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인들은 세 가지 종류의 상품을 가지고 있다. 광고를 하기 위한 제품, 판매할 제품, 돈을 벌 수 있는 제품이다. (<마케팅 전쟁>, 앨 리스 잭 트라우트 지음, 비즈니스북스, 237면 참조) 여기서 제품은 ‘아이템’이다. 창업자의 체면을 의식해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폼 잡는 아이템 선정은 ‘폼사’로 끝날 수밖에 없는 정말 미친 짓이다. 또 남들이 잘 파니까 나도 그걸 해야지 하는 미투(me too) 식의 아이템 선정은 시장만 잔뜩 흐리게 할 뿐이다. 관객이 공감(Empathy)하지 않는 영화가 결과적으로 흥행에서 죽을 쑤듯이 소비자가 공감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였더라도 아이템의 생명은 결코 시장(Market)에서 오래 지속될(ing) 수 없다. 따라서 마케팅을 물고기에 비유하자면 ‘펄떡이는’ 순간순간을 포착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인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김명철 옮김,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참으로 옳은 얘기가 아닌가.

창업자 고집은 ‘무딘 칼’

더군다나 장사가 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따져보면 ‘딱’하고 ‘공감’이란 단어가 불쑥 떠오를 것이다. 심지어는 ‘왜, 돈을 못 벌고, 고전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필자는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 음식장사로 성공하는 것을 아직껏 본 적이 없다. 무뎌진 칼은 더 이상 ‘칼’이라고 말할 수 없는 법. 그렇다. 창업자의 사고와 감정으로 장사하면 칼은 오만과 편견에 의해 마침내 녹슬게 되고, 매출도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진다. 장사란 ‘사장이 되는 것’이 맞는 얘기지만, 사장이 아닌 ‘장사’로 말을 낮춰 부르는 이유이다.

뒤집어서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사고와 감정을 느낄 때 제대로 된 아이템의 선정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장사도 운(運) 좋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장사의 진리’로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장사로 성공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성공담은 묘하게도 한결같다.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말하기 일쑤다. 정말 그럴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어딘가 설득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채우고자 한다. 장사의 성공은 ‘갖바치’에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업종이 무엇이든 창업자에게 가장 큰 소망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대박’일 것이다. 여기서 대박은 쪽박의 반대말로 ‘큰 이익’을 의미한다. 누구나 대박을 좇는다. 하지만 모두가 잡아채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마케팅에 힘쓰지 않아서다. 마케팅은 판매와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소비자를 하나씩 상대하는 것이 판매다.

반면에 마케팅은 하나가 아닌 여럿을 상대로 한다. 단순한 판매가 아닌 ‘저절로 팔리게끔 만드는 상술’이란 게 다른 차이점이다. 몇 년 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갖바치’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갖바치는 오늘날 ‘전통 가죽신을 만드는 장인이나 기술자’를 말한다. 그러나 사실적 의미로는 ‘소비자가 스스로 (돈을) 갖다가 (판매자에게) 바쳤다’라는 뜻으로, 경영에서 흔히 말하는 ‘마케팅’적 요소가 묘하게도 숨겨진 말이다. 둘째, 경영 지식의 함양에 게으르고 늘 부족해서다.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의 진리체계>에 따르면 경영에서 말하는 지식이란 ‘인간과 조직을 이해하고 시장과 환경변화를 읽어서 수익성 있는 사업을 설계하고 전개하는 능력’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그 의미가 고소하고 맛깔스럽다. 결국, 소비자, 시장(입지),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과 민감한 대응 능력이 없다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전개하기는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얘기이다. 셋째, 장사의 태도가 불량해서다.

왜, 소자본 창업을 두고서 우리는 ‘장사 한다’고 말할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장’이 지닌 오만과 편견을 확 뒤집어 놓은 말이 ‘장사’다. 그렇다. 필자는 확신한다. 또 강의장에서도 힘주어 말한다. 수많은 성공창업자가 후배창업자에게 조언하는 ‘한결같은’ 내용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이다.

갖다가 바치는 ‘갖바치’

허투루 생각한다면 답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항간에서 말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처음처럼’만 장사하라”는 말인즉, 혹여 이런 의미는 아닐는지. 어느 목사님이 쓰신 칼럼에서 찾은 글귀를 그대로 옮긴다. ‘소중한 것은 돌아다니다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머무른다.’ 조지 윌터는 돈, 사람, 아이디어는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 소중히 다뤄지는 곳에 머무른다’고 적었는데, 그만 필자는 감동하여 힘껏 무릎을 치고 말았다.

생각해보라. 업종불문하고 ‘소중히 다뤄지는 곳’이라면, 소비자가 돈을 ‘갖다’가 ‘바치는’ 결과의 예상은 눈감아도 훤히 보일 것이다. 자꾸자꾸 돈을 갖다가 바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마케팅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상호’로 머물지 않고 ‘브랜드’로 남는 것이다. 결국, 소중하게 다뤄지는 행위의 실체는 알고 보면 ‘공감’에서 비롯됨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 없이는 비즈니스도 없다(No business without a customer)”는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 박사의 지적은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그것은 ‘고객과 함께’하는 ‘공감’을 말한다. 빨간 펜으로 밑줄을 긋자. “공감 없이는 장사가 잘될 턱이 없다”는 곳에. ‘공감’을 말할 때 어울리는 영화를 꼽으라면,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추천한다. 물론, 출산을 적극 장려하려는 일본인 특유의 계산(?)이 만들어낸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관람하는 내내(2시간 동안) 들었다. 딸만 하나 있고 아들이 없는 필자의 경우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부부의 초등학생 아들 아이오 유우지(다케우치 유코)같은 아이가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설렘을 마음가득 들게끔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슬프지만 ‘슬프다’는 생각보다는 ‘아름답다’는 감동이 더 짙은 영화. 이유는 뭘까. 영화평론가 홍성진은 “세상을 떠난 아내와 신비한 재회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2004년 세카추 열풍을 일으키며 700만 관객의 눈물샘을 훔쳤다”고 했다. 덧붙여, 죽은 아내를 그리며 아들을 정성스럽게 기르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어느 날 장마 시즌과 함께 다녀간 아내와의 애틋하고 아련한 사랑을 그렸던 영화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아무튼 가족이 보아도 좋고, 결혼을 앞둔 연인끼리 비오는 날에 봐도 ‘슬프지만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더더욱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또 장사에 있어서 아이디어가 빈곤할 경우 수많은 영감과 실내 인테리어 분위기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그래서 ‘강추’하고 싶은 영화이다.

