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후 페이스북에 올린 ‘옥중입장문’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저를 겨냥한 수사가 10개월 이상 계속되었다. 댓글관련 수사로 조사받은 군인과 국정원 직원 200여 명을 제외하고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무려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무술년이고, 옥사(獄事)란 반역(叛逆) 등 국사범(國事犯)을 다스리는 일을 말한다. 
조선시대 때 일어난 옥사 중에 ‘기축옥사’와 ‘계축옥사’가 유명하다. 일명 ‘정여립 모반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기축옥사’는, 동인이었던 정여립이 전라도에서 군사를 일으켜 한양을 칠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고변(告變)에 선조가 서인 정철을 내세워 실체도 불분명한 사건을 조사케 해 1000명 이상이 죽어나간 대사건이다. 
'계축옥사'(癸丑獄事)는 광해군 때 영창대군을 지지하는 서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거짓 역모사건으로 영창대군을 죽이고 모후인인목대비를 폐모시키는 폐륜을 저질렀다.
이 전 대통령이 ‘옥사’라 칭한 것은 자신이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긴 자신의 구속과 관련된 사람이 수십 명에 달하니 ‘옥사’라 강변할 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8월 “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 검찰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주장한 박근혜 경선후보를 향해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응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별 없어 보인다. 
그의 측근들조차 하나 같이 돌아서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들을 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이 전 대통령을 위해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했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의 실덕(失德)을 비난하는 소리가 큰게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친이계를 앞세워 개헌을 고리로 타협을 제시한 박 전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고 ‘하야’를 압박했다. 
친이계는 당시 시나리오에 없던 ‘촛불집회’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촛불’이 외치던 ‘하야’와 ‘탄핵’의 말 등에 올라앉기로 뜻을 모았다. 조기대선을 앞두고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희생물로 삼아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제7공화국을 꿈꾸었던 것이다. 이렇게 달아오른 그들 ‘혁명’은 반 전 총장의 전격 사퇴로 산산조각이 났다. “다음 정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고 했던 이 전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허언졸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이 전 대통령은 16 개의 혐의로 영어의 신세가 되어 구치소에서 매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선도했던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덫에 걸려 깊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그나마 간신히 살아남은 인사들은 한국당의 신주류인 홍준표계에 흡수되는 등 사실상 와해됐다. 
친이계가 ‘이원집정부제’를 거의 신앙처럼 애지중지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다음 정권을 반드시 자신이 창출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친이계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집착한 이유는 혹시 헌법 개정 제128조 2항(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을 왜곡 해석했거나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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