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세탁·불법 강좌 의혹·고액 수강료 논란까지

<뉴시스>
김기식 논란’이 대한민국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회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는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여기에 최근까지 자신이 소장으로 재직한 ‘더미래연구소’와 관련해서도 ‘셀프 후원’, 고액 강좌 논란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더미래연구소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20명이 설립한 연구소여서 이를 둘러싼 여야 전선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2015년 민주당 초·재선 20여 명이 각출해 만든 싱크탱크 ‘더미래’
김 금감원장 최근 3년까지 소장 역임…김기식發 불똥에 민주당 ‘곤혹’

 
더미래연구소는 민주당의 초·재선 의원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가 공동출자해서 만든 정책 연구소다. 2015년 3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뜻을 모아 1000만여 원의 연구기금을 각출해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를 만들었다.
 
현재 더좋은미래 모임에는 우상호, 홍익표, 기동민, 남인순, 위성곤, 유은혜, 이재정, 이학영, 진선미, 안호영 의원 등 27명이 소속돼 있다. 소속 의원들은 매주 수요일 아침에 모여 정책을 논의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미래연구소는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재단법인이며, 김기식 원장은 금감원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약 3년간 이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2일 TBS라디오에 나와 더미래연구소와 관련, “이게 사실은 김기식 의원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거 만들자고 제일 처음 제안한 사람이 저”라면서 “김기식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소장을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중심 더미래
보수 야당 ‘십자포화’

 
더미래연구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두고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한 공세가 빗발치고 있다. 우선 이 연구소는 소속 의원들의 회비와 강연료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해당 연구소가 ‘미래리더아카데미’라는 강좌 개설을 통해 300~600만 원에 이르는 강연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액 수강료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장하성, 홍익표, 우상호 등 현 여권 인사들이 강사진으로 나선 이 강좌는 2015년 9월부터 10주간 진행된 1기 아카데미 강의료가 350만 원, 2·3기는 6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이 강좌를 통해 2015~2016년 2년간 총 2억 원(2015년 1억686만 원, 2016년 8688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강좌의 수강생 대부분이 국회 정무위가 관할하는 은행·보험사 등 금융사 임직원으로 밝혀진 점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보수 야당은 수강생 모집 과정에 당시 정무위 소속 야당 간사였던 김 원장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아울러 이 연구소가 현행법을 위반해 불법적으로 강좌를 운영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더미래연구소가 2015년 처음으로 진행한 1기 아카데미 당시 국회사무처로부터 수익사업 승인을 받지 않고 강좌를 개설해 운영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특히 우상호 의원은 사업 승인조차 얻지 않은 1차 강좌의 강사로 나서는 등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2015~2017년 국회 상임위원회 연구용역 수주 현황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3년 간 141건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더미래연구소는 이중 4건을 수주해 대학산학협력단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주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금액도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을 빼고 가장 많은 3600만 원을 기록했다.
 
‘셀프 후원’ 논란도 있다. 김 원장은 2016년 5월 의원 임기 말에 자신의 정치자금에서 5000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더미래연구소에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정치자금을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연구소에 후원한 것이다.
 
여기에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 원을 계좌이체한 사실도 알려지자 정치자금을 ‘세탁’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의원은 자신의 정치자금을 소속 정당이나 국고로 반납해야 하는데, 김 원장이 이를 피하기 위해 연구소와 보좌진을 통해 정치자금을 세탁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적극 대응 나선 정부·여당
‘김기식 문제’ 풀릴까

 
연구소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자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이들은 김 원장이 더미래연구소를 운영하며 피감기관에 대해 강압적 방법으로 고액강좌를 수강하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간사로 있는 상임위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해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은 진정 어불성설”이라며 “금융기관, 재벌의 국회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수강을 매개로 로비 목적의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했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래리더아카데미는 (소속 의원) 모두가 같이 사업계획을 세웠고 사무처의 승인을 받아 공개 모집했다”며 “강사와 강의 내용 또한 공개했다. 다른 리더십 아카데미 프로그램들에 비해 훨씬 낮게 비용이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를 특정 개인에 의한, 억압과 강요에 의한 것으로 비난하는 것은 연구소를 함께 만든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 전부는 물론, 이사와 운영위원, 회원과 수강생 모두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며 “악의적이고 무차별적인 흠집내기, 도를 넘어선 억측과 비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더미래연구소 관련 의혹과 함께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논란에 휩싸인 김 원장의 각종 행위 중 객관적 위법 판정을 받거나, 당시 관행에 비춰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도 판단되면 사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 원장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태여서 김 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은 한 청와대는 선관위 판단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문 대통령의 입장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문 대통령과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을 가지면서 꽉 막힌 정국이 풀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원장 임명 철회와 함께 청와대발(發) 개헌안 철회 등 7개 사항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