며 애국 활동을 펼쳐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와 석방을 주장하며 태극기 집회에 수차례 참여했고, 해방 직후 활동한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의 계승을 주장하며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제기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최 당선인은 유튜브 채널 ‘최대집 지하통신’을 통해서도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는 지난해 말 박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현재 18개 기소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을 처벌하기 어려워지는 형국으로 재판이 흘러가자 새로운 건을 발명했다”며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발견해서 새로운 죄목을 발명을 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모든 공공기관에는 특수활동비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모두 있어왔는데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문재인 일당은 정치 보복에만 눈이 멀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18개 혐의로 유죄 처벌받을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느닷없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사용했다는 치졸한 조작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상임대표 자격으로 지난해 설립한 ‘자유통일해방군’이라는 단체에 대해 “우리 자유통일해방군은 지난 탄핵 사태에서, 그리고 비정상적인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을 가진 생활인들이 불법적인 사기 음모 탄핵은 안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난 혹한의 시기에 수많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며 탄생한 단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文케어 저지 임무 달성 후
총선 등 통해 정치권으로

 
1972년생인 최 당선자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목포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호남’ 출신이지만 정치적 성향은 강성 보수다. 그가 왜 지역 특유의 진보적 정치 성향과 반대편에 서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어렸을 때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나서 책들을 좀 많이 읽었다. 김대중이 김정일 만난 뒤 ‘대한민국이 완전히 북한한테 먹히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일반의다. 경기 안산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의를 면허를 따지 않고 개인의원을 운영하며 일반의로 활동한 것도 사회운동을 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당선인은 향후 제도 정치권으로 갈 의사가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에 뜻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부터 좁은 의미의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좁은 의미의 정치는 선출직 공직자가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며 “원래는 무소속이나 신당을 만들어서 군소정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돌발적으로 문재인 케어라는 엄청난 국가정책이 터졌고, 거기에 아주 깊숙하게 개입을 하게 됐다”며 “임기 3년 동안 의사회원들이 부여한 임무를 달성한 뒤 원래 계획대로 총선 등을 통해 제도 정치권으로 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를 행해 극우 인사로 평가받는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는 그를 ‘애국 의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2005년 ‘진료실 나온 애국 의사 최대집’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대집 대표는 우파 집회의 행동 대장을 자청한 인물로 그가 이끄는 ‘자유개척청년단’은 2005년 7월10일 자유공원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좌익들의 깃발을 노획해 소각하는 등 통쾌한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보여줬다”라고 치켜세웠다.
 
한편 최 당선인은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안보, 자유민주주의라는 중요한 가치를 이념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구현할 수 없는 정당”이라며 “이념적으로 불철저할 뿐만 아니라 행동하지 않는, 과도하게 지식에만 매몰된 강단 국회의원들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27일 ‘집단 휴진’ 선포
‘여론 악화’ 속 최의 선택은

 
최 당선인이 밝힌 최대의 지상과제는 문재인 케어 저지다. 그는 선거 때부터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 케어 폐지를 위해 정부와 전쟁을 선포하고 연일 강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이번 정부 임기 5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을 63.4%(2015년 기준)에서 70%로 높여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5년간 30조 6,000억 원을 투입, 건강보험 혜택에서 벗어난 ‘비급여’ 항목에 보험을 적용해 국민들의 병원비 절감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이러한 정책이 병원의 수익 악화를 가져와 경영 위기를 초래해 의료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향후 건보 재정도 바닥나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의협은 “건강보험재정 강화 없는 보장성 확대는 결국 국민에게 싸구려 진료 및 치료횟수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최 당선인은 이와 관련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필수의료 비급여의 급여화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역대 정부가 가져왔던 기조처럼 건보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정확한 재정추계를 하고 급여의 우선순위를 따져 의료계와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당선인은 문 케어를 주제로 보건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생방송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김 의원이 내가 거짓말과 선동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하는데 복지부와 김 의원 모두 나와 녹화 편집 없이 생방송으로 토론을 하자”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얘기해보자”고 도전장을 날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7일 집단 휴진과 29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해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투쟁에 들어갈 방침이다. 의협은 최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으로 회원들이 격앙된 분위기여서 27일 집단 휴진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의계와 의료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 거센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의협이 단체행동을 강행할 경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도 엄정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져 집단 휴진 등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또 오는 27일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어서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문 케어 투쟁 계획에 대한 최종 결정은 최 당선인에게 위임된 상태다. 그가 그의 신념대로 집단 휴진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낼지 아니면 일보 전진을 위해 한 발 물러서는 융통성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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