장마철 어울리는 아이템은?

얼마 전 패기가 넘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30대 CEO를 만난 적이 있다. 장작개비(www.jjgaebi.co.kr)의 최현덕 사장. 그와의 얘기는 흥미로왔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템에 해당되는 소비자가 주로 누구인지 정확한 계산을 함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와 끊임없이 공감하려는 CEO로서,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마른 장작나무(참나무)로 각종 고기를 초벌구이한 후 테이블에 올리기 때문에 바쁜 시간대를 쪼개야 하는 직장인(소비자)의 시간을 줄여줌과 동시에 나무향이 맛에 그대로 배어나게 만들었다.

이는 소비자(시골이 고향이었던 중장년층 샐러리맨)와 공감하기 위함이다. 그래서일까. 식당 앞에 잔뜩 쌓여있는 장작만 봐도 출입문을 열고 한번쯤 누구나 식당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고 싶어진다. 순식간에 소비자와 식당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장작개비 명동점의 경우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측 벽면으로 해바라기가 보인다. 상권의 특성상 일본인 소비자(관광객)를 배려한 실내 장치이다. 최 사장은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 인테리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때’와 ‘아이템’의 궁합도 엿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이 영화가 비가 오는 날이나 장마철에 보고 싶어지는 영화라는 것이다. 수도어행(水到魚行)이라고, 뭐든지 그 때가 분명하게 따로 있어서다. 오르막을 탈 때 개점하는 것이 좋다. 내리막길은 조심해야 한다. 그럴 때 개점하면 온통 가시밭길이기 때문이다. ‘순풍에 돛단 듯, 장사하라’는 말도 왜 있지 않던가. 이제는 6월이다. 요맘때는 장마가 시작되려는 계절이다. 기상청은 대개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 까지의 한 달 정도를 장마철로 내다보고 있다. 창업도 아이템에 따라 ‘타이밍’이 필요한데 ‘막걸리와 빈대떡’을 파는 장사를 소자본 창업으로 시작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최고의 절정에 오르는 시기일 것이다.

비슷하게는 피자집이나 성인 고객만을 상대하는 치킨호프집, 또는 짧은 치마와 상의를 걸친 여종업원이 서빙하는 세계맥주전문점, 또 주택가 상권을 파고드는 입지 전략이 돋보이는 ‘사랑방’ 형태의 맥주집이나 선술집 등의 업종을 개점하는 시기로도 안성맞춤이다.



# Tip ‘영화’에서 장사 몇 수 배우기주목받는 장소는 따로 있다

참나무로 초벌구이한 각종 고기를 테이블에 올려 중장년층 샐러리맨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등갈비 전문점 ‘장작개비’ 명동점. 상권의 특성상 일본인 관광객을 배려,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바라기’를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가장 멋진 장소가 가장 주목을 받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선 주인공 가족이 자주 산책하는 모습이 보인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의 한 카페는 산책로가 인공적이지만, 자연적으로 꾸며져 소비자로부터 도심 속의 가장 멋진 장소로 듬뿍 사랑받고 있다.

1년 365일 언제나 그 집에는 비(눈)가 내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터널’은 출입구 아이디어로 좋은 소재이다. 영화처럼 터널 밖에선 비가 오지만 터널 안에선 비가 오지 않는 형태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해 보라. 아니면, 벽면으로 계속해서 비(물)가 흐르는 모양으로 장치해도 좋다. 실내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70평 이상) 출입구에 착안해 영화처럼 고객을 자연의 공간에서 걷게 만들라. 색다른 체험이 돈을 갖다가 바치게 만들 것이다. 엄마(여성)는 빨간 우산, 아빠(남성)는 하얀 우산, 나(자녀)는 비옷을 제공하라.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이 그랬듯 주인공처럼 분위기 잡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라. 개점 및 이벤트 선물로도 좋고, 아니면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도 좋다.

왠지 비옷 입고 맥주 마시면 더 맛있지 않을까. 일본인 관광객도 나의 고객일 수 있다. 일본인 소비자를 상대하는 상권의 가게라면, ‘해바라기’를 벽면에 연출한 ‘장작개비’처럼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하라. 미국인이 많이 오든, 중국인이 많이 오든, 어쨌거나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인테리어 도구가 있다면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고객의 기념일을 꼭 챙기라.(사진으로 남기라) 영화 속 아이오 가족의 파티는 참 따듯해 보인다.

가족이든 연인이듯 고객이 원한다면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주라.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훨씬 좋다. 현상 때문에 ‘한번쯤 더’ 매장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숍인숍 형태로 ‘사진관’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년에 한 번만 있는 크리스마스 때에 가장 점수가 높은 사진을 뽑는 이벤트를 펼칠 경우엔 지속적인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이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